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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32년 역사 삼성호암상, 허준이 '필즈상' 이어 노벨상도 배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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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교수, 지난해 호암과학상 수상…"큰 힘 됐다"

이재용 부회장,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초과학 지원 확대 지시

뉴스1

삼성호암상을 받은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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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한국계 수학자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의 '필즈상' 수상으로 '삼성 호암상'의 기초과학 인재 육성 노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허 교수는 지난해 삼성호암상 물리·수학부문 과학상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호암상이 올해로 32주년이 되면서 수상자들 중에서 노벨상에 이름을 올리는 사례가 나올 날도 머지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미 세계적 학술정보서비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구 톰슨 로이터)는 호암상 수상자인 찰스 리 미국 잭슨랩 교수와 유룡 KAIST 특훈교수,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 등을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로 꼽았다.

허 교수가 수학자 최고의 영예인 필즈상을 받은 계기는 현대 수학계의 오랜 난제였던 '리드 추측'과 '로타 추측'을 획기적인 대수기하학적 방법론으로 해결하며 '수학계의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것이었다.

지난해 삼성호암상 물리·수학부문 과학상을 받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한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호암상은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인재제일과 사회공익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1990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제정했으며 학술·예술 및 사회발전과 인류복지 증진에 탁월한 업적을 이룬 인사를 수상자로 선정한다. 1990년부터 올해까지 총 164명의 수상자들에게 307억원의 상금을 수여했다.

허 교수는 삼성이 과학부문 시상을 확대한 뒤 물리·수학부문 과학상을 받은 '최초 수상자'다. 삼성은 국가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제안에 따라 지난해부터 삼성호암상 과학 분야 시상을 확대했다. 기존에 1명에게 주던 호암과학상을 Δ물리·수학 Δ화학·생명과학 2개 부문으로 늘렸다.

삼성은 공학이나 의학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지원을 늘려 산업 생태계의 기초를 더 단단히 해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시상 부문을 확대했다.

학계에서는 호암과학상을 세분화해 확대하는 것이 기초과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허 교수도 수상 당시 "삼성호암과학상을 통한 격려와 지원은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수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 정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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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2.5.31/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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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삼성호암상 수상자 중에는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학자나 전문가가 다수 포함돼 있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호암상 수상자인 찰스 리 미국 잭슨랩 교수, 유룡 KAIST 특훈교수,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 등을 '노벨상을 수상할 유력 후보'로 예측한 바 있다.

찰스 리 교수는 인간 유전체에 단위반복변이(copy number variation)라는 새로운 형태의 구조적 유전체변이(structural genetic variation)가 존재함을 세계 최초로 밝힘으로써 전 세계 유전체학 연구분야의 큰 흐름을 바꾸게 했다.

유룡 교수는 나노구조 물질 중 특히 각종 산업분야에서 촉매물질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나노다공성 물질에 관한 연구를 국제적으로 선도해오며, 총 180여 편에 이르는 논문 발표 및 1만1000회가 넘는 논문 피인용을 기록한 국가석학이자 세계적인 화학자이다. 새로운 종류의 메조나노다공성 실리카 물질 'KIT'와 규칙적 메조나노다공성 탄소물질 'CMK'을 세계 최초로 합성해 나노구조 물질에 관한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해 왔다.

박남규 교수는 실리콘 소재 태양전지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차세대 태양광 발전 연구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 또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를 주도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해당 분야 연구에 노벨상이 수여된다면 선구자인 박 교수가 수상자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유행성출혈열의 원인균인 '한탄 바이러스'를 발견한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 5일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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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호암상을 받은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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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기초과학분야 인재 육성을 위한 공익사업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가 국내 기초과학 발전과 산업기술 혁신, 사회 문제 해결, 세계적인 과학기술인 육성을 목표로 2013년부터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동안 기초과학 분야 251개, 소재 분야 240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244개 등 총 735개 연구 과제에 9738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연평균 1000억원의 연구비가 국내 50여개 대학에 제공됐다. 연구 지원을 받은 교수만 1600여 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삼성은 국내 기초과학 연구자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기업이 보유한 재원으로 국가 경쟁력을 강화에 보답한다고 보고 있다"며 "기초과학 분야의 가장 큰 후원자 중 한 곳은 삼성"이라고 말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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