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인사이드 스토리]SRT 사고인데 '코레일' 분주한 까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일 대전 조차장역 인근서 SRT 탈선 사고 'KTX 운행사' 코레일, 시설·열차 정비 업무 전담 관제권 등 이관 추진에…노조 '민영화 움직임' 반발 [비즈니스워치] 나원식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지난 1일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죠. 부산역을 출발해 서울 수서역을 향하던 SRT 열차가 대전조차장역 인근에서 탈선한 사고가 났는데요. 총 1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이 중 4명은 귀가조치됐고 7명은 경상으로 파악됐다고 합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기온 상승에 따른 레일 관리 문제와 차량 정비 불량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고에서 눈길을 끄는 점이 있습니다. 사고가 난 건 SRT인데, KTX 운행사인 코레일이 분주해졌다는 점입니다.

비즈니스워치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RT 탈선 사고'…수습은 코레일?

현재 국내에서 고속철도를 운영하는 공기업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수서고속철도(SR) 두 곳입니다. SRT는 SR이 운행하는 열차인데요. SRT가 탈선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코레일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특별 현장 안전점검과 재발 방지대책 마련에 착수했다고 지난 3일 밝혔는데요. 나희승 코레일 사장은 1일 사고 발생 직후 현장을 직접 찾아 대책본부를 가동해 사고 수습을 지휘했다고 합니다.

SR 역시 사고 대책 점검회의를 열었는데요. 현장 수습보다는 향후 유사 상황 발생 시 가동하는 비상 대응 매뉴얼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두 기관의 이런 움직임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소 의아할 수 있는 모습입니다

비즈니스워치

나희승(가운데) 코레일 사장이 지난 3일 대전조차장역을 찾아 폭염을 대비해 선로 온도를 낮추는 살수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코레일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레일, 철도시설·열차 유지보수 책임

코레일이 바빠진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코레일은 철도 운행 외에도 선로 등 시설 유지보수 및 차량 정비를 책임지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선로 등 국내 철도 시설은 공공기관인 '국가철도공단(이하 공단)'이 소유하고 있는데요. 공단은 이 선로에 대한 사용료를 운행사인 코레일과 SR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반면 선로 등을 유지·관리하는 건 코레일에 위탁하고 있는데요.

이는 SR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SR도 차량 정비나 유지보수 등의 업무를 코레일에 위탁하고 있습니다. 결국 SR이 운행 자체를 잘못해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면, 코레일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고를 수습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는 셈입니다.

코레일은 여기에 더해 열차 운행을 통제하고 지시하는 '관제권'도 갖고 있는데요. 국토부는 이번 사고 과정에서 이 '관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사고 직전 해당 구간을 지난 선행 열차가 "열차가 흔들린다"며 이상 징후를 신고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도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후행 열차에 해당 역에서 근무하는 관제원을 통한 감속 또는 주의 운전 지시가 없었던 점도 조사 중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레일 입장에서는 마음이 더욱 조급해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입니다.

철도산업 개편 움직임…노조 "민영화 수순" 반발

이렇게 보면 코레일이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갖고 있고, 이에 따른 책임도 막중한 것처럼 보이는데요. 정부도 이런 구조를 조정하는 작업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철도차량 정비에 대해서는 코레일뿐만 아니라 해당 차량 제작사(현대로템 등)에도 맡기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관제권의 경우 애초 정부가 코레일에 위탁했던 것을 다시 정부(국가철도공단)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요.

비즈니스워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에 철도 노조는 강한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는데요. 정비 업무를 '민간(제작사)'에 개방하고 관제권을 이관하는 등의 움직임이 철도 공공기관 민영화를 위한 수순이라는 주장입니다.

과거에도 철도 관제권을 코레일이 아닌 공단으로 이관하려는 움직임이 몇 번 있었습니다. 운행사와 관제 기관을 분리하는 게 더욱 합리적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때마다 노조는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려 한다'며 반대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금의 체제가 유지되고 있고요. 이에 대해 새 정부는 "민영화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원 장관은 앞서 국회 인사청문회 사전질의 답변서에서 "철도시설의 유지보수 업무와 철도교통관제 운영 등을 공단이 전담하는 일원화 방안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번 사고 이후에는 "현 유지보수체계에 미흡한 점은 없는지 전면 재검토하라"며 "열차운행 중에 이상 징후가 발견되는 경우 기관사가 즉시 감속할 수 있도록 철도 관제 체계의 일체 정비방안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요.

국토부는 올해 하반기에 코레일과 SR 통합 문제 등 산업구조 개편에 대해 결정을 낼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며 끝내 이전 정부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했던 국내 철도 산업 구조를 원 장관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갈지 궁금해집니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