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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없이도 사는 법] 2030 복귀 돕겠다는데...회생법원 ‘선의’가 비판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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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6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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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회생법원이 ‘가상화폐나 주식투자 실패로 돈을 날린 채무자도 개인 회생을 통해 면책받기 쉽도록 하겠다’며 이달부터 적용한 기준이 큰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법원이 ‘빚투’(빚내서 투기)와 ‘먹튀’(먹고 튀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사실 이 조치는 엄밀히 따져보면 주식·코인투자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회생은 소득으로 빚의 일정 부분을 갚고 나머지는 면제받는 제도인데, 그동안 개인회생에서 갚을 돈(변제금)을 정하는 데 있어 주식·코인 투자자들이 오히려 다른 자산에 비해 불이익을 받아 온 측면이 있었습니다.

◇날린 돈까지 모두 ‘재산’ 취급받았던 주식·코인

회생절차에서 변제금은 채무자의 남은 재산(청산가치)이상을 갚아야 합니다. 회생이 불가능해 파산 절차로 가면 채무자의 남은 재산을 모두 팔아 채권자에게 나눠주는데, 재산을 건드리지 않고 소득만으로 빚을 갚는 회생은 적어도 재산 이상은 갚아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예를 들어 재산으로 3억원짜리 아파트가 있고 빚이 5억원인 경우 3억원 이상은 갚아야 합니다.

그런데 주식이나 가상화폐의 경우 상당수의 사건에서 투자금을 모두 날렸다고 해도 날린 투자금만큼을 모두 ‘재산’에 포함시켜 왔습니다. 예를 들어 1000만원짜리 자동차 한 대가 전재산인 사람이 2000만원의 빚을 얻어 가상화폐 투자로 모두 날린 경우 3000만원(1000만원+2000)만원 이상을 갚아야 하는 식입니다.

이는 다른 자산과 비교해 불공평한 취급이기는 합니다. 부동산의 경우 3억원짜리 집이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회생 신청 시점에 2억원이 된 경우 하락한 1억원을 ‘재산’에 포함시키지는 않습니다. 반면 주식이나 가상화폐는 하락한 가치도 모두 ‘재산’으로 보고 그 이상을 갚을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서울회생법원의 이번 방침은 주식이나 가상화폐 또한 허용된 경제활동인 만큼, 이미 없어진 가치를 재산에 포함시키는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당장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로 거액의 빚을 진 2030세대입니다. 갚아야 하는 돈의 ‘하한’이 낮아지고, 변제금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서울회생법원은 “주식 또는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는 2030세대 채무자들의 경제 활동 복귀 시간이 한층 빨라질 것” 이라고 했습니다.

◇“주식·코인이랑 다른 빚이랑 같나” 법원이 간과한 ‘상대적 박탈감’

이처럼 법적으로는 합리적이고 이유가 있는 처분이지만, 서울회생법원의 방침은 여기저기서 거센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다른 채무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다 진 빚은 다 갚아야 하는데 주식이나 코인빚은 ‘먹튀’하는 것이냐”는 식입니다.

사실 ‘열심히 일하다 진 빚은 다 갚아야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앞의 사례에서 전재산이 1000만원짜리 자동차 1대인 사람이 진 빚이 가상화폐가 아닌 장사로 진 빚인 경우에도 변제금의 하한은 1000만원 이 됩니다. 또한 ‘주식이나 코인빚은 먹튀’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위 변제금은 말 그대로 ‘하한’이어서, 어떤 종류의 빚이든 면책을 받으려면 법에 따라 월 수익에서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나머지를 전부 빚 갚는데 써야 합니다. 이 점은 주식·코인투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서울회생법원이 비난을 받는 이유는 채무자의 구제에만 기운 나머지 주식·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헤아리지 못한 탓입니다.

주식·가상화폐는 물론 허용된 경제활동이지만 위험성이 높아 ‘도박’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주식이나 코인을 했다면 그로 인한 손실도 스스로 떠안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면책이 전혀 허용되지 않는 도박빚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준해 어느 정도는 갚아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그동안 일부 판사나 실무를 담당하는 회생위원들이 주식·가상화폐 손실금을 채무자의 재산목록에 넣으라고 하면서 그 이상을 갚을 것을 요구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서울회생법원의 방침은 주식이나 코인빚의 경우에도 다른 재산손실과 마찬가지로 취급해 주겠다는 것이어서 용납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법원 입장에서는 공평의 관점에서 ‘같은 것을 같이 취급한다’는 것일 수 있어도, 일반인들은 ‘주식·코인과 다른 빚은 엄연히 다르다’는 생각인 겁니다.

◇주식·코인빚은 서울로 가야? ‘기준 통일성’도 문제

또 하나의 문제점은 ‘기준의 통일성’입니다. 이 부분은 현실적으로 우려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서울회생법원의 이번 지침은 서울지역에만 적용되는 것이어서 전국적으로 효력을 갖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주식·코인투자로 빚을 진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들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현재로서도 지역별로 회생신청을 받아주는 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파산·회생전문 법률사무소 홈페이지에는 참고자료로 ‘법원별 회생 개시·인가율’등이 게시돼 있습니다. 그에 따르더라도 서울회생법원은 다른 지역에 비해 다소 후한 편입니다. 그런데 이번 지침까지 시행되면 서울회생법원이 주식·코인 채무자들의 ‘탈출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다른 지역 채무자들이 서울로 형식적으로 주소를 옮겨서라도 서울회생법원에서 회생결정을 받는 식의’포럼 쇼핑’(유리한 재판관할권을 찾아 재판을 하는 것)이 빈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사안일수록 법원 내부에서 필요성을 설득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만난 다른 법원의 판사들 몇몇은 ‘이런 중요한 방침이 예고도 없이 갑자기 나와서 놀랐다’고 합니다.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 법원에서 어떤 기준을 세우는 것 자체가 직권남용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회생법원 또한 일단 정책을 시행한 후 법원 내부에 ‘사후적 이해와 합의’를 구하려 한 듯 합니다. 하지만 국민의 법감정이 개입되는 사안일수록 사전적 이해와 합의가 필수적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지침은 회생법원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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