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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유류세 50% 인하 군불때기] 체감 효과 없는데…세수감소 15조 각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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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핀셋지원 등 보다 정교한 정책 필요"

아주경제

휘발유·경유 가격 8주 연속 상승…유류세 인하폭 확대에 하락 전망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6월 다섯째 주(6.26∼30)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21.9원 오른 L(리터)당 2천137.7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전날부터 유류세 인하 폭이 30%에서 37%로 확대되면서 오름세는 꺾인 상황이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실제 주유소 판매 가격에 온전히 반영될 때까지는 약 1∼2주가량의 시차가 발생하는 만큼 다음주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내림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알뜰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차량에 주유하는 모습. 2022.7.3 ryousanta@yna.co.kr/2022-07-03 14:40:58/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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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화를 이유로 유류세 인하 폭을 50%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유가가 이미 오를 대로 오르면서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쉽지 않은 데다 1년 세수감이 15조원에 달할 수 있어 유류세 인하에 대한 보다 정교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올해만 세수감 8조인데…유류세율 조정 움직임

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유류세가 20% 인하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개월간 세수감소분은 2조5000억원, 30%가 인하된 5~6월엔 1조3000억원, 인하 폭이 법정 최대한도인 37%까지 올라가는 7~12월엔 5조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11월분과 내년으로 귀속되는 올해 12월분을 빼더라도 올해에만 약 8조원의 세수가 줄어드는 셈이다.

유류세를 50%까지 인하하면 1년 동안 정부의 세입 감소는 총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국회가 여야 할 것 없이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움직임에 나선 것은 물가가 매섭게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령으로 조정할 수 있는 유류세율을 현행 30%에서 70%로 늘릴 수 있도록 개정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측에 유류에 적용하는 탄력세율 범위(30%에서 50%까지 확대)를 넘어선 법적 기준이다.

여야는 고물가·고유가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유류세 인하 법안을 7월 임시국회 최우선 입법과제로 놓고 처리할 전망이다.
1일부터 유류세 인하 37% 적용…체감 효과는 '글쎄'

다만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유류세 인하가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와 경유 평균 가격은 전날보다 각각 3.75원, 2.65원 내린 리터(ℓ)당 2110.1원, 2145.94원이다.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조치 시행 직전인 6월30일 휘발유가 2145원, 경유가 2168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6%, 1.0% 내리는 데 그쳤다.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조치로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던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 상승세가 지난 1일을 기점으로 일단 꺾이긴 했으나, 하락 폭은 시장과 소비자들의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한석유협회 등에 따르면 이번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조치로 ℓ당 휘발유는 57원, 경유는 38원의 가격 인하 요인이 생겼지만 유류세 인하분이 실제 판매가에 반영되기까지 1~2주의 시차가 발생한다.

석유제품은 정유공장에서 나와 주유소로 유통되기까지 통상 2주가 걸리며, 유류세는 정유공장에서 반출되는 순간 붙는다.
유류세 인하 혜택, 고소득자 1만2143원 vs 저소득자 199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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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유류세율을 활용한 기름값 안정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유류세 인하는 고소득자일수록 혜택을 많이 받는 데다 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높여 기후위기 대응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지수의 소득분위별 운송기구 연료비에 따르면 소득 1분위(하위 10%) 가계는 평균 1만8642원의 연료비를 지출한 반면 소득 10분위(상위 10%)는 18만1193원의 연료비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류세 인하 혜택은 연료비 지출액에 비례해 커진다는 점에서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더 큰 혜택을 보는 셈이다.

임상수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류세를 최대 인하하는 경우, 소득분위 1분위가 1990원의 혜택을 입는 반면 5분위는 1만2143원의 혜택을 입는다"고 설명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유류세 인하는 상대적으로 유류 소비량이 많은 고소득 가구에 더 큰 혜택이 돌아가는 역진적인 정책"이라며 "일시적으로 세율을 낮춰 유가 부담을 낮출 수는 있지만 기조적인 정책수단으로 사용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사례 살펴보니…대중교통 중심 정책 추진

해외에서는 고유가 시대 유류비 인상으로 고통받는 국민 전반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뿐 아니라 대중교통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의 9유로 티켓 정책, 뉴질랜드의 반값 대중교통 정책, EU의 횡재세 논의가 대표적이다.

독일 정부가 6월부터 3개월 동안 시행하는 9유로 정책은 9유로만 내면 한 달 동안 전국의 근거리 대중교통을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뉴질랜드 정부도 독일과 비슷하게 지난 3월 3개월 동안 모든 대중교통 요금을 절반으로 줄이는 정책을 발표했다. 고유가뿐 아니라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대중교통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 5월 올가을 에너지 가격 인상에 대비해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기업에 대해 25%의 횡재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계획에 따르면 약 50억 파운드(약 7조8580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세수는 에너지 보조금 등의 지원 정책에 활용될 예정이다.
우리도 과감한 대중교통 정책과 선별적 환급정책 필요

이 때문에 우리 정부에서도 단순히 유류세 인하를 중심으로 짜여있는 현재의 고유가 대책에서 벗어나 과감한 대중교통 정책과 선별적 환급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중교통 활성화는 고유가 시대 불필요한 유류 사용을 줄일 수 있고, 기후 위기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불편한 대중교통 체계가 개선되면 대중교통으로 유입된 이들을 이후에도 계속 대중교통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수 서민과 화물운송, 장애인, 저소득층을 위한 선별적 환급정책도 수립돼야 한다.

또한, 화물차와 승용차에 대한 전기차 전환 지원, 전기차 충전기 설치 확대 등 수송부문 전환과 인프라 지원에 대한 지원책들이 현재보다 더욱 과감하게 보강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역진성을 해소할 수 있게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이나 화물운임 등에서 유가 상승의 부담이 일방적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가이드를 하는 정책이 목적 달성에 보다 적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되는 세율인하와 같은 단순·분산형 지원 방식보다 생계형이나 경제적 취약계층 소비자를 중심으로 지원 대상을 한정해 보조금이나 바우처를 지급하는 것과 같은 집중형 지원 방식이 형평성과 효율성,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주경제=안선영 기자 asy728@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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