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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물가의 ‘수요 파괴’… 중고차값 뚝, 신차도 안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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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없어서 못팔았던 테슬라

가격 올리자 국내 재고 250대로

高유가에 소형신차만 판매 늘어

해외 업체들도 판매 감소 뚜렷

신차 공급난으로 한창 몸값이 올랐던 중고차 시세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고유가·고물가로 구매력이 약해진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도체 부족 같은 각종 ‘공급 위기’로 몸살을 앓았던 자동차 업계가 이번에는 ‘수요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6일 국내 최대 중고차 플랫폼인 엔카닷컴에 따르면, 국내 인기 중고차 가격이 연초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출고된 현대 그랜저 가솔린 모델 가격은 올 1월 3435만원으로 올랐다가 이달엔 고점 대비 146만원 내린 3289만원이 됐다. 투싼 가솔린 모델도 지난 1월 3145만원에서 3038만원으로 떨어졌다.

벤츠의 최대 인기 모델 E클래스 중고차는 지난해 5200만원대에서 올 3월 5713만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최근엔 고점 대비 7.2% 하락한 5300만원까지 내려왔다. BMW 5시리즈(4510만원)도 지난 3월(4731만원)보다 4.6% 하락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고유가가 겹치며 구매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며 “지금은 폭풍 전야 느낌으로 하반기엔 시장 침체가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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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가격 폭등하자 재고 쌓여

신차 시장에서도 비슷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없어서 못 산다”던 테슬라조차 재고가 쌓이고 있다. 전국 신차 렌터카·리스 정보를 취합하는 플랫폼 직카에 따르면, 연초만 해도 테슬라는 차량이 입고되면 곧바로 계약돼 재고가 제로(0)였다. 하지만 현재 전국에서 즉시 출고 가능한 테슬라 재고는 250대에 달한다. 테슬라가 지난 3월 가격을 급격히 올린 뒤부터 구매자가 급감한 탓이다.

테슬라는 당시 보급형 세단인 ‘모델3′의 최저가격을 6469만원(롱레인지 버전은 7429만원)으로, 보급형 SUV인 모델Y 롱레인지는 8499만원으로 올렸다. 직카 관계자는 “보급형 차량 값이 7000만원을 넘자 심리적으로 구매 저항이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5월과 6월에도 2차례 가격을 더 올렸다. 현재 모델3 최저가격이 7034만원, 모델Y는 9485만원에 달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인플레가 수요를 억제하는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가 본격화하면서 원자재값도 하락세로 돌아섰다”며 “자동차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차도 안 팔린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대형차 판매가 감소하고 소형차 판매가 늘어나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올 1~5월,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내수 판매에서 경차와 소형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 9% 증가했다. 반면 중형·중대형차 판매는 각각 13%, 38% 급감했다. 특히 SUV 감소폭이 컸는데 중대형 SUV가 40%, 대형 SUV가 29% 감소했다. 제조사 입장에선 수익성이 높은 대형차·SUV 차량 판매가 꺾이자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선 “인플레 탓에 차값 인상이 불가피한데, 수요마저 꺾이면 큰일”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해외 수요도 둔화 조짐이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 자동차 판매량이 감소한 것은 대부분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공급 차질’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최근엔 수요 자체가 꺾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 시각) “지난달 미국 자동차 판매는 높은 신차 가격이 일부 구매자를 시장 밖으로 밀어내면서 11%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현대차와 기아도 6월 미국 판매가 각각 11.7%, 4.9% 감소했다. 소형차를 주로 타는 유럽에서도 긴축이 시작됐다. 현대차의 지난달 서유럽 판매(4만1000대)는 작년보다 23% 감소했다.

[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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