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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서 첫 '원정강습단장' 우리 해군…미군에게 준 '지휘봉'[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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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태평양훈련(RIMPAC), 뜨거운 현장을 가다
50년 넘게 이어진 태평양 일대 나라들 해군 연합훈련
우리 해군 함정 4척에 특수부대와 해병대 중대급 병력 등 최대 규모 참가
다국적 연합 강습상륙작전부대 CTF-176 총지휘관 안상민 소장
"한국군에 원정강습단장 맡기는 건 사상 처음"
미군도 연합훈련에서 실증해본 적 없는 작전, 우리 지휘관 밑에서 실험
마라도함엔 미 해병대 오스프리 착함해 전개·운용도
세종대왕함·문무대왕함·신돌석함에서도 장병들 준비에 여념없어
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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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기자
오른팔에 태극기, 옷깃에 소장 계급장을 단 우리 해군 제독이 옆에 있는 미 해군 3원정강습단장 웨인 베이즈 준장에게 지휘봉을 건넸다. 림팩 원정강습단장 겸 한국군 환태평양훈련전단장 안상민 제독은 "이 '등채'는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무장에게 주어지는 지휘봉이며, 전장에 나가기 전 왕이 지휘관들에게 하사했던 물건"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이 지휘봉을 선물하는 이유는 림팩 훈련 기간 동안 기동전대(CTG) 지휘관들이 소신있게, 그리고 작전 절차에 맞게 잘 지휘하라는 그런 의미"라고 설명했다. 등채를 받아 든 다른 미 해군 대령은 영어로 "대장(boss)으로 모시겠다"고 말하며 웃음지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지난 6월 29일부터 미국 하와이 근해에서 열리는 환태평양훈련(RIMPAC) 현장을 찾아, 사상 처음으로 우리 해군이 '원정강습단'의 지휘관을 맡게 된 과정과 함께 임무수행을 위해 땀흘리고 있는 해군 장병들의 고생까지 들여다봤다.



미군, 우리 군에 림팩 '원정강습단' 총지휘 임무 맡겼다


'Exercise RIM of the PACific'의 줄임말인 림팩은 미 3함대사령부가 주관해 1971년부터 격년으로 열리는 태평양 일대 나라 해군들의 연합훈련이다. 주요 목적은 유사시 연합작전을 수행하는 나라들이 서로 원활히 의사소통하며 작전을 함께 수행하는 상호운용성을 높이고, 평소엔 할 수 없었던 여러 훈련들을 통해 해상교통로 보호나 위협에 대한 공동대처능력 등을 증진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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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호놀룰루 미군 진주만-히캄 합동기지에 정박한 우리 해군 마라도함. 바로 뒤쪽에 USS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이 보인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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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호놀룰루 미군 진주만-히캄 합동기지에 정박한 우리 해군 마라도함. 바로 뒤쪽에 USS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이 보인다. 김형준 기자
우리 해군은 1990년 처음으로 참가한 이래 올해가 17번째이며, 역대 최대 규모 병력을 보냈다. 독도급 대형수송함 2번함인 마라도함과 함께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1번함인 세종대왕함,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 문무대왕함, 손원일급(214급) 잠수함 신돌석함까지 함정만 4척에 특수전전단(UDT/SEAL), 해병대 중대급 병력까지 하와이로 먼 길을 떠나 여러 나라들과 다양한 훈련을 벌이고 있다.

특히 올해 우리 해군은 훈련 때 결성되는 다국적 연합 강습상륙작전부대인 176연합기동부대(CTF-176)의 총지휘를 맡아 미국은 물론 호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인도, 멕시코 등 다양한 나라들이 보낸 해군과 해병대 병력을 통합지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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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함에서 바라본 USS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10척이 넘는 정규 항공모함은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을 상징한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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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함에서 바라본 USS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10척이 넘는 정규 항공모함은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을 상징한다. 김형준 기자
본래 미 해군은 항모강습단(Carrier Strike Group)이라는 이름으로 10만톤급 니미츠급 항공모함을 필두로 하는 기동함대를 운용했다. 그런데 항모는 덩치도 크고 출동할 때마다 비용도 비싸게 들며, 육지에 들어가 거점을 점령할 해병대는 별로 고려하지 않고 편제를 짰다는 문제가 있었다.

