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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설]박지원·서훈 고발… 공수만 바꾼 적폐청산 안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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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작년 2월 ‘통합방위회의’ 함께 참석한 서훈-박지원 지난해 2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한 서훈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왼쪽)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국정원은 6일 서, 박 전 원장을 각각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물어 검찰에 고발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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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6일 박지원, 서훈 전 국정원장을 각각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첩보 관련 보고서 무단 삭제,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의 합동조사 강제 조기 종료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박 전 원장은 “그런 바보짓을 하지도, 할 수도 없다”며 전면 부인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목표로 한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했다. 국방부에서도 서해 피살 사건과 관련한 군사기밀이 다수 삭제된 사실이 확인됐다.

국정원이 새 정부 출범 두 달 만에 전직 수장들을 직접 고발한 것은 이례적이다. 국정원은 자체 감찰에서 전 정부가 북한군에 살해된 우리 공무원을 ‘월북자’로 판단하고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 어민을 서둘러 북송시키는 과정에 두 정보수장의 직권남용 행위가 있었다는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이 확인되면 법적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야당 측이 그 의도를 강하게 의심하는 만큼 정치적 시비를 자초하는 일이 없도록 투명한 수사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번 고발은 국민의힘이 서해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조직적 국가폭력 사건’으로 규정한 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광범위한 조사활동에도 불구하고 법적 제한이나 안보상 이유로 청와대와 군 첩보 자료를 들여다볼 수 없게 되자 국정원에서 새로운 증거를 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국정원 고발을 계기로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수사는 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단죄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전 정부의 ‘대북 굴종’을 바로잡겠다고 다짐해온 새 정부다. 북한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다루느냐에 대한 정책적 판단에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야당은 ‘정치 보복’을 주장하지만 자업자득인 측면도 있다. 전 정부 초기에도 국정원에선 적폐청산 명목의 고강도 인적 청산이 이뤄졌다. 이전 수장들도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로 줄줄이 감옥에 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정원은 개혁 대상 1호였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정치에 오염되지 않고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정보기관 만들기가 그리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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