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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4명 사망... 45초 안에 공격, 그 시계는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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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보호 사망①] 교제살인에 속수무책... 2022년 스마트워치 예산만 20억, 실효성 의문

올해만 4명. 경찰의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죽었다. 모두 '교제살인' 이다. 이들에게는 안전조치의 일환으로 스마트 워치가 지급됐다. 그러나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신변보호 문제의 해법을 모색해본다. <편집자말>

오마이뉴스

▲ 2021년 1월 29일 제주시 연동의 한 주택에서 열린 신변 보호용 인공지능 폐쇄회로(CCTV) 시연회에서 경찰이 신변보호대상자가 CCTV를 통해 침입자를 확인, 스마트워치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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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다섯 건. 경찰의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를 받던 중 여성이 살해당했거나 살해당할 뻔 한 사건의 숫자다. 살인이 네 건, 살인 미수가 한 건이다. 살인 네 건은 법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서로 사귀다 상대를 죽인 사건, '교제살인'이었다. 다섯 건 모두 헤어진 전 남자친구가 가해자였다.

# 2022년 1월 29일 대구의 한 아파트 야외주차장에서 남성이 과거 동거했던 여성의 어깨와 등을 수차례 흉기로 찔렀다. 2021년 9월 남성은 여성을 흉기로 위협했고, 여성은 함께 살던 집을 나와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그러나 남성은 접근금지명령을 어긴 채 여성의 집 앞에서 기다리다 범행을 저질렀다. 이후 남성은 자신의 집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 2022년 2월 14일 서울 구로에서 전 남자친구가 휘두른 흉기에 여성이 사망했다. 사고 3일 전인 2월 11일 여성은 남성이 '협박하고 있다'며 폭행 및 특수협박 혐의로 고소했고, 신변보호 대상이 됐다. 여성의 고소 사실을 안 남성이 다시 여성이 운영하는 가게를 찾아와 협박하자 경찰은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스토킹 등 여죄를 조사했다. 경찰은 남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며 반려했다. 풀려난 남성은 여성의 가게를 다시 찾아가 살해했다. 이후 남성은 인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 2022년 5월 6일 경북 김천에서 한 여성이 자신의 집에서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사고 발생 하루 전인 5월 5일, 여성은 '2년 전 연인이었던 남성이 다시 만나자며 협박한다'고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6일 오전 11시 40분 경 여성을 신변보호 대상자로 등록했다. 같은 날 과거 연인이었던 남성이 여성의 집에 찾아왔고, 오후 2시 17분에 참변이 벌어졌다.

# 2022년 6월 6일 경기도 성남에서 여성이 사귀다 헤어진 남성에 의해 목 졸려 사망했다. 지난 4월 남성은 여성을 때린 혐의로 체포됐으나 여성이 처벌을 원하지 않아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 5월 중순에도 남성이 여성의 직장을 찾아가 남성은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조사 받았다고 한다. 여성은 경찰로부터 범죄피해자 안전조치를 받고 있었으나 결국 사망했다.

# 2022년 6월 8일 경기도 안산 빌라 1층 복도에서 한 여성이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여성은 해당 빌라 3층에 살고 있었고, 가해 남성은 빌라 1층에 살고 있었다. 둘은 헤어진 사이였다. 5월 중순 남성이 연락해 '왜 만나주지 않냐'며 욕설을 했고, 여성은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여성을 신변보호 대상자로 등록했다. 사고 하루 전인 6월 7일에도 빌라에서 마주치자 남성은 여성을 가로막으며 욕을 하고 위협을 가했다. 경찰은 남성을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으나, 연락하지 말라고 '경고'만 한 후 체포하지는 않았다. 또, 여성과 남성이 같은 빌라에 산다는 이유로 접근금지 요청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여성은 사망했다.


이들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5명의 여성 모두 경찰 신변보호 대상자였으며, 보호의 일환으로 비상시 사용할 '스마트 워치'를 지급 받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시계가 죽음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신변보호로 통칭되는 '범죄 피해자 보호'는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명시된 경찰의 고유 업무다. 지난해 경찰은 신변보호 명칭을 '범죄피해자 안전조치'로 바꿨고 위험등급별로 112 시스템 등록, 맞춤형 순찰, 스마트 워치 지급 등을 시행하고 있다. 스마트 워치는 신변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2015년부터 도입해 확대·보급하고 있다.