냉전이 끝나고 현대전의 양상이 바뀌면서 이런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함재기 수십대를 실은 항공모함이 많은 전투기를 날려 보내 한 나라를 붕괴시킬 작정을 하고 전면전을 벌일 일은 줄어든 반면, 그보다는 비교적 적은 항공전력이 지원해주는 가운데 해병대가 직접 투입돼 지역을 점령하고 안정화시켜야 하는 저강도 분쟁은 점점 늘어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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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팩 원정강습단 기함 USS 에식스 강습상륙함.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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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팩 원정강습단 기함 USS 에식스 강습상륙함. 김형준 기자
그래서 미 해군과 해병대는 원정강습단(Expeditionary Strike Group)이라는 편제를 만들었다. 상륙작전을 위해 해병대를 싣고 다니지만 수직이착륙기(STOVL) 운용이 가능해 웬만한 다른 나라 항공모함과 맞먹는 미군 강습상륙함을 중심으로, 이를 호위하는 이지스 구축함과 잠수함 등과 함께 상륙함에 해병대원들을 실어 단시간에 필요한 만큼의 화력을 적지에 투사하는 목적이다. 또, 림팩에 참가하는 나라들이 미국만큼 넉넉하지 않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어 훈련에선 이 편제가 일반화됐다.

이번 훈련에서 조직된 원정강습단의 단장이 바로 우리 해군 환태평양훈련전단장을 맡은 7기동전단장 안상민 소장이다. 즉, 우리 해군 지휘관이 미 해군 강습상륙함 USS 에식스(Essex)함에 탑승해 다른 나라 해군 병력들까지 책임지고 통합지휘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우리 해군 위상 올라갔다"…미군은 새 작전 방식 실험하며 "최선을 다해 실전처럼 임무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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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함 바로 옆에 정박해 있는 마라도함.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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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함 바로 옆에 정박해 있는 마라도함. 김형준 기자
7월 6일 오전(현지시간) 취재진이 찾은 하와이 호놀룰루 미군 진주만-히캄 합동기지. 우리 해군 마라도함은 커다란 미군 함정 2척 옆에 정박해 있었다. 두 척의 정체는 10만톤급 정규 항공모함인 USS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함과 앞서 언급한 에식스함이다. 실제로 현문에선 한국군도 미군 항공모함에, 미군들도 한국군 마라도함에 드나들며 교류를 하고 있었다.

군 관계자는 "사실 미군 항공모함 옆은 모든 나라 함정들이 있고 싶어하는 자리인데 우리 해군 마라도함은 항공모함(링컨함) 옆이자 이번 원정강습단 기함(에식스함) 바로 옆에 정박했다"며, "일본 해상자위대(에서 경항공모함으로 개조하고 있는) 이즈모함도 오긴 왔는데 한참 멀리 떨어져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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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함 비행갑판에서 이번 원정강습훈련의 기함인 에식스함을 뒤로 하고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안상민 환태평양훈련전단장 겸 원정강습단장(해군소장).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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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함 비행갑판에서 이번 원정강습훈련의 기함인 에식스함을 뒤로 하고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안상민 환태평양훈련전단장 겸 원정강습단장(해군소장). 김형준 기자
마라도함 사관실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안 제독은 기자간담회에서 "미 해군이 주관하는 림팩에서 우리 해군이 원정강습단장 임무를 수행하게 된 건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며 "첫째, 대한민국이 미국의 강력한 동맹이라는 점. 둘째, 이미 대한민국 해군의 위상이 많이 올라가 있다는 점. 셋째, 과거 림팩 훈련에서 우리 해군이 눈부신 활약을 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임무를 맡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군은 이번 림팩에서 자신들도 별로 해본 적이 없는 원정전방기지작전(EABO)을 시험해 볼 계획이다. 이는 미 해병대의 새로운 작전개념으로, 2020년 발표된 미 해병대 개편 계획 'Force Design 2030'과 맞물려 있다.

