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늑대의 놀라운 이동 능력, 빙하기 버텨낸 생존 비결이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애니멀피플]

10만년 걸친 고대 늑대 게놈 72개 분석 ‘네이처’ 논문

시베리아·북미·서유럽까지 뛰어난 이동성…유용 돌연변이 공유


한겨레

빙하기의 주요 포식자가 모두 멸종했지만 늑대가 살아남은 이유는 유라시아와 북미를 아우르는 뛰어난 이동성 덕분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빙하기 동안 매머드와 자이언트땅늘보 등 거대한 초식동물을 노리던 포식자 가운데 검치호랑이, 동굴사자, 고대하이에나, 짧은얼굴곰 등은 모두 멸종했지만 늑대는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 그 비결은 북아메리카에서 시베리아와 유럽에 걸친 고대 늑대의 뛰어난 이동성에 있다는 대규모 게놈(유전체) 연구결과가 나왔다.

앤더스 버그스트렘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박사후연구원 등 국제연구진은 과학저널 ‘네이처’ 6월30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지난 10만년 동안 유라시아와 북미에 살았던 고대 늑대의 게놈 72개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한겨레

이번 게놈 연구에 포함된 시베리아 야쿠티아 동토에서 출토된 3만2000년 전 늑대. 러브 달렌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분석 대상에는 야쿠티아에서 완벽하게 보존된 상태로 발견된 3만2000년 전 시베리아 늑대와, 늑대인지 최초의 개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던 1만8000년 된 강아지 표본도 포함됐다. 이 연구에는 16개국에서 81명의 고고학자, 인류학자, 유전학자가 참여했다.

버그스트렘 박사는 “이 연구에서 해독 대상인 고대 늑대 게놈을 대폭 늘리면서 개의 가축화가 시작된 시기를 포함해 고대 늑대에 관한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있게 됐다”고 이 연구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한겨레

야쿠티아 동토에서 발굴된 1만8000년 전 강아지 ‘도고르’. 늑대의 새끼인지 최초의 개인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졌지만 이번 게놈 조사로 늑대인 것으로 밝혀졌다. 세르게이 페도로브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 저자의 하나인 폰투스 스코글룬드 크릭 연구소 고대 게놈 연구실장은 “과학자들이 대형 동물의 진화를 알아보기 위해 현재의 디엔에이(DNA)를 들여다보면서 진화과정을 재구성하는 게 아니라 3만 세대에 해당하는 10만년 동안 직접 눈앞에서 자연선택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추적한 첫 번째 사례”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늑대의 두개골과 턱 발달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이는 IFT88이란 유전자에 4만년 전 새로운 돌연변이가 나타났는데 이후 1만년 동안 이 돌연변이는 세계의 모든 늑대로(현재의 모든 늑대와 그 후손인 개에게도) 퍼져나갔다. 연구자들은 이 돌연변이가 선호하던 먹이동물이 멸종한 뒤 새로운 먹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겨레

사슴을 사냥한 늑대 무리. 빙하기 때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한 유익한 돌연변이가 얼마나 빨리 확산하느냐는 종의 생존을 결정하는 일이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또 늑대의 후각 수용기 유전자에서도 돌연변이가 나타나 전체 집단으로 퍼진 사실이 밝혀졌다. 생존에 필요한 유용한 돌연변이를 재빨리 공유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시베리아의 늑대는 얼어붙어 육지로 연결된 베링 해를 건너 알래스카로 건너갔고 또 유럽 쪽으로도 수시로 이동해 서로 교배했음이 유전자 분석에서 밝혀졌다.

연구에 참여한 이 연구소 데이비드 스탠턴 박사는 “늑대가 얼마나 쉽고 빠르게 전체 서식 영역에 걸쳐 이동할 수 있었는지는 정말 놀랍다”며 “이런 이동성이야말로 늑대가 마지막 빙하기 때 털매머드와 동굴사자 등 많은 다른 동물이 멸종했는데도 살아남은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개 가축화를 둘러싼 최대의 수수께끼는 언제 어디서 처음 가축화가 이뤄졌느냐이다. 개가 아닌 그 조상인 늑대로 눈을 돌려 방대한 연구를 했지만 수수께끼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제시카 라에 페토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편 이번 연구로 개가 언제 어디서 늑대로부터 가축화했는지 밝혀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았다. 개는 적어도 1만5000년 전 늑대에서 가축화했다는 건 분명하지만 그 정확한 시기는 물론 기원지를 둘러싸고 동아시아, 시베리아, 중동, 서유럽, 동시 여러 곳 가설이 논란을 거듭해 왔다.

방대한 늑대 게놈을 분석한 이번 연구에서 서유럽이 기원지가 아님은 분명해졌지만 어떤 고대 늑대 집단에서 기원했는지 특정하지는 못했다.

연구자들은 “유럽 북동부, 시베리아, 북미의 초기 개들은 모두 유라시아 동부의 늑대 집단에서 기원했다. 그러나 유라시아 서부와 아프리카의 개들은 좀 복잡하다”고 밝혔다. “유라시아 서부에서는 늑대의 가축화가 독립적으로 이뤄졌거나 동쪽에서 온 개에 야생 서쪽 늑대의 유전자가 흘러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자들은 덧붙였다.

인용 논문: Nature, DOI: 10.1038/s41586-022-04824-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항상 시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 신청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