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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으로 설명 어려운 ‘가려움’… 아프기 전 전조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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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속 의학] [20] 무리요의 ‘이 잡는 소년’

조선일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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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1617~1682년)는 17세기 에스파냐 바로크 회화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로 꼽힌다. 풍속화, 성모화, 초상화 등을 그린 다작의 화가였다. 귀족이 아닌 일상 서민의 모습도 화폭에 자주 담았다.

그의 나이 서른셋에 그린 <이 잡는 소년>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 공동의 옛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소년은 밝은 햇살 아래서 뭔가를 손으로 만지고 있다. 헐벗은 아이는 딱 봐도 길거리 소년 거지의 모습이다. 옷과 몸에 달라붙어 있던 이를 잡고 있다. 가려움에 대한 응징이라서, 소년의 표정은 한가롭다. 당시 우리나 그쪽이나 이 잡기는 일상의 위생 놀이였을 터이다.

이는 사람에 기생하는 2~4mm의 작은 벌레로 머릿니, 몸니, 사면발이 등 다양하다. 환경이 청결해지면서 한 때 사라졌는데, 요즘에는 요양원이나 집단 수용 시설 등에서 밀접 접촉으로 감염을 일으킨다. 소량의 피를 빨아 먹어 작은 상처가 나기도 한다. 간지럼이나 가려움이 주된 증상이다.

기실 가려움이나 간지럼은 의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증세다. 구분도 모호하다. 누가 일으키고 어떤 강도로 하느냐에 따라 불쾌감이 될 수도 있고, 쾌감이 될 수 있다. 자기가 일으키면 간지럽지도 않다. 사람 피부에 통각, 압각은 있어도 그런 감각 수용체는 없으니, 신묘한 증상이다.

문국진 고려대의대 법의학 명예교수는 사람이 진화되는 과정에서 아픔을 대신할 감각으로 가려움이 생겨나고, 간지럼은 가려움의 전조라고 해석했다. 이나 벼룩이 붙으면 처음에는 간지럼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은 해로운 것(아픔)이 왔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로 작용하고, 그것을 감지 못하여 쏘이거나 물리면 그 자리에는 가려움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흔히 하는 말 중에 “재수 옴 붙었다”는 말이 있다. 진드기 옴이 전염성이 크고, 치료하기 까다롭고, 밤에 가려움으로 고통을 주기에, 정말 싫어서 나온 말일 게다. 그래도 가려움은 낫다. 그곳을 긁어주면 기분이 좋아지니 말이다. 가려움, 아프기 전에 일어나는 부드러운 충돌이지 싶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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