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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불붙는 OTT 시장

[이구순의 느린걸음] 넷플릭스, 인터넷 생태계 파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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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사무실에 출근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설겆이다. 달랑 텀블러 하나 씻는 일이지만, 덕분에 출근시간을 5분쯤 당겼다. 어느날 책상 옆 휴지통에 쌓인 종이컵을 보면서 죄책감이 들었었다. 거창한 환경운동은 못할망정, 내가 살고 있는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종이컵 줄이기 정도는 해야하지 않을까 싶어 아침 잠 5분을 내놨다.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소송이 전 세계적 관심사가 됐다고 한다. 전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비즈니스와 엔터테인먼트가 모두 인터넷 세상에서 이뤄지고 있으니 인터넷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 간 망 사용료 지불 여부는 첨예한 이해가 걸린 문제라는 관전평이 나온다.

파이낸셜뉴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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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인터넷 생태계를 놓고 이 문제를 들여다 보면 사실 그닥 치열한 이해다툼이 뭐 필요할까 싶다. 인터넷 생태계는 빠르고 안정적인 통신망, 다양하고 유용한 콘텐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사용자로 구성된다. 세가지 구성 요소 중 하나라도 빠지면 생태계는 존재하기 어렵다. 그래서 인터넷 생태계의 세요소는 자유로운 인터넷 위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즐기는 권리와 함께, 다른 요소와 공존할 질서를 지켜야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것이 생태계의 존재 방식이다.

통신망 사업자는 빠르고 안정적인 통신망을 구축하고, 이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 통신망 사업자는 콘텐츠 사업자와 일반 사용자에게 적절한 비용을 책정해 통신망의 이용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해야 한다. 콘텐츠 사업자는 유용한 콘텐츠를 팔아 수익을 늘릴 수 있다. 대신 얻는 대신 통신망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적절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콘텐츠 사업자가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해 통신망 구축과 유지에 높은 비용부담을 주면서도 걸맞는 통신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결과는 두가지다. 통신망의 안정성이 훼손되거나 이용자의 요금이 과다해진다. 결국 생태계 자체가 위기를 맞게 된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의 전용회선을 이용하기 시작한 2018년 5월 50Gbps 수준이던 SK브로드밴드의 트래픽이 2020년에는 1300Gbps 수준으로 26배나 폭증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넷플릭스는 통신망 이용료를 낼 수 없다고 주장하더니 법정다툼까지 벌이고 있다. 넷플릭스 주장대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통신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 트래픽이 폭증하더라도 통신망을 확장하지 않거나 가입자에게 요금을 올릴 수 밖에 없다. 결국 인터넷 생태계가 휘청거리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복잡하게 다툴 이유가 없지 않을까 싶다. 인터넷 생태계에서 가장 큰 혜택을 입고 성장한 넷플릭스가 스스로 인터넷 생태계 파괴자를 자처하는 셈이니 말이다. 넷플릭스가 더이상 인터넷 생태계 파괴자로 나서서는 안된다고 간단하고 강력하게 일침을 놓으면 되는 일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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