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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삼고(三高) 현상의 끝은 고통스러운 경기침체 [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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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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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우리 경제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삼고'(三高)에 시달리고 있다. 그 충격이 너무 강해 '삼고'(三苦)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런데 삼고는 경기침체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삼고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고물가이다. 지난 3월 이후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에 비해서 8% 이상 상승하는 등 전 세계 물가는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998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6%를 넘어섰다.

물가가 이처럼 오르는 이유는 수요와 공급 측면 모두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2020년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각국 정부는 재정지출을 적극적으로 늘렸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선두로 각국 중앙은행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통화를 대규모로 공급했다. 이에 따라 소비와 투자 등 수요가 회복되면서 자연스레 물가상승을 초래했다.

수요 증가에 따라 주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세계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원자재 가격은 더 올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원유와 곡물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더 급등하면서 물가상승을 가속화했다.

물가가 오르면 금리도 같이 오를 수밖에 없다. 금리란 현재 소비를 미루는 데에 대한 대가이다. 물가상승률보다 금리가 더 높아야 저축 유인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시장금리가 먼저 올랐다. 뒤따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는 물가 안정이다. 그 목표를 소비자 물가상승률 기준으로 대부분 2%로 설정하고 있는데, 실제 물가상승률이 이를 훨씬 넘어섰다.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미국 연준은 '자이언트 스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고 있다. 돈이라는 게 눈이 있어서 수익률이 높은 데로 이동한다. 미국의 금리가 높아지면서 미국으로 자금이 이동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달러 가치가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원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00원을 넘어섰다.

고물가→고금리→고달러 순서로 진행되는 '삼고 시대'는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가. 현재 세계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있다. 미국 경제가 특히 그렇다.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를 웃돌고 있지만, 1분기 경제성장률은 연율로 마이너스(-) 1.6%였다. 예측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애틀란타 연준의 'GDPNow'에 따르면 2분기 경제성장률도 –2.1%이다. 선진국에서 2분기 연속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하면 경기가 침체에 빠졌다고 한다.

경기가 침체상태에 빠졌는데도 높은 물가상승률 때문에 연준은 금리를 더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미국 주가지수가 5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금리 상승과 경기침체로 조만간 주택시장에서도 거품이 붕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소비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금리 상승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를 더 줄이게 될 것이다. 경기침체 정도가 더 깊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수요 위축으로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고 금리도 떨어질 것이다. 미국 금리가 낮아지면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는 상승할 전망이다. 경기침체로 '삼고 시대'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국일보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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