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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경제 뭘로 살리나"…경기 꺾이는데 되레 허리 졸라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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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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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충북 청주 서원구 충북대학교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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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이어진 확장재정 기조에 급제동을 건 것은 이미 나랏빚이 심각한 수준으로 불어났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코로나19(COVID-19) 사태 속에서 재정지출 확대를 바탕으로 경기 둔화를 막아왔다는 점에 비춰볼 때 '건전재정' 기조로의 전환은 자칫 경기 하강을 가속화하고 향후 경기부양의 카드를 스스로 버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충청북도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4대 재정정책 방향 중 하나로 '건전재정 기조 확립'을 제시했다.

정부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하로 관리하는 '재정준칙'의 법제화, 강력한 지출구조조정 등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본예산 기준 2017년 약 400조원이었던 연간 재정지출 규모를 5년 사이 607조원 수준으로 200조원 넘게 확대하고 수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해온 것과 대비된다.

정부가 이처럼 재정지출 기조를 급격히 전환하기로 한 것은 지난 5년 동안 나랏빚이 급격히 불어나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660조2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올해 1075조7000억원(1차 추경 기준)으로 5년 만에 415조원 넘게 불어났다. 같은 기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6%에서 50.1%로 14%포인트(p) 가까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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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이 선진국과 비교할 때 비기축통화국의 평균 수준에 임박한 것이라고 밝혔다. IMF(국제통화기금)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2020년 48.9%에서 올해 52%로 높아졌지만 같은 기간 비기축통화국의 평균 국가채무비율은 55.8%에서 54%로 낮아져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 등 기축통화국의 평균 국가채무비율은 2020년 95.2%에서 올해 90.2%로 낮아졌다.

최상대 기재부 1차관은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사전브리핑에서 "국제기구나 신용평가사와 협의를 할 때 더이상 재정건전성이 우리의 강점이 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연례협의회 등에서 신평사, 국제기구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향후 한국 정부의 재정건전성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과 계획이 국가신용등급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메시지로 의사 표시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시장경제·자유를 중요시 하는 것도 재정정책 기조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 재정 투입을 통한 정부 주도 경제 성장을 지향했다면 윤석열 정부는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규제개혁 등을 통해 민간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에 권오현 삼성전자 상근고문,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등 민간 전문가가 발제·토론에 참여한 것도 이런 정책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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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충북 청주 서원구 충북대학교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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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을 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직접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사태 속에서 다른 국가와 비교해 비교적 양호한 GDP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된 2020년 우리나라 실질 GDP는 -0.7%를 기록했는데 지출 측면에서 정부와 민간의 기여도는 각각 1.1%p, -1.8%p에 달했다.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역성장 폭을 크게 줄였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는 전년도 역성장 기저효과와 수출 호황 영향으로 실질 GDP가 4.1% 증가했는데 정부의 기여도는 0.7%에 달했다.

현재 우리나라 경기는 하강 국면에 가까워지고 있다. 세계적인 물가 급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은행,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국내외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민간의 경기 활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출 규모마저 축소해버리면 올해 GDP 성장률은 정부가 대폭 하향 조정한 2.6%마저 밑돌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역시 이런 우려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재정지출을 축소하더라도 규제개혁 등을 통해 민간의 활동을 지원하면 경기 대응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최상대 차관은 사전브리핑에서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시 경기 대응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언론의 지적에 "일리 있는 말"이라면서도 "현재는 물가 안정과 경제 안정화에 상당히 방점을 두고 있으며 지금까지 과다하게 운영됐던 확장적 재정운용을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하면서 긴축 방향으로 가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내년도에 '정부의 기여도를 어느 정도 가져갈 것이냐'는 것이 이슈가 될 수 있다"며 "새 정부의 경제정책 패러다임은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 즉 민간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낸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규제 혁파 등을 통해 민간 쪽에서 주도적으로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체계로 전환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정부의 기여는 지금까지 해왔던 수준보다는 조금 줄이고 (이를 통해 확보한) 여력을 지속가능한 재정 확립을 위해서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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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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