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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수포자→늦깎이 천재’ 필즈상 허준이 교수... 해결한 난제만 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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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39)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한국인 최초로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Fileds Medal)을 수상했다. 국제수학연맹(IMU)은 5일 “필즈상 수상자로 허 교수를 비롯해 마리나 비아조우스카(38)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 교수, 위고 뒤미닐코팽(37) 프랑스 고등과학원 교수, 제임스 메이나드(35)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아버지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와 어머니 이인영 서울대 노어노문과 명예교수의 미국 유학 시절인 1983년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그는 미국 국적이지만, 두 살 때 부모를 따라 한국에 들어온 뒤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한국에서 다닌 국내파다. 고등학교 시절 시인이 되고 싶어 자퇴 후 검정고시를 봤던 독특한 일화는 수학계 내에서 이미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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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가 '수학 노벨상' 필즈상을 받기 위해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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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교수는 어린 시절 천재보다는 수학 성적이 신통치 않은 이른바 ‘수학 포기자(수포자)’에 가까웠다고 한다. 본인 스스로도 수학을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수학을 기피했다. 실제 허 교수는 어린시절 수학 문제집을 풀다가 몰래 답안지를 보고 베껴, 아버지한테 혼난 경험도 있다고 한다. 수학을 공부하기 전에는 시인이나 과학기자를 꿈꿨다. 그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수학이 재미있었지만, 입시와 연관돼 있어 수학의 기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사실상 수포자에서 늦깎이 수학 천재로 변신한 것이다. 허 교수가 본격적으로 수학에 관심을 보인 것은 대학 시절부터다. 애초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입학해 천문학을 공부하던 이공계생이었지만, 복수전공으로 수학을 선택하며 수학자로서의 길을 시작했다. 서울대에서 김영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를 만나 학부부터 석사까지 지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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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계의 전설 히로나카 헤이스케(왼쪽) 하버드대 명예교수와 함께한 허준이 교수. 히로나카 교수는 그를 수학으로 인도한 은사다. /조선DB



허 교수는 복수전공으로 택한 이후 서울대 수재 중에서도 수학 영재만 들을 수 있다는 ‘고급수학’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대학 재학 중 서울대 석좌교수로 초빙돼 한국에서 연구 중이던 일본의 세계적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를 만난 것이 전환점이 됐다.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는 1970년 필즈상을 수상한 바 있다.

본격적인 수학자로서의 길을 걸은 허 교수는 2007년 김 교수의 지도 하에 수리과학부 석사과정에 입학해 대수기하학 연구를 시작했다. 초곡면을 평면으로 잘라서 얻는 특이점의 밀러 파이버를 연구해 2009년 석사학위를 받았다.

국내서 석사까지 마친 허 교수는 미국으로 건너갔다. 세계 수학계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2014년 미국 미시간대 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2년 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던 대학원 시절에는 수학계의 난제였던 ‘리드 추측’을 해결했다. 리드 추측은 1968년 영국 수학자 로널드 리드가 제시한 조합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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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즈상 메달의 모습 /과기정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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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는 동료 둘과 함께 또 다른 난제인 ‘로타 추측’도 풀어내 ‘블라바트니크 젊은 과학자상’(2017) ‘뉴호라이즌상’(2019) 등 세계적 권위의 과학상을 휩쓸었다. 로타 추측은 1971년 미국 수학자 잔 카를로 로타가 제시한 난제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고 학술상인 호암상도 받았다. 프린스턴대에 부임하기 직전엔 6년 간 프린스턴 고등연구소(IAS) 장기 연구원과 방문 교수로 있었다. IAS는 아인슈타인 등 세계 최고 지성이 거쳐 간 곳이다. 2020~2021년엔 스탠퍼드대 교수로도 있었다. 이 밖에도 허 교수는 ▲강한 메이슨 추측 ▲다우링-윌슨 추측 ▲브리로스키 추측 등 10개의 난제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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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과기정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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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필즈상(Fields Medal)은 아벨상과 함께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노벨상에 수학 분야가 없어 수학계의 최고 권위 상으로 꼽히는 필즈상은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ICM) 시상식에서 수여된다. 뛰어난 수학적 성과를 보인 젊은 수학자 최소 2명에서 되도록 4명이 상을 받는다. 특히 40세 미만 학자 만을 대상으로 수여한다는 점에서 ‘노벨상보다 받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양혁 기자(presen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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