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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기자수첩] 투기와 '로또 청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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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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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청약 통장 가입자수는 지난달 기준 2859만7808명으로 매월 늘어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2030 청년 세대들의 주택 마련 기회를 늘리겠다며 추첨제 확대 등 청약 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신규 가입자가 더 빠르게 늘면서, 이르면 올해 말 ‘청약통장 3000만 시대’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청약통장 순증의 다른 배경으로는 ‘통장 적체’도 있다. 당첨이 돼서 내집마련의 꿈을 이루면 청약통장도 자연히 해지가 되는데, 당첨이 되질 않으니 통장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청약시장에는 고가점자가 넘쳐나고 있다. 지난달 24일 1순위 청약 접수를 받은 경기 고양시 덕양구 지축동 ‘e편한세상 지축 센텀가든’에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103가구 모집에 1만7742명이 몰려 172.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반공급 1순위 청약 당첨자의 청약가점 하한선이 69점이었다. 69점은 4인가구가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점수다. 그럼에도 청약자가 몰려 고가점 탈락자가 속출했다. 분양 관계자는 "간만에 수도권에서 시세 차익이 5~6억원에 달하는 ‘로또 청약’이었기 때문에 그간 적체된 고가점 통장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예전 같았다면 고가점자는 원하는 입지·가격에 분양이 나올 때까지 그저 기다리면 됐지만 이젠 아니다. 정부는 지난달 21일 발표한 분양가 상한제 개선안에서 이주비 금융비용, 명도소송비, 영업손실 보상비 등 정비사업 필수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해주기로 했다. 기본형건축비도 오른다.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로또 청약’이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15년, 20년 전세로 버티다가 청약 한방으로 수억~수십억원 시세차익을 거둬 지난 날을 보상받겠다는 전략은 실현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 그런 점에서 청약제도 개편에 가장 화가 난 계층은 4050세대다. 2030세대는 늘어난 추첨제 물량을 노리면서 가점을 쌓아가도 된다. 청약제도는 횟수를 셀 수 없을 만큼 개편이 이뤄져 왔지만, 언제나 세대갈등의 뇌관을 안고 있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청약통장 3000만 시대를 앞두고 청약제도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 개편의 내용만이 아니라, 제도 자체에 대한 물음도 필요하다. 다주택자가 집 한 채를 더 사서 1억원의 차익을 노리면 ‘투기’라고들 한다. 강남의 주요 분양 예정단지의 경우 예상시세차익은 10억원을 넘는다. 무주택자가 청약으로 10억 차익을 가져가는 것은 공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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