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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상 중국인과 만났을 때, 말 아끼는 게 좋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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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 같은 말 다른 뜻] 두 나라의 '흥정'은 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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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흥정, 중국의 토가환가.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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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흥정' : 물건을 사거나 팔기 위해 품질이나 가격 따위를 의논함.

중국 '흥정(토가환가, 討價換價)': 물건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서로 가격을 토의하여 원래의 가격으로 되돌리는 일.


한국에선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여라' '흥정하는 맛에 물건 산다' 혹은 '깎는 재미에 물건 산다'는 표현을 쓴다. 한국의 흥정은 물건값을 깎는 '치열한' 행위가 아니다. 재미있고 즐겁게 물건을 산다는 낭만적 요소가 있다. 글자처럼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흥'이 나서 '정'을 나누는 것이다.

중국에선 흥정을 토가환가(討價換價) 또는 강가(講價)라고 한다. '토가환가'는 서로 가격을 토의해 원래의 가격으로 되돌린다는 의미다. 그리고 '강가'는 서로 가격에 관해 연구한다는 뜻이다.

한국 사전에서 흥정은 물건을 사거나 팔기 위해 품질이나 가격 따위를 의논하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반면 중국 사전에서 흥정(토가환가, 討價換價)은 파는 사람은 높은 가격에 팔려고 하고 사려는 사람은 낮은 가격에 사려고 하는데, 이 경우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그 가격을 두고 논쟁해서 담판을 짓는 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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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싸움과 같이 격렬한 흥정 모습. ⓒ 중국 바이두




1911년 청나라가 망하고 중국 마지막 황제 푸이가 자금성에서 쫓겨날 때, 환관들이 황제에게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을 세 가지를 가르쳐 줬다.

첫째 흥정하는 법, 둘째 돈을 다루는 법, 셋째 궁중 용어가 아닌 보통 중국인이 사용하는 일반 용어였다. 황제 푸이는 어려서부터 궁궐에서 자랐기 때문에, 궁궐 밖 보통 중국인의 생활 방식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궁궐에서 쫓겨나는 푸이에게 바깥세상, 즉 보통 중국인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줬던 것이다. 그중 첫 번째가 흥정이다.

중국에서 흥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일화다. 어려서부터 중국에서 살지 않은 한국인도 당연히 사업이나 업무 목적으로 중국인과 상담할 때엔 중국식 흥정을 알아야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된다.

한국인이 중국인을 처음 만나 상담하는 전형적인 모습은 이렇다. 첫째 '우리는 이러이러한 사람입니다'라는 소개다. 본인이 사업가면 상품을, 직장인이면 소속 기업을, 공무원이면 소속 부서를 소개한다. 둘째, '우리는 이러이러한 일을 희망합니다'고 말하는 것. 사업가면 상품 거래를, 직장인이면 프로젝트를, 공무원이면 협력 사업을 말한다. 셋째,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세부 거래 내역입니다'라는 제안이다. 사업가면 상품 거래 가격을, 직장인이면 프로젝트 예산 범위를, 공무원이면 협력 사업 비용을 말한다.

정리하면, 한국인들은 중국인과의 첫 상담 자리에서 통 크게 한번에 다 말한다. 물론 협상의 여지를 위해 원래 예상하는 가격, 예산, 비용에서 얼마 정도는 여유분을 더하거나 제해 두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한국인의 제안을 들은 중국인은 한국인의 의도와 다르게 전혀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어린이 필독서 <증광현문>에는 '처음 만나는 사람과는 서로 인사하고, 자신을 소개하고, 만나는 목적을 이야기하는 등 고작 세 마디 정도 하는 것이 고작이니, 가슴 속에 있는 모든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逢人且说三句话,未可全抛一片心)'는 격언이 있다. 많이 만나서 상대방을 확실하게 알기 전까지는 신중하게 말하라는 의미다.

이에 반해 한국인은 이해관계가 걸린 일로 누군가를 만나는 경우, 빠른 시간 안에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만나자마자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즉 가지고 있는 패를 다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한국인을 겪어본 중국인은 '한국인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不分场合 有话直说)'면서, 한국인은 상대하기 쉽다고 말하기하고도 한다.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한국인은 신중하지 못하고, 심지가 깊지 못한 가벼운 사람이라는 의미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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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장사의신 관우가 칼을 들고 가격을 깎는 그림. ⓒ 중국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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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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