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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공사비 올려도 유찰… 서울서도 시공사 찾기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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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형 건설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던 서울에서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정비사업장이 생기고 있다. 자잿값 인상 등으로 건설사들이 공사비가 싸다고 판단한 정비사업장에는 눈길을 주지 않아서다. 한 정비사업장은 시공사 선정에 실패한 후 500만원대이던 3.3㎡당 공사비를 600만원 대까지 올렸으나 또다시 시공사 입찰이 유찰됐다.

조선비즈

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과 휘경동 일대 재개발 지구가 터파기 공사 등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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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남성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달 24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했지만, 입찰에 응한 건설사가 단 한곳도 없어 유찰됐다. 앞서 열린 현장 설명회에는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도 참여했는데, 막상 입찰에 참여한 곳은 없었던 것이다.

업계는 남성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연이어 시공사 선정에 실패하자 당혹스러움을 느끼고 있다. 지난 1월 시공사 입찰이 유찰된 이후 조합이 공사비를 인상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조합은 당초 1050억원이던 공사비를 1260억원으로 인상했다. 3.3㎡ 공사비는 기존 520만원에서 630만원으로 큰 폭으로 인상됐으나 건설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남성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2가 약 1만5669㎡ 부지에 지하 3층~지상 28층, 공동주택 488가구 및 부대복리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과 문래역 ‘더블 역세권’인 데다 인근에 초·중·고교가 있어 대형 건설사들의 입찰이 예상됐던 곳이다.

남성아파트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관심을 보이는 곳은 여럿 있었지만, 입찰로 이어지지 않아 두번째 입찰마저 유찰됐다”면서 “워낙 시기가 좋지 않다보니 공사비 증액 여부나 세번째 입찰 일정 등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

서울 외 수도권 지역에서는 시공사 선정에 실패한 정비사업장이 이미 여럿이다. 경기 부천 영신연립 가로주택정비사업도 지난달 말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한 곳도 없어 유찰됐다. 경기 최대 재개발 사업장으로 꼽히는 수진1구역은 이미 시공사 선정에 실패하고 두번째 입찰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작년 만해도 ‘수주전’이 펼쳐졌던 수도권 정비사업장들이 시공사를 찾지 못해 애를 먹는 주된 원인은 공사비다. 최근 자잿값이 큰 폭으로 올라 건축비가 계속 오르는 데다 분양가상한제 개편에 따른 분양가 인상폭이 생각보다 미미한 탓에 조합도 공사비를 많이 올리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공사비 문제로 대형 건설사들의 외면이 이어지자 선제적으로 공사비를 올리는 조합도 생기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달 21일 이사회를 열고 3.3㎡ 공사비를 770만원으로 잠정 책정했다. 한남3구역이 2년 전 시공사 입찰 당시 제시한 공사비(3.3㎡ 598만원)보다 172만원이 높은 금액이다.

서울 종로구 사직제2구역 재개발 조합도 시공사 입찰공고를 내며 3.3㎡당 공사비로 770만원을 책정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강남권에서 3.3㎡당 공사비가 600만원대로 책정됐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금액이다. 하지만, 사직제2구역 시공사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삼성물산 한 곳에 불과해, 조합은 삼성물산과 수의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1년에 3~4% 수준의 자재비 인상은 늘 있어왔지만, 최근 1년 간에는 너무 급격히 올랐다”면서 “건설사는 미래 자재비가 얼마나 오를지 예측할 수 없고, 조합은 5~10년 후 시작할 공사의 무작정 올릴 수 없어 서로가 만족할 만한 공사비를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조심스럽게 입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grap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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