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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시론]법은 지키면서 사업을 하자는 단순하지만 당연한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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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원래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가들은 이해관계를 가진 사업가들을 비판하는 데 소극적이다. 그 과정에서 얻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루나 사태 이후 필자는 죄책감이 들었다. 명백한 폰지 사기를 사전에 더 강력히 비판했다면 피해자를 몇 명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이유로 오늘은 당연한 이야기를 강력하게 해보려 한다. 이 글로 조각투자 산업이 조금이라도 정상화되기를 소망하면서 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필자는 이 글로 얻을 이익이 없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필자의 의견이고 반박 시 당신 말이 옳다. 필자는 그저 여러 사람과 가정들을 파멸의 위험으로부터 지키고 싶을 뿐이다.

뮤직카우의 증권성 발표 이후 많은 조각투자 업체들이 홈페이지에 자신들의 서비스는 금융상품이 아니라고 공지했다. 내세운 이유가 완전히 납득되지는 않았지만, 회사가 소비자와 투자자에게 하는 약속이기에 필자는 나름의 근거가 있겠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조각 투자 업체가 업계 최초로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했다고 홍보했다. 이에 필자는 혼란을 느꼈다. 불과 한 달 전에 자신의 소비자와 투자자에게 우리는 금융상품을 팔지 않는다고 공지한 회사가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금융은 아니지만 혁신금융은 맞다?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대중에게 큰 웃음을 주기 위해 개그를 하는 걸까? 진지하게 고민해봤다.

이 회사의 행동만을 놓고 보면 논리적으로 다음 둘 중 하나는 사실이어야 한다. 공지를 허위로 해 소비자와 투자자를 속였다거나, 금융이 무엇인지를 모른다거나. 어느 쪽이건 문제다.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오류가 있는 공지를 한 것이라면, 불확실성이 크고 위험이 커 신뢰가 핵심이 되는 혁신산업의 특성상 이 공지로 인해 회사는 신뢰할 수 없게 돼버린다. 만약 금융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면 이 회사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 안 된다. 이런 걸 우리는 자승자박, 그리고 모순이라고 부른다.

비즈니스는 자신의 회사에 투자해준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의 기업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당연하게 지켜야 할 법을 지키지 않기 위한 비정상적인 모습은 매우 안타깝고 또 마음 아프다. 회사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 그런 행태를 보이는 회사를 믿었던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에게 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자본시장법을 지키면 된다. 그러면 명백한 금융을 금융이 아니라고 공개적으로 변명하는 이상한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 또, 법을 어기지는 않았지만 특정 기간 규제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주는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하는 모순적인 행동을 할 이유도 없게 된다. 그리고 증권사와 현재 법 테두리에서 불가능한 증권형 토큰(STO) 발행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보여주기식 행동을 할 이유도 없게 된다.

그냥 법을 지키면 이렇게 자꾸 빙빙 돌리면서 투자자와 소비자들에게 신의 성실하지 못할 이유가 모두 사라진다. 그리고 투자자들을 위해 자신의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일을 하자는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날이 오기를 필자는 희망한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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