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이슈크래커]“내 카톡이 최신 버전이 아니라고?”...플랫폼 공룡 구글의 ‘갑질’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구글의 앱 심사 거절로 카카오톡 업데이트 불가 사태
글로벌 플랫폼 vs 국민 메신저 '인앱결제' 두고 기 싸움 벌이지만...사실상 구글이 갑
갑질 방지법 사실상 무용지물
“원만한 협의 위해 카톡이 아웃링크 철회할 것으로”


이투데이

현재까지도 5월 23일 버전(9.8.0v)에 머물러있는 '구글 플레이' 카카오톡(오른쪽). 최신버전(왼쪽)은 9.8.6v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 최신 버전이 있다는 걸 회사 동료들과 대화하다가 알게 됐어요”

직장인 A씨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카카오톡이 구버전이라는 것을 최신 버전이 배포된 지 일주일이 다 돼서야 알게 됐습니다. 평소 자동 업데이트 기능을 사용하거나, 업데이트 알림이 올 때 업데이트를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A씨의 이야기는 구글의 앱 마켓 ‘구글 플레이’를 통해 카카오톡을 설치한 이용자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입니다. 구글 플레이 이용자들은 왜 최신 버전의 카카오톡을 손쉽게 사용할 수 없게 됐을까요? 이유는 바로 구글이 지난 4월 1일부터 자사 플랫폼에 등록된 모든 앱에 강제하고 있는 ‘인앱결제’ 때문입니다.

앞서 구글은 지난달 1일부터 자사 결제 정책을 따르지 않는 앱을 퇴출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런데도 카카오톡은 5월 말부터 ‘이모티콘 플러스’를 인앱결제보다 저렴하게 웹·PC에서 결제할 수 있는 ‘아웃링크’를 삽입·유지해 왔습니다. 구글이 아웃링크에 대한 안내 문구마저 가이드라인을 통해 금지하고 있는데 이에 정면으로 맞선겁니다.

결국 지난달 30일 구글은 카카오톡의 최신 버전에 대한 심사를 거절했습니다. 인앱결제와 관련한 구글의 갑질이 실제로 발생한 첫 사례입니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이 최신 버전 카톡을 이용하려면 다른 앱마켓을 이용하거나, 앱 설치파일(APK)를 따로 다운받아야만 합니다.

이투데이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구글 빌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甲 of 甲’ 구글 플레이

구글 플레이는 국내 대다수 앱 개발사와 IT 기업에는 말 그대로 갑 중의 갑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점유율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구글 플레이의 국내 점유율은 70%가 넘습니다. 대다수의 앱이 구글 플레이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높은 점유율을 가진 플랫폼의 권력은 막강합니다. 앱 추천부터 이용자들에게 노출되는 빈도까지 모두 구글이 결정하기 때문이죠. 한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가진 힘을 ‘무소불위의 권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힘을 가진 구글이 자사 앱마켓에 앱을 등록하는 기업들에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있습니다. 게임은 30%, OTT를 포함한 구독 콘텐츠는 15%, 웹툰·전자책·음원은 10%의 결제 수수료를 구글에 내야 합니다.

기업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구글 플레이에 앱을 등록하고 수수료를 내고 있습니다. 수수료가 비싸다고 해서 70%가 넘는 이용자가 사용하는 구글 플레이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많은 수수료 때문에 오른 상품 가격은 고스란히 이용자들에게 전가됩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양정숙 국회의원에 따르면 구글·애플의 수수료 정책으로 인해 소비자가 추가로 부담하게 될 비용은 연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구글갑질방지법’이 있는데도 ‘인앱결제’ 강제할 수 있다?

한국은 지난 3월 전 세계 최초로 글로벌 플랫폼이 독점적 지위를 통해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막도록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이 법으로 실제 제재를 받은 경우는 아직 한 번도 없습니다.

현행법이 있는데도 구글의 갑질을 막을 수 없는 이유는 뭘까요? 구글은 '제3자 결제방식' 도입이라는 꼼수로 법망을 피하고 있습니다. 특정 결제 방식 강요를 피하기 위해 인앱결제 외에 제3자를 통한 결제 방법을 열어준 겁니다. 대신 최대 26% 수수료를 받겠다고 했습니다. 4% 차이가 크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3자 결제방식의 도입을 위한 별도 버전의 앱을 개발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대부분의 개발사가 도입을 포기한 상황입니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법 적용을 위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듭니다. 정치권은 연일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회 과방위 간사를 맡고 있는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인앱결제 강제는 그동안 자신들이 표방해왔던 ‘자유로운 모바일 컨텐츠 생태계 구축’이라는 가치를 스스로 파괴하는 행위”라고 구글을 비판하면서도, “피해 사례가 쌓이고 있지만, 방통위는 실태점검을 핑계로 복지부동이다”라며 방통위의 대응에도 비판을 가하고 있습니다.

◇논란 재점화 한 '카톡 사태', ‘구글 갑질’ 막을 수 있을까?

카카오톡 업데이트 사태에 결국 방통위가 중재에 나섰습니다. 지난 7일 카카오와 구글코리아 측 임원들 간의 만남을 주선했습니다. 양사는 정부과천청사에서 오후 4시께 만나 이번 업데이트 사태에 대해 비공개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담 후 방통위는 “양사가 상호 협조, 현재 상황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 카카오가 아웃링크를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국내 IT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이기 때문에 이 정도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서 “결국에는 원만한 협의를 위해 아웃링크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카카오는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방통위는 이번 사태를 조사하고, 구글에 대한 제재 여부 등을 결정한다는 방침입니다. 실제 사례가 나온 만큼 플랫폼 공룡에 대한 첫 제재가 가해질지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업데이트 사태로 재점화된 구글 인앱결제 갈등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이투데이/이시온 기자 (zion0304@etoday.co.kr)]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 ▶비즈엔터

이투데이(www.etoday.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