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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헌재 "보이스피싱 이용된 계좌, 지급정지 타당…재산권 침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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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기 지급정지 관련 헌재 첫 판단

"재산권 제한, 공익에 비해 중하지 않아"

"법익 균형성에 위배된다" 반대의견도

이데일리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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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범죄와 무관한 사람의 계좌라고 해도 보이스피싱 등 통신사기에 사용됐다면 지급정지 등의 제한을 받는 것이 정당하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사기 이용 계좌의 지급 정지를 규정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조항이 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제기된 헌법소원을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기각했다고 7일 밝혔다.

지급정지가 이뤄진 사기 이용 계좌 명의인의 전자금융거래를 제한하는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은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청구인 A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장모씨에게 문화상품권을 판매했고 A씨 명의 계좌에 장모씨 명의로 82만8000원이 입금됐다.

그러나 사실은 보이스피싱 범인에게 속은 피해자 B씨가 A씨 계좌에 장모씨 명의로 송금을 한 것이었다. B씨는 송금 직후 금융사에 피해구제 신청을 했다. 이에 따라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A씨 명의 계좌는 지급정지됐다. 뿐만 아니라 A씨의 다른 금융사 계좌도 모두 전자금융거래 제한 조치가 이뤄졌다.

A씨는 문화상품권 판매대금으로 82만8000원을 입금받은 것이라는 점을 소명하며 이의제기를 신청했지만 일부 제한 조치가 해제되지 않자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관련 조항들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헌재는 지급정지 조항으로 인해 통신사기와 무관한 계좌 명의인의 재산권이 일시적으로 제한될 수는 있지만 그 제한의 정도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자를 실효적으로 구제하려는 공익에 비해 중하다고 볼 수 없다며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전기통신금융사기는 범행 이후 피해금 인출이 신속히 이뤄질 뿐만 아니라 범인이 동일한 계좌를 이용해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여러 차례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계좌 명의인이 입금받은 돈에 대해 정당하게 취득한 것임을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해 이의제기를 하면 지급정지가 해제될 수 있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고, 지급정지 종료가 부당하게 지연돼 계좌 명의인이 손해를 입는다면 금융사를 상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다만 유남석·이은애·이미선 재판관은 반대의견에서 “지급정지 조항은 현실적 피해자인 명의인의 재산권 보호보다 잠재적 피해자의 재산권 보호를 우선시하므로 법익의 균형성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 사건은 헌법재판소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지급정지 및 전자금융거래 제한 조치에 대해 처음으로 판단한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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