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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일대일로 ‘부채 덫’ 걸린 개도국… 中, 탕감엔 소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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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 “글로벌 복합위기 속… 일대일로 참가 개도국들 부채 심각

올해 中에 갚을 돈 18조원 넘어”… 상환 못하면 개발 인프라 中이 소유

“19세기 서구 식민지 침탈과 같아”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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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쳐 놓은 ‘부채의 함정’에 빠진 많은 개발도상국(개도국)이 부채를 탕감받으려고 노력하지만 이마저도 거대한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세계 경제가 활황일 때는 드러나지 않던 부채 문제가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이 되자 튀어나온 것이다.

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세계은행(WB) 자료를 인용해 “저소득 개도국은 올해 약 350억 달러(약 45조4300억 원)를 (채권국에) 상환해야 하다. 이 가운데 적어도 40% 이상이 중국에 갚아야 할 돈”이라고 전했다. 이마저도 최소 추정치일 뿐 실제는 이보다 더 많다는 게 중론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경제 위기에 처한 개도국 부채 조정에 불확실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 자체가 (개도국의) 가장 큰 과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직후인 2013년부터 중국은 내륙과 해상을 연결하는 경제 영토 확장 프로젝트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을 추진하면서 관련 개도국에 막대한 개발 자금을 제공했다. 미국 국제개발연구소 에이드데이터의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일대일로 정책으로 중·저소득 국가가 중국에 진 채무는 약 3850억 달러(약 500조 원)다.

로이터통신은 “2017년까지 중국이 개도국에 제공한 대출과 보조금 가운데 절반 이상은 국제통화기금(IMF)이나 WB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애나 겔펀 미국 조지타운대 법학교수 연구에 따르면 “다른 국가 대출(차관)과 비교해 중국은 ‘계약 존재 사실’ 자체부터 이례적인 수준의 기밀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드러나지 않은 ‘부채 함정’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세계 경제에 위기가 찾아오면서 개도국은 빚 갚을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개도국 부채 조정에 소극적이다. 거기에 부채 조정 기준도 불확실하고 불투명해 모든 것이 중국 정부 입맛에 따라 결정된다. 확실히 ‘중국 편’에 서지 않으면 부채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일대일로에 협력적이던 국가에 대한 부채 조정에도 인색한 모습을 보이는 중국에 대해 개도국을 착취, 약탈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또 일대일로를 “중국이 국제사회를 위해 제공한 공공재”이자 “발전의 띠(帶), 행복의 길(路)”이라던 그동안의 주장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빚을 갚지 못하면 공동 개발한 해당 개도국 인프라 소유권이 중국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19세기∼20세기 초반 서구 열강의 식민지 침탈과 다를 바 없다는 탄식도 들린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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