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北에 어떻게 책임 묻나…이대준씨 사망, 외교 대응의 한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부, 北 규탄 등 외교적 대응 과제
유엔 결의안·北에 직접 촉구 등 방법
'남북관계' '인권 침해 주체' 고민도
한국일보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 단장을 맡은 하태경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사 결과 최종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6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활동을 끝냈다. 이후 공은 감사원과 검찰로 넘어갔다. 사건 당시 청와대와 해경, 국방부 등 관련 기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진상이 곧 드러날 전망이다.

반면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에게 총격을 가한 북한은 쏙 빠졌다. 엄연한 민간인 사살임에도 책임을 물을 외교적 대응은 사정이 꽤나 복잡해 보인다. 키를 쥔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의 판단을 예단하기 어려운데다, 꽉 막힌 남북관계를 감안하면 정부의 압박조치가 제대로 통할지 의문이다.

국민의힘 TF는 이날 진상조사 최종 결과를 발표하면서 "앞으로 유엔 등 국제사회를 통한 북한의 책임 규명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TF 단장인 하태경 의원은 미국 의회 청문회 추진과 EU 방문 계획을 공개했다. 물론 정당이 외교의 주체가 되기는 어려운 만큼, 향후 외교안보 당국이 떠맡아야 할 몫이다.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외교적 조치는 두 갈래로 나뉜다. 먼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이번 사건을 포함시켜 국제사회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이후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올해 말 유엔 총회에서 채택될 결의안부터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자연스레 EU가 작성을 주도하는 결의안 초안에도 한국의 입장이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북한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방식이다.

다른 방법은 정부가 북한에 직접 사실관계 설명 등 관련 조치를 촉구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권영세 통일부 장관 역시 "(내부 진상규명으로 부족할 경우) 북한에 요구할 필요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무장 민간인 사살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으로, 당연히 지적해야 할 사안"이라고 줄곧 강조해왔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국제 여론을 등에 업거나 정부가 전면에서 윽박질러도 현실적으로 북한을 옥죌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현재 남북관계는 최소한의 소통조차 단절된 상태다. 북한을 대화로 유도하기는커녕 더 큰 반발만 초래할 수 있다. 무엇보다 2020년 9월 사건 발생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사안인 만큼 북한의 추가 양보를 기대하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북한의 '몽니'를 무시한다고 해도 고민은 남는다. 현재 이대준씨 피격과 관련, 제기되는 의혹들은 주로 우리 정부가 고인이나 유가족에게 행한 인권침해 행위와 관련된 것이다. 반면 북한인권결의안에 담길 만한 내용은 비무장 민간인을 사살한 북한의 인권침해 행위다. 인권침해 주체를 놓고 서로 아귀가 맞지 않는다. 결의안에 담길 내용을 두고 자칫 우리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져 남남갈등만 격해지는 자충수를 둘 수도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지역은 아예 접근할 수 없으니 그간 유엔 등에서도 어쩔 수 없이 한국 내부 문제에 비중을 두고 조사한 측면이 있다"면서 "국제사회가 이번 사건을 어느 선까지 포함시켜 판단을 내릴지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