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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에스디바이오-SJL파트너스, 美 체외진단기 메리디언 2조 인수 계약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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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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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진단기기업체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사모펀드(PEF) 운용사 SJL파트너스와 손잡고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는 체외진단기 및 시약 원료 제조·판매기업 '메리디언 바이오사이언스'를 약 2조원에 인수한다. 한국 제약·바이오 인수합병(M&A) 중 가장 큰 규모이며 국내 기업이 조단위의 미국 대형 상장 바이오사를 인수하는 첫 사례다. 그간 우수한 기술과 제품을 보유하고도 FDA 승인 등 각종 진입장벽에 부딪혀 전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직접 진출하지 못했던 한국 의료기기 기업이 인수합병(M&A)에서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7일 바이오업계 등에 따르면 이날 에스디바이오센서와 SJ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메리디언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대상은 이 회사 지분 100%로, 거래 가격은 약 15억달러(1조9500억원)다. 양사가 반독점법 심사, 대미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승인을 거쳐 메리디언을 공개 매수하는 데는 향후 총 4개월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1977년 설립된 메리디언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체외진단기 제조·판매 업체다.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에 생산공장, 연구개발(R&D) 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직원은 750명가량이다.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5% 상승한 3억3000만달러(4281억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전년과 유사한 1억1000만달러(1427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체외진단 시약 원재료를 생산하는 생명공학 사업부가 전체 매출 중 3분의 2를 올리고, 나머지는 진단장비 키트 생산 부서에서 나온다.

코로나19 진단키트로 외형을 키운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메리디언을 인수하게 됐다. 국내와 유럽, 아시아를 중심으로 판매 중인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북미 쪽으로는 매출이 미미하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외 의료 기기 업체가 FDA 승인을 획득하기는 굉장히 까다로워 우리나라 유수 진단기기 업체는 그간 미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지 못했다"며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메리디언 인수를 통해 북미 쪽 판로를 한 번에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북미와 유럽 위주로 매출이 발생하는 메리디언 경영진은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전기가 필요한 상황이라 이번 거래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에스디바이오센서와 SJL파트너스는 메리디언 2027년 매출이 2022년 대비 연평균 성장률(CAGR) 25%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고 알려진다. 특히, 양사가 순전히 이번 인수를 통해 늘릴 수 있는 연매출 증가분만 최대 8억달러(1조원·2022년 대비 2027년)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이번 거래를 통해 메리디언 지분 60%를, SJL파트너스는 40%를 확보하게 된다. 두 회사는 메리디언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시가총액 대비 높지 않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부여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전세계 체외진단 기기 시장은 연평균 6.7% 성장률을 기록하며 2020년 859억1000만달러(111조원)에서 2025년 1188억9000만달러(154조원)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사는 미국 상장사인 메리디언을 인수한 후 상장폐지하고, 약 5년 후 재상장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SJL파트너스의 투자금 회수도 기업공개(IPO)와 맞물려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체외진단 시장 공략을 위해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인수합병(M&A)을 이어왔다. 지난해 11월 브라질 체외진단업체 에코디아그노스티카를 470억원에 인수하고, 올해 3월엔 독일 체외진단 유통사 베스티온을 160억원에, 4월엔 이탈리아 리랩을 620억원에 사들였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HBV(B형간염), HCV(C형간염)을 비롯한 다양한 검사가 가능한 현장분자진단기기 M10 등의 판매 국가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SJL파트너스는 크로스보더(국경 간) M&A 수요가 있는 한국기업에 딜소싱부터 매물 가치 평가와 협상, 재무적투자(FI)까지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PEF운용사다. JP모건 한국총괄대표, CVC캐피탈파트너스 한국회장 등을 지낸 임석정 회장을 비롯해 글로벌 M&A 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운용력이 중심이다. 2019년 KCC, 원익그룹과 컨소시엄을 이뤄 31억달러에 세계 3대 실리콘 기업 모멘티브를 인수했으며, 지난해 말엔 SKC가 영국 실리콘 음극재 기업 넥시온에 투자하는 거래를 지원했다. 이 외에 비제바노와 셀트리온에 투자했으며, LG의 ZKW 인수 등 대기업의 해외기업 M&A 거래에서 자문 응대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한국 바이오 기업의 미국 본토를 겨냥한 M&A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지주는 지난 5월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뉴욕주 생산공장을 약 2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미국 델라웨어에 세워진 롯데바이오로직스 현지 법인이 이 공장의 최종 양수인이 될 전망이다. 지난 4월엔 GC셀이 GC(녹십자홀딩스)와 함께 미국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바이오센트릭 주식 1000주를 약 900억원에 취득한다고 밝혔다. 2018년 미국 CDMO 엠팩을 7000억원 이상의 금액으로 인수했던 SK그룹도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을 통해 다양한 M&A를 검토 중이다.

[박창영 기자 / 강두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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