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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대통령 인사 비판'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 "당의 앵무새가 아니다" [스팟+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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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터뷰] “정치권 안팎에서 주목해 볼만한 인물을 짧지만 깊이있게 신속하게 인터뷰하는 코너입니다.”

경향신문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이 6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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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인사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화제가 된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29)을 6일 만났다. 그는 지난 4월 이준석 대표가 도입한 대변인단 선발 토론 배틀인 ‘나는 국대다 시즌2’에서 1위를 차지해 대변인으로 선발됐다.

그의 쓴소리는 거침이 없었다. 그는 전 정부와 비교하며 인사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자정 작용을 잃어버리면 민주당과 다르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준석 대표의 징계 문제로 당 내홍이 이어지는 것을 두고 “당이 정부 정책을 서포트해야 하는데 자중지란에 빠져서 맨날 싸우기만 한다”며 “(여당이 아니라) 민주당이 민생 경제를 얘기를 하고 있는 게 너무 민망하다”고 했다. 이 대표의 징계위 회부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증거 없이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당대표를 징계로 날리는 나쁜 전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성별 갈라치기를 했다는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제로섬 게임처럼 정치권이 만들어가는 게 문제”라며 “집권 여당으로서 그런 문제들을 개척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문성호 대변인이 최근 여성 기자들에게 ‘펜스룰’을 적용한 사건에 대해 당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당은 문 대변인의 그런 생각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었어야 했다”고 했다.

-집권 여당 대변인이 대통령 인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화제가 됐다.

“박순애 장관 임명 강행, 거기까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차라리 윤 대통령이 ‘국정 공백이 너무 길어서 (임명 강행이) 불가피했기 때문에 양해를 구한다. 이런 일이 없도록 재발 방지를 위해서 검증에 좀 더 심혈을 기울이겠다’라고 말했으면 저도 옹호했을 것이다. 저를 비롯한 무수한 청년들이 민주당의 ‘내로남불’이 싫어서 국민의힘에 왔는데 제가 윤 대통령의 ‘민주당보다는 낫다’는 논리를 방어하면 저한테 동의를 하겠느냐. 저는 거기에 대해서 ‘노’라고 답을 내린 것이다. 자정작용까지 잃어버리면 정말 민주당과 다르지 않은 것 아니냐.”

-집권 여당의 대변인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넌 (여당) 대변인이니까 그러면 안 돼’라고 했을 때는 저도 그건 고민해야 될 부분이 있다. 전 여당 대변인이기 앞서 국민의 대변인이다. 당이 읊어주는 것만 얘기하는 앵무새가 아니다.”

-이 대표의 징계 여부를 두고 당 내홍이 계속 되고 있다. 당 지지율이 점점 떨어져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줄어들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제일 큰 문제는 당에 있다. 당은 정부의 정책을 서포트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당이 자중지란에 빠져서 최고위원회 회의 때마다 만날 싸우는 모습만 나온다. 민주당이 지난 정권 내내 입에 올리지도 않던 민생 경제 얘기를 최고위 회의에서 하는데 너무 민망하더라. 당신들이 언제부터 경제에 관심을 가졌냐고 따지고 싶다가도 우리 상황을 보면 너무 참담해서 제가 비판을 못하겠더라. 민주당을 향해야 될 저희의 이 비판의 화살이 안으로 향해지는 건 둘째 문제고, 현안 얘기를 하려는 목소리조차 묻히고 있다. 당 기능이 아예 마비가 된 것이다. 당이 욕 먹어야 되는 게 맞다. 이 대표를 흔드는 사람들이 가장 큰 문제고, 그걸 어른스럽게 포용하지 못하는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

-7일 당 윤리위에서 이 대표 징계 결론이 나온다.

“객관적인 수사 결과가 나오고 윤리위에 회부됐어야 한다고 본다. 나중에 수사 결과에서 무혐의가 나오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 윤리위가 객관적인 증거 없이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당대표를 징계로 날리는 나쁜 전례가 생기면 계속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

-<20대 남자, 그들이 몰려온다>는 책을 냈는데, 그 책에서 “정치권과 기성세대가 젠더갈등을 부추겨 20·30세대의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국민의힘이 성별 갈라치기를 통해 여성을 소외시켰다는 비판이 나왔다.

“젊은 남성 지지층의 목소리만 편향적으로 듣는다는 인식을 준 게 저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젠더갈등 관련)남녀 각각 배치되지 않는 지점에서 호소하는 어려움들이 있고 정치권이 충분히 양쪽 다 해결해줄 수 있는데 정치권에서는 이걸 양자 택일의 제로섬 게임인 것처럼 만들어가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집권 여당으로서 그런 문제들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대표의 여성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 대표의 젠더 노선에 이해하는 부분 한 가지는 적어도 젊은 남성들의 울분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도 너무 단순화하는 측면이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이 대표가 스토킹 범죄와 관련해 논쟁을 주고 받았을 때 장 의원은 ‘페미니즘이 싫으면 여성을 죽이지 말라’고 표현했다. 남성들은 잠재적 가해자라는 표현이고, 이건 일반화의 오류다. 범죄자 중 9할이 남성이라고 해서 남성이 범죄자인 건 아니다. 이에 대해서 이 대표가 ‘교제살인은 없다’고 했다. 이것 역시 단순화의 오류다. 남녀 간 체력, 물리력의 차이가 있고 발생 빈도 등을 따졌을 때 남성들이 우월적 지위에서 폭력을 자행하고 있는 현상이 존재하는데 이걸 부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한 발언 역시 단순화의 오류다.”

- 젠더 갈등의 해결 방안은.

“양쪽 극단의 목소리가 아니라 차별을 보정하는 제도도 필요하다. ‘이대남’들이 폐지를 주장하는 여성 할당제에 대해서도 저는 다른 의견이다. 할당제 역시 전면 폐지보다는 정책의 효과성을 보면서 조율할 측면이 있다고 본다. 제가 대선 캠프에서 일할 때 20명 회의단 중 저 혼자 20대 남성이었다. 회의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제 목소리는 사라진다. 그때 왜 특정 집단이 일정 수 이상 같은 목소리를 내야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지 간접체험을 했다.”

-‘‘나는 국대다’로 박 대변인과 함께 선발된 문성호 대변인이 최근 국민의힘을 출입하는 여성 기자들에게 식사 자리에서 남성 기자를 대동하라고 요구해 ‘펜스룰’ 논란이 있었다.

“(문 대변인의 발언은)대단히 부적절하다. 첫 번째는 여성을 잠재적 무고 가해자 취급한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격렬하게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 취급하는 레디컬 페미니즘의 문제를 비판해 왔는데, 이것은 리버스된 문제의식일 뿐이다. 자기모순이다. 또한 공인이 기자에 대해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한 것으로 공적 업무 수행에서의 잘못된 행동이다.”

- 기자들이 문 대변인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지만 문 대변인은 그 요청을 거부했다.

“이 문제를 문 대변인 본인이 소명하고 해결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고, 당에서도 좀 미온적으로 대응하면서 당 전체가 문 대변인과 같은 인식을 공유하는 것처럼 인식이 돼 버렸다. 기자분들이 공식 사과를 요구한 이유는 국민의힘은 여성을 잠재적 무고 가해자로 인식하는 이런 사람을 당의 입으로 대변인으로 인정할 것이냐는 물음인데, 거기에 대해서 저희가 답할 책임이 있었다고 본다. 답은 자진 사퇴의 형식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재발하지 않도록 당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정도의 대응은 됐어야 한다고 본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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