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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 실제 순채무 300조, 재정준칙 입법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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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르면 이번주 재정전략회의를 열고 국가 재정기조를 '확장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 전면 전환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 5년간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재정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지자 무분별한 돈 풀기에 제동을 걸기로 한 것이다. 더 미뤄선 안 될 일이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국가채무 총액은 1064조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를 위협하고 있다. 전임 정부는 국제적 기준선인 'GDP의 60%' 이하라는 점을 들어 "외국과 비교하면 양호하고 여력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한국의 재정여력에 착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총채무 810조원에 비해 금융자산이 842조원으로 더 많아 순채권국으로 분류돼 있다. 그러나 이들 금융자산 중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의 자산 341조원은 국민 노후자금이지 국가 재정여력이 아니다. 이 돈을 빼면 실질적인 국가 금융자산은 501조원에 불과해 채무가 309조원 더 많은 순채무국이 된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재정악화 속도는 지나치게 가파르다. 코로나19로 인한 재정 지출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포퓰리즘성 돈 풀기로 지난 5년간 불어난 나랏빚은 400조원을 넘는다. 나라 곳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재정준칙 법제화가 시급하다. 문재인정부는 재정준칙 도입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2020년 말 법안을 발의했다. 국가채무비율 GDP 60% 이내,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 3%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그러나 구멍이 숭숭 뚫린 허술한 법안인 데다 시행시점도 2025년으로 미뤄놓아 '맹탕 준칙'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나마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현재 세계 106개국이 재정준칙을 도입했고, 독일을 비롯한 14개국은 아예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빚더미는 미래세대가 오롯이 떠안아야 한다. 정부는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 입법을 서둘러야 할 뿐 아니라 세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선거철 남발됐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도 엄격히 관리해 재정누수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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