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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재명의 ‘당대표 출마 고심’ 한달…침묵 속 광폭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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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원 뒤 한달간 의원 수십명 만나

17일 후보등록 임박해 출마선언할 듯


한겨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오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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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이 들끓던 지난달 7일 국회 의원회관에 처음 얼굴을 비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이재명 대세론’ 속에 등원 한 달을 맞았다. 공개 활동은 최소화했지만 물밑에선 당 안팎의 인사들과 두루 만나며 당권 도전의 명분을 쌓은 시간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날 민주당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최종 결심만 남았을 뿐 이 의원은 전당대회에 당대표로 출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친이재명(친명)계 좌장으로 이 의원과 전당대회 출마를 조율해왔던 우원식 의원이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제가 선택해 이재명 대통령후보 경선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입장에서 이 의원과 전당대회에서 경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이 의원은 전당대회 후보 등록일인 오는 17일에 임박해서야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친명계에선 박찬대 의원 등 재선급 주자가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해 러닝메이트 구실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한 달 민주당의 관심은 오로지 ‘이재명 출마’에 쏠려 있었다.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 속에서도 출마만 하면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등원 첫날부터 당권 도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이 의원은 입장을 함구한 채 당 안팎의 인사들과의 스킨십에 집중했다. 등원 일주일만인 지난달 14일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선수와 계파를 가리지 않고 만난 인사가 수십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비주류 대선후보’를 넘어 민주당의 ‘정치적 지도자’로 내실을 다지려면 동료 의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측근들의 조언을 받아들인 결과다. 한 친명계 의원은 “이 의원이 여의도의 공기나 국회 문화가 본인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꼈을 것”이라며 “대선 경선, 본선 과정에서 의원들과 가깝게 대화할 시간들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등원 후에 소통에 집중한 듯 하다”고 전했다.

다만 진정성 있는 소통의 과정이었는지를 두고는 물음표가 달린다. 지난달 23일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공개적으로 이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진 것을 비롯해, 당내 원로 등 여러 인사들이 다양한 경로로 출마 자제를 당부했음에도 출마 초읽기에 들어간 까닭이다. 유인태 전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5년(뒤 대선)이라는 마라톤을 뛰는데 지금 100m 달리기를 하는 것 같다”며 “모양 빠지는 인천 계양을에서 배지 달아서 또 대표로 숨 가쁘게 가서는, 설사 대표가 된들 5년이라는 긴 레이스를 순항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침묵하며 ‘경청 행보’를 표방하는 동안 정작 전당대회 경선 ‘룰’ 세팅을 두고 친명계 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리며 대리전을 치렀다. 관망하는 이 의원을 두고 비이재명계에서는 “전당대회가 합리적인 토론보다 소모적 논쟁이 되어가는 것 같다”(장철민 의원)며 서둘러 거취를 밝히라는 주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 의원의 대세론이 굳어가면서 그간 당내에서 수적 열세에 놓여 있던 ‘이재명계’의 몸집은 불어나고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의 공백으로 계파 간 구분이 느슨해진 가운데, ‘변방’을 자임해온 이 의원이 명실상부한 당내 주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앞서 5일 당 지도부의 전당대회 룰 수정을 비판하며 친명계를 중심으로 작성한 입장문엔 의원 63명이 이름을 올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을 모두 이재명계라고 할 순 없겠지만, 이재명에 대해서 우호적인 사람들이라고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 같다”며 “이낙연계 일부를 제외하고는 반이재명계 진영도 힘이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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