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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헌의 체인지] 남이(南怡)와 박지현의 '좌절'...다음은 이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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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세력은 자리를 '개혁'의 차세대에 넘겨 주는 게 역사적 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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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첫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마중하기 위해 1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해 웃음 짓고 있다./서울공항=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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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조선 최연소 공조판서와 병조판서를 지낸 남이(南怡·1441~1468)는 이시애의 난을 평정하고, 변방의 여진족을 정벌하여 공신으로 승승장구 한다. 하지만 20세에 지은 한시 한 수가 28세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게 한다. 조선 중기의 중신이자 학자였던 이수광(李睟光)은 저서 지봉유설((芝峰類說)에서 ‘백두산석마도진(白頭山石磨刀盡)...’으로 시작하는 문제의 시에 대해 "말뜻이 발호(跋扈)해 평온한 기상이 없으니 화를 면하기가 어려웠다"고 평가한다. '발호'란 큰 물고기가 통발을 뛰어넘는다는 뜻이다. 아랫사람이 권력을 휘둘러 윗사람을 벌하는 것을 일컫는다. 훈구세력이 젊고 혈기방장한 남이에 반감을 지니고 있는 젊은 왕의 불편한 심기에 영합하여 무고했다는 해석이 지금의 정설이다.

4일 젊고 당찬 20대 여성 정치인이 생애 첫 정치적 좌절을 맛본다.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결정에 따라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의 당 대표 경선 출마는 이날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박 전 위원장의 '최연소 당 대표' 도전이 시작부터 막힌 셈이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박 전 위원장의 8·28 전당대회 출마를 위한 피선거권 자격 예외를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했기때문이다. 일각에선 '친명vs비명'의 구도로 굳어진 전당대회와, 당원들의 반발을 부른 ‘SNS 정치’ 등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일 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입당 6개월이 안 된 자신의 출마 자격 문제를 비대위원회나 당무위원회에서 논의해줄 것을 요구도 했다. 민주당 당헌당규는 권리행사 시행일 6개월 이전까지 입당해 12개월 이내에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에게만 피선거권이 부여된다. 박 전위원장은 지난 2월 입당해 출마하려면 당무위원회 의결을 통해 '예외'를 인정해야 가능해진다. 당규에 나오는 단서 조항에 따라 처리하면 되는데 민주당 비대위가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 규정에 따라 비대위와 당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경선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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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오후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그린벨트 결과 공유 파티 '용감한 여정'에 참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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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위원장으로선 심히 아쉬운 결과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3월 민주당 비대위원장으로 ‘깜짝’ 발탁된 이후 민주당 혁신을 줄창 주장해왔다. 그 과정에서 ‘586(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용퇴론을 주장하고 민주당의 팬덤을 거침없이 저격한다. 당내 당사자들이나 지지자들은 ’뭘 안다고 불편하고 건방지게‘라고 생각한 여지가 조금도 없었다거나 한다면 당 내부에서 믿는 이들은 몇이나 될까? 그때마다 박 전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비판과 볼멘소리는 끊이질 않았다.

젊은 나이라 성급하고 부족한 측면은 있을 수 있지만 SNS 활용에 능하고 민주당 차세대 90년대생 ’젊은 피‘의 ’대표성‘만이라도 인정한 측면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실제 박 전 위원장을 두고,민주당의 차세대 리더로 주목하는 시선도 많았다. 물론 이재명이라는 '원톱'의 존재와 부족한 정치 경력에 미미한 당내 기반 등이 한계라는 분석도 있긴하다. 또 박 전 위원장의 메시지가 큰 발화력을 갖지 못할 수도 있지만 길게 본다면 이건 잘못된 결정이라고 본다. 22년 총선을 앞두고 치르는 전대 흥행을 노리는 위기의 민주당 비대위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는 요소라고 해도 그렇다.

한편으론 박 전 위원장의 전대 출마 자체가 '과욕'이었단 지적이 있다. 지방선거라는 비상 상황에서 외부 초대 손님이었던 박 전 위원장이 언론을 이용해 민주당을 겁박한다는 논리다. 도를 넘은 ‘자기 정치’라고 규정해도 완전히 부인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확실한 것은 박 전 위원장이 민주당의 큰 자산이자 미래이지 개혁을 빙자한 트러블 메이커나 귀찮은 존재는 아니다. 이날 조치는 '트러블 메이커'라는 낙인을 찍는 거나 진배없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말한 "예외를 인정할 불가피한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대표적 ‘젊은 피’인 이준석 대표 문제로 시끄럽다. 나이로도 어엿한 중견 정치인이다. 2014년에는 전신인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당내 고질적인 병폐와, 여의도 정치 문법을 익힌 뒤 세(勢)까지 불려 대선을 앞두고 당대표에 올랐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오는 7일 이 대표 성 접대·증거인멸 의혹과 관련 징계를 심의·의결한다. 경찰 수사 결과는 이날 이후에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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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민주당 전 비대위원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화상연설이 열린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더팩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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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해 당 내부의 여론은 분분하다. 하태경 의원은 "(정권 교체의) 최대 공신"이라며 성상납 증거 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징계를 심의할 당 중앙윤리위원회와 관련해 "경찰 발표도 아닌데 징계하면 윤리위 자체가 굉장히 존립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론으로 마녀 사냥하듯이 징계를 밀어붙이면 안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체적인 당내 분위기는 이대표에게 유리하지 않다. 자칫 징계 수위가 향후 당내의 치열한 헤게모니 싸움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리위가 '성상납 의혹', '증거은멸 사주의혹'에 따른 품위 위반 여부를 놓고 징계수위를 결정키로 한 것에 대해 이 대표는 불만이다. 증거 없이 말과 의혹만으로 재단하려 든다고 윤리위를 비판한다. 의혹이 당 내부에서 제기된 점 등으로 미루어 선제적인 당권 투쟁으로 보고있는 듯하다. 당내에 이른바 ‘보이지 않은 손의 자신 내치기’의 일환으로 보고 있는 뉘앙스다. 이 대 표가 쏟아내는 ‘윤핵관’,‘친윤’, ‘간장’ 등의 발언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사화는 ‘사림(士林)의 화’의 준말이다. 탄압을 일으킨 훈구 세력에서 난으로 규정했으나, 당한 쪽인 사림이 '죄 없이 당한 화'라고 주장해 ‘사림의 화’란 표현을 썼다. 그러다 사림이 중앙정계의 주도권이 잡아가는 선조 초 무렵 '사화'라는 표현이 대세를 이룬다. 특히 세조에서 인종에 이르게 개혁을 주장해온 사림은 4차례의 사화로 피해를 입었지만 선조 때에 중앙 정계를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역사가 그렇듯 언젠가 기득권 세력은 자리를 차세대에 넘겨주는 게 순리다. 단지 시간의 문제다. 세상의 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르면 1년~2년 뒤가 될 수 있다. 정치권도 마찬지다. 그러면 당연히 국민의힘이나 민주당도 똑같다. 양당의 주류 기득권 세력들의 현명한 행보가 절실해 보이는 7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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