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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이준석 리더십 이미 붕괴, 지지 의원 10명”…‘자진 사퇴’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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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조사서도 “자진 사퇴해야” 51.8%

한겨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첫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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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윤리위)가 7일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징계 여부를 심의한다. 집권 여당 대표의 윤리위 회부라는 초유의 사태에 당 내부에선 윤리위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이 대표의 리더십이 사실상 붕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징계 수위는 ‘경고-당원권 정지-탈당 권고-제명’ 등 4단계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당원권 정지’ 이상의 징계를 받을 경우, 이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낮은 단계인 ‘경고’가 나오더라도 당내에서는 ‘일부 혐의 인정’과 같은 뜻으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이 대표에게 당내 혼란을 야기한 책임을 물어 사퇴 요구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소리가 나온다. 대선 때부터 이 대표에 대한 당내 불만이 누적돼 온 데 따른 것이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선 때인 1월 초,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사퇴한 직후 의원들을 대상으로 이 대표에 대한 탄핵 여부를 두고 조사해봤더니 80% 가까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대선 당시 국민의힘 의원은 109명이었기 때문에, 80%로 환산하면 이 대표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은 87명 정도가 된다. 대선 과정에서 이 대표가 선거대책위원회 운영 방향 등을 놓고 ‘친윤계’(친윤석열계)와 갈등을 빚으며 초유의 당 대표 잠적 사태를 연출하는 등 분란 상황을 만든 데 대한 불만이 누적됐다는 취지다. 박 의원은 “이후에도 이 대표가 의원들의 마음을 돌릴만한 행동이나 언어를 보여주지 못해, 그때보다 상황이 더 악화했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이후까지 당내 갈등 상황이 이어지면서, 당 안에선 이 대표를 지지하는 의원 수가 지난 1월 조사 때보다 더 줄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내부에서 파악해보니 지금 이 대표를 따르는 의원은 10명 정도”라고 말했다. 10%(현재 국민의힘 의원 수 115명)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징계가 이뤄질 경우, 이 대표는 한동안 억울함을 호소하는 여론전을 펼칠 것”이라면서도 “경제도 어렵고 당 상황도 복잡한데 국민들이 이 대표의 얘기만 듣고 있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 대표로서 신중치 못한 행동, 과도한 언론 노출, 젠더 갈라치기 등 이 대표의 노선과 행태에 문제가 있었다”며 “특히 성 접대 징계 건에만 집중해서 시시비비를 가리면 될 일을, 갑자기 ‘간장(안철수-장제원 연대) 한 사발’로 당내 권력투쟁으로까지 전선을 확대해버림으로써 사면초가에 빠진 건 이 대표의 전략적 실패”라고 말했다.

이 대표에 대한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의 의뢰로 지난 4~5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이 대표의 사퇴와 관련해 조사(95% 신뢰수준 ±3.1%포인트)한 결과, ‘이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33.8%로 가장 많았다. ‘임기인 내년 6월까지 대표직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은 10%포인트 이상 적은 23.3%에 그쳤다, ‘당 윤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의견과 ‘경찰 수사를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은 각각 20.7%, 17.8%였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자 중에서도 ‘이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냐 한다’고 답한 이들이 31%로 가장 많았다.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2~4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서도 ‘징계 여부 논의 대상이 된 이 대표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51.8%로 ‘자진 사퇴할 필요 없다’는 응답자(40.5%)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물론 윤리위가 이 대표의 소명을 들은 뒤 징계 의결을 한 차례 더 미루거나 이 대표의 지시를 받고 증거인멸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만 징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이 경우, 당내 내홍이 더 깊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그렇게 되면 윤리위가 명분 싸움에서 밀리게 되기 때문에 이 대표가 그 호기를 가만히 둘 리가 없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징계가 나오지 않게 되면 당내 분란이 계속 커지고 혼란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집권 초기에 여당 내 분란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한 피로감이 모두를 힘겹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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