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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전례도 없고 적절치도 않은 행안장관의 수사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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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장관은 “정치보복이란 프레임을 씌워서 원천적으로 수사를 못하게 하는 건 정의롭지 못하다”며 지난 정부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수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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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그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정권에서 수사가 됐어야 할 것들 중 수사가 안 된 것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정치보복이란 프레임을 씌워서 원천적으로 수사를 못 하게 하는 건 정의롭지 못하다”고도 했다. 경찰 통제 방안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하더라도 행안부 장관이 수사에 대해 언급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행안부 장관은 경찰, 법무부 장관은 검찰을 각각 외청(外廳)으로 두고 있지만 법률상 두 장관의 권한은 너무 다르다. 검찰 사무의 최고책임자인 법무부 장관은 일반적인 사건에 대해 검찰을 지휘할 수 있고, 구체적인 사건은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수사 지휘가 가능하다. 반면 행안부 장관의 직무엔 경찰 사무가 없다.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의 최근 권고안대로 장관 직무에 경찰 사무를 추가한다고 해도 장관이 경찰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는 건 아니다. 경찰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을 수사 중인데, 장관은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자중해야 한다.

과거 경찰은 주요 사건의 수사 상황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과 국정상황실에 직보했다. 2년 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한 게 논란이 되자 경찰청은 규칙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유야무야됐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민정수석실은 없어졌지만 국정상황실은 남아 있다. 민정수석실 폐지로 행안부의 경찰 통제가 필요하다고 한 이 장관은 직보 관행부터 뿌리 뽑아 경찰 수사에 누구든 일절 관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이 장관은 지난주 경찰청장 후보군을 개별 면담했으며, 후보들이 경찰국 신설에 공감하는 태도였다고 밝혔다. 장관이 수사에 간섭한다면 경찰청장이 통로가 될 수 있다. 취임 직후 치안감을 일대일 면접한 뒤 치안정감으로 승진시키고, 그 치안정감을 한 번 더 만나 청장 후보자로 고른 것은 누가 보더라도 믿을 만한 사람을 찾는 수순으로 비친다. 장관의 이례적 행보는 경찰 수사를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만 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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