과거 미 해병대는 대규모 보병부대를 바다 건너 적진에 신속하게 투입해 항복을 받아내는 전략기동부대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몇 년씩 이어진 게릴라전은 해병대가 그러한 본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정예 보병부대 수준에 머무르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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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BO 개념도. 미 해병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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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BO 개념도. 미 해병대 홈페이지
여기에 더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점점 커지는 중국과 러시아의 대함탄도미사일 등 비대칭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만든 개편안이 Force Design 2030으로, 전차부대를 아예 없애버리는 등 파격적인 계획으로 주목을 받았다. EABO는 빠르게 기동할 수 있는 해병대 병력을 섬 등지에 공격적으로 침투해 다연장 로켓과 무인기 등으로 거점을 확보하고, 다시 똑같은 방식으로 다른 섬으로 옮겨다니며 아군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 나간다는 개념이다.

문제는 미군도 실전은 물론 연합훈련 때 이런 작전 방식을 실증해본 적이 없다는 점으로, 이번 림팩이 사실상의 국제 데뷔 무대다. 이 작전 자체는 미 해병대 대령을 지휘관으로 하는 176.4 기동전대(CTG)가 맡긴 하는데, 4개 기동전대를 통합 지휘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우리 해군 지휘관 안상민 소장이다.

물론 훈련 상황이라지만 미군이 자신들도 해본 적 없어 더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부대 지휘를 우리에게 맡긴 셈으로, 이는 상식적으로 강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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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륙군(CLF) 176.2 지휘관 미 해병대 데이비드 하트 대령.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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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륙군(CLF) 176.2 지휘관 미 해병대 데이비드 하트 대령. 김형준 기자
실제로 각 나라 해병대 병력들을 지휘하는 상륙군(CLF) 176.2 지휘관 미 해병대 데이비드 하트 대령은 "단순한 연습이 아니라 실제 전쟁에 나가기 전에 임무를 준비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언제 적을 마주할지 모르니 언제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서 전투 능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 군이 지휘하는 원정강습단 전력은 수상함만 8개국에서 온 13척, 상륙군은 9개국에서 온 1천여명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휘함인 에식스함에 무슨 일이 생겨 제 역할을 못하게 되는 경우를 대비해 예비지휘소인 마라도함을 대신 기함으로 쓰는 훈련도 한다. 실제로 마라도함엔 미 해병대 오스프리 2대가 착함해 전개·운용하는 훈련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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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함 비행갑판에는 미 해병대 오스프리가 착함할 자리를 미리 표시해 두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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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함 비행갑판에는 미 해병대 오스프리가 착함할 자리를 미리 표시해 두었다. 김형준 기자
안 제독은 "마라도함이 처음으로 해외 연합훈련에 참가하게 됐는데 원정강습단 지휘함으로서 임무가 가능한지, 또 원정강습작전 플랫폼으로서 효용성이 있는지 검증하겠다"며 "원정강습작전은 광범위하게 보면 국가적 재난에 대비한 인도적 지원작전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독도함이 여러 해상재난사고 등 상황에서 지휘함으로 쓰였던 실제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림팩 훈련은 이달 초까지는 훈련에 쓰일 통신 시설과 절차 등을 점검하고 여러 회의 등을 거쳐 며칠 뒤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마라도함 이외에도 취재진이 찾은 문무대왕함, 세종대왕함, 신돌석함에서도 우리 해군 장병들은 훈련 시나리오 점검 등에 여념이 없는 상태로 무더운 하와이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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