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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농업의 6차 산업혁명, 디지털에 길을 묻다 [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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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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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에 거리 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소비 패턴과 비즈니스 전략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중 스타벅스는 소비자들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하여 대중이 가장 선호하는 신메뉴와 상품을 출시하고 모바일 상품권과 앱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디지털화를 통한 맞춤형 전략을 사용했다. 또한, 2018년도에는 디지털 자산을 사고팔며 저장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 플랫폼 '백트(Bakkt)'의 기술을 사용하여, 전 세계 어디서든 앱을 통해 커피를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스타벅스는 이러한 데이터 분석 및 디지털화를 통해 현재 소비자들의 커피전문점 브랜드 평판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농식품 분야에도 디지털 자산화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중 2015년 설립된 농수산물 무역 플랫폼 트릿지(Tridge)는 현재 국내 최초로 농식품 분야 '유니콘'에 등극했다. 이 회사는 100개국 이상에서 나오는 농산물의 가격과 품질, 물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온라인에서 판매자와 구매자 간 거래를 중개하는 기업이다. 이 과정에서 총 15만 종 이상의 농산물 품목과 5억 건 이상의 가격 데이터를 쌓았다. 이렇게 확보한 다양한 농산물 빅데이터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1인 10색의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며 데이터 기반 디지털 자산화의 혁신을 만들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모든 산업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가 활용되면서 데이터의 중요성과 가치가 높아졌다. 농업 선진국들도 이러한 데이터를 농업 도약의 디딤돌로 활용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생산은 물론 유통과 가공 등 농업의 가치사슬에 있는 모든 자료가 수집되면서, 데이터 자체가 새로운 시장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일부에서는 데이터 유출 등과 같은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개인 농장의 데이터가 외국 기업으로 유출되면서 데이터 사용에 대한 소유권 관련 논란이 불붙기도 했다.

우리 정부도 2013년 유·무형의 농업 자원 중 보전할 가치가 있는 자원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했다. 금산의 인삼과 하동의 전통차, 구례의 산수유 등 국내 17곳을 이로 지정하여 보전하고 있다. 또한, 식물자원과 경관자원 등 20만 건이 넘는 '농촌 어메니티' 자원과 오랜 기간 축적된 10만 건 이상의 노하우와 전통지식 등 다양한 농촌자원 데이터도 보유 중이다. 다만 각각의 데이터에 대한 디지털화와 표준화가 미흡하고 호환성도 떨어져 활용도가 낮은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다행히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는 농업·농촌의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축적된 지적 재산을 보존하고 보다 정교한 디지털화를 통해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이고자 '디지털 농업자산' 연구팀을 만들었다. 더불어 전국의 식품 명인과 농업기술 명인, 벤처 농업인들이 함께 모여 농촌자원을 디지털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인적·기술적 생태계를 확대하기 위해 '디지털 농업자산포럼'도 결성할 예정이다.

이처럼 농업과 관련한 다양한 데이터가 농업 환경변화의 촉매제가 되면서 이에 대한 활용 능력이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향후 질 높은 디지털 농업자산은 가치 창출의 금맥(金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촌자원의 디지털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미래 농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활용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한국일보

민승규 국립한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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