2년 넘도록 집회신고 대기실 차지해 고소전 번져…"소음 제재 기준은 개선 필요"
수요시위 찬반 갈등 |
(서울=연합뉴스) 박규리 기자 = 13일 자정이 다 돼가는 시간에도 서울 종로경찰서 민원실 옆에 마련된 집회 신고자 대기실의 불은 환히 켜져 있었다.
보수 성향 단체인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가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인근과 주한 미국대사관 앞, 동화면세점 앞 등 보수 단체들의 집회 장소를 선점하기 위해 집회·시위 신고자 대기실에서 매일 '불침번'을 서기 때문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집회 예정일 이틀(48시간)에서 최장 30일(720시간) 전부터 집회 신고가 가능하다.
해당 단체는 종로구 일대에서 진행되는 보수 단체의 집회 신고도 위임장을 받아 대리하는데, 자정을 기해 30일 이후의 날짜를 하루씩 갱신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수요시위'에 반대하는 보수성향 단체들도 2020년 5월부터 이런 불침번 방식으로 평화의 소녀상 일대 장소를 선점해 왔다.
최근 자유연대 측은 소녀상 앞 인도, 엄마부대 및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은 연합뉴스 사옥 앞 인도에서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의연은 연합뉴스 사옥에서 조금 더 벗어나 소녀상과 약 70m 떨어진 길 건너편 찻길에서 수요시위를 진행한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신고가 많은 종로의 특성상 별도의 민원실을 뒀던 것"이라며 "별도의 근거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이 공간에서 대기하는 것에 개입할 경우 신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년 넘게 자리를 두고 이어진 '줄다리기'는 현재 고소전으로 번져 있어 소녀상 앞 집회를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연과 위안부사기청산연대 등 보수단체는 지난 3월 집회 방해·모욕·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로를 고소한 상태다.
집회제한이 풀린 후 개최된 첫 수요시위 |
한편 팽팽히 맞서는 양측 집회로 인해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는 시민 민원도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주한 일본대사관 근처 회사에서 근무 중인 직장인 원모(28) 씨는 "자기 의사를 표시하는 여러 집회를 존중해왔는데, 사람이다 보니 업무 중 창문 너머 들려오는 소음에는 어쩔 수 없이 짜증이 나더라"고 토로했다.
경찰은 관련 법령에 따라 현장을 관리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경찰은 10분 동안 발생한 소음의 평균값인 '등가소음도'를 기준으로 소음 기준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 또한 1시간 이내 3회 이상 시간·장소별로 75∼95㏈을 초과하면 최고소음 기준에 따라 확성기 사용 중지 명령 등의 제재가 가능하다.
하지만 소녀상 인근이나 최근 '맞불집회' 싸움이 불거진 윤석열 대통령 자택 인근에서처럼 여러 집회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중복된 소음을 분리해 계산할 수 없어 단속이 쉽지 않다.
등가소음도 측정 기준이나 형사처벌 수준이 낮은 것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처벌 수위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등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최근 특정 장소에서 중복소음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사실상 핵심은 소음도를 10분간 측정하도록 한 기준이나 낮은 벌금 액수"라며 "측정 시간을 단축하거나 벌금을 강화한다면 여러 소음이 겹치는 문제도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시위 다른 시선 |
curiou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