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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작업 중 노동자 차에 치여... 도로점용허가 없이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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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고 당한 지역난방안전 소속 김씨 "후유증 있지만 생계 때문에 출근, 인원 충원해야"

오마이뉴스

▲ 지난 6월 8일 오전, 고양시 덕양구 원흥동 인근 3차선 도로 위 맨홀 속에서 열수송관 점검 작업을 마치고 나온 지역난방안전 소속 노동자 김아무개(33)씨가 달려오던 차에 치였다. 사고당시 동료 노동자가 찍은 사진. ⓒ 지역난방안전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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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8일 오전, 고양시 덕양구 원흥동 인근 3차선 도로. 도로상의 맨홀 속에서 열수송관 점검 작업을 마치고 밖으로 나온 지역난방안전 소속 노동자 김아무개(33세)씨가 달려오던 차에 치였다. 앞에 있던 신호수 A(27)씨가 견광봉으로 작업중임을 알리고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키 182cm, 몸무게 100kg로 거구인 김씨가 공중에 붕 떠 2~3m를 날아갔다. 땅바닥에 쓰러진 김씨는 의식을 잃었다.

병원으로 이송된 김씨는 뇌출혈 증세까지 보였지만, 천만 다행으로 12시간여 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 함께 작업을 했던 B(49)씨는 "큰일이 난 줄 알았는데 정말 다행이다. 기적 같다"며 가슴을 쓸었다. 입사한 지 1년 밖에 안 된 A씨는 눈 앞에서 사고를 목격한 뒤 아직까지 악몽에 시달린다고 했다.

노동자들은 해당 위치의 맨홀 작업이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래서 통상 2인 1조로 이뤄지는 다른 현장과 달리 3인 1조 작업을 진행했다고 했다. 노동자들이 '알아서' 위험에 대처했음에도 인명 사고로 이어질 뻔한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그동안 안전을 위해 필수적인 '도로점용허가' 신청조차 하지 않아왔다. 도로점용허가 신청에 드는 비용은 1제곱미터 당 150원에 불과하다. 노조는 도로점용허가 신청과 '4인 1조' 작업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한 인력을 충원하라고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지역난방안전은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김경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지역난방안전지부 사무국장은 7일 통화에서 "현장점검 노동자 정원이 187명인데, 현재 14명이나 결원이 발생한 상태"라며 "인원 충원이 안 되면 노동자들이 바빠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사고 위험도 높아진다"고 했다. 김 국장은 또 "노조는 2018년에 지역난방안전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도로점용허가를 받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해왔지만, 회사가 이를 거부해왔다"라며 "목숨이 달렸는데 단돈 150원이 아까운 거냐"고 했다.

회사가 움직이지 않자 노동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론화에 나섰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공공기관이 안전을 위해 세운 자회사에서조차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라며 "2018년 열수송관 파열과 같은 사고가 재발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역난방안전' 뿐만 아니라 모회사인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노동환경 개선과 안전대책 마련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지역난방안전'은 지난 2018년 고양시 백석역 인근에서 열수송관이 폭발, 1명 사망자와 수십명 부상자를 낸 사고 이후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만든 안전관리 전담 자회사다.

사고 후에도 출근한 김씨 "먹고 살아야 해서... 안전 더 신경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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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8년 12월 고양시 백석역 인근지하에 매설된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열수송관이 파열돼 1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사진. ⓒ 고양신문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김씨(33)는 지난 6월 16일 퇴원, 6월 20일부터 곧장 출근을 시작했다고 한다. 사고 후유증으로 아직 발작 증세에 시달리고 시력도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지만 "당장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3년째 맨홀 점검 작업을 하고 있는 김씨는 사고 전 결혼을 준비 중이었다고 했다. 김씨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 현재 몸 상태는.

"일단 눈이… 상이 두 개로 맺히는 증상이 있다. 처음에 사고 났을 땐 정말 심했는데 지금은 다행히 빈도가 많이 줄긴 했다. 단기기억상실증도 있다. 요일 개념이 헷갈린다. 예를 들어 오늘이 무슨 요일이냐, 하면 잘 안 떠오른다. 또 목 주위도 심하게 아프고. 누워있거나 특정 자세를 취하면 갑자기 몸에 힘이 쭉 빠지고 정신이 안 차려진다. 퇴원하고 얼마 안 됐을 때인데, 난생 처음 자다가 발작이 나서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도 있었다. 다음주에 다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 사고 당시 상황은 어땠나.

"전혀 기억이 안 난다. 맨홀에 들어가 열수송관 시설 작업을 했고, 다 하고 나서 철수하는 도중에 사고가 난 건데… 갑자기 기억이 뚝 끊겼고 일어나 보니 병원이었다. 만약 그 기억이 생생하다면 지금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회사에 다시 출근하지 못했을 것 같다. 머리가 알아서 기억을 지운 것 같다. 아직까지도 일부러 사고 현장 사진을 안 보고 있다. 경찰에서도 한 번 보러 오라고 연락을 받았는데, 보고 나면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아서…"

- 많이 놀랐겠다.

"제가 사실 결혼을 준비 중이었는데, 사고 때문에 다 연기됐다. 약혼자는 뇌출혈이 있다는 얘길 듣고 제가 죽은 줄 알았다더라. 다들 기적이라고 하는데… 제가 몸이 좀 큰 편이라 운 좋게 살은 것 같다. 하지만 누가 알아주나. 결국 출근해서 돈 벌어야 한다. '외벌이'인데 병가를 내면 임금의 70%밖에 못 받는다고 해서…"

- 그 현장이 유독 위험하다고 들었다.

"그 전에도 다른 분이 거기서 사고가 난 적이 있다. 저희가 하는 일 자체가 사실 좀 위험하다. 평소에도 집중 안 하면 100% 다친다. 특히 차도 위에 맨홀이 있는 경우는 더 위험한데, 사고가 난 곳은 언덕을 지나서 내리막이 있고 도로도 커브길이라 많이 위험한 곳이었다. 그래서 거기 갈 때마다 조심하자고 얘기하긴 하는데…"

- 이 일을 얼마나 했나.

"2019년 11월부터 시작했다."

- 이전에도 사고가 난 적이 있나.

"없다. 처음이다."

- 현장에 필요한 안전관리 개선책이 뭔가.

"보통 다른 업체의 경우 이런 작업에는 4인 이상이 붙는다. 맨홀 속에 들어가서 작업하는 인원이 두 명, 신호수 한 명, 도로 위 상황과 맨홀 상황을 함께 점검하는 관리 인원이 최소 한 명은 필요하니까. 차선이 좁은 경우에는 신호수가 두 명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렇게 되면 맨홀 안에 1명이 작업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 위험하다. 4인 1조 작업을 위해선 인원 충원이 필요하다. 회사에서 안전 관리에 신경을 더 썼으면 좋겠다."

- 산재 처리는 됐나.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서 아직 산재 신청을 못했다. 회사에서 처음에는 산재 처리를 해주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또 말이 달라지는 것 같더라. 지금은 사고 가해자의 자동차 보험으로 치료받고 있는 상황이다."

김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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