스마트 워치, '죽음' 막을 수 없었다

앞서 언급한 5건의 사건 중 피해 여성 2명은 사건 당시 스마트 워치로 경찰에 신고를 했다. 지난 2월 구로에서 발생한 사건의 경우 피해 여성이 신고한 후 경찰은 3분 만에 현장 인근에 도착했다. 그러나 가해 남성은 45초 만에 여성을 찌르고 도망쳤다. 지난 5월 김천에서 발생한 사건 역시 스마트 워치를 통한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 7분만이었다. 여성은 이미 사망한 뒤였다.

2명의 여성은 스마트 워치를 눌러보지도 못한 채 사망했다. 1명의 여성 역시 스마트 워치를 사용하지 못하고 칼에 찔려 중상을 입었다. 공권력은 이미 이 사건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고 스마트 워치로 피해자를 보호하려 했지만, 늘 가해자가 이보다 빨랐다.

스마트 워치의 이 같은 한계에 대해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지금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여성들에게 '스마트 워치가 있으니 안심하세요'라고 말할 수 있나. 그 답변이 '아니다'라는 건 모두 알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허 조사관은 "스마트 워치로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피해자를 지키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경찰의 신변보호 피해자 대상 대책에 '스마트 워치' 확대 보급은 빠지지 않고 전면에 등장한다. 신변보호 대상자의 잇따른 사망에 경찰은 지난해 12월, 기존에 쓰던 '신변보호' 명칭을 '범죄피해자 안전조치'로 변경하는 것을 포함해 범죄피해자의 위험 등급을 세분화해 단계에 맞게 피해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스마트 워치 6300대를 추가 확보해 운영대수를 현재 3700대에서 올해 1만 대까지 확충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책정된 예산만 19억6000여만 원에 달한다.

대책 발표 당시 경찰 내부망에도 '임시방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경찰관은 "피해자에게 스마트 워치만 주면 24시간 신변보호할 수 있는 것처럼 포장된 임시방편 정책"이라며 "선제적으로 언론에 홍보하고 폭탄만 일선 현장에 전가하는 게 아니냐"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 달에 한 번 꼴, 신변보호 대상자 2차 피해 입어

신변보호가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어렵다는 것은, 경찰의 신변보호 대상이던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당한 사건이 한 달에 한 번 꼴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월 공개된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실효적 가해자 조치 법제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신변보호 기간 중 2차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 최근 5년 간 71건(2021년 9월 기준)으로 조사됐다.

이 중 전·현 연인 간 벌어진 사건이 46건(64.8%), 가정폭력 사건이 17건(23.9%), 기타가 8건(11.3%)이다. 2차 피해사건 71건 중 7건이 살인, 10건이 살인미수 사건이었다. 2차 피해 양상이 매우 심각함을 알 수 있다.

경찰 스스로 피해자 보호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인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위 연구에서 현직 경찰관 31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2021년 10월 22일~2021년 10월 28일 경찰청 내부망 통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7.3%는 현행법상 접근금지 명령 등의 피해자 보호제도가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가정폭력처벌법·아동학대처벌법·스토킹처벌법상 접근금지 명령 등 피해자 보호제도가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있는지' 물었을 때 28.5%(903명)가 '충분하지 않다'고, 8.8%(280명)가 '전혀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40.2%(1276명), '충분하다' 혹은 '매우 충분하다'는 24.6%(712명)로 조사됐다.

피해자 보호가 충분하지 않다고 인식한 이유에 대해서는 '가해자가 접근금지명령 등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49.5%(585명)로 나타났다. '피해자에 대한 보복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 비율은 33.3%(394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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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중 피해자가 사망한 '교제살인' 사건이 올해만 네 건 발생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이정환



경찰 스스로도 현행 신변보호에 허점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김창룡 전 경찰청장은 지난해 12월 신변보호 대상자의 죽음에 사과하면서도 "법률적 허점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청장은 "(접근금지명령 등) 긴급응급조치에 불응하면 과태료 처분밖에 할 수 없다"라며 "노골적으로 불응하더라도 경찰이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 현행범 체포도 할 수 없다"라며 '현실의 벽'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는 우선 가해자가 접근금지명령을 무시할 수 없게끔 강력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 뉴욕주 등 23개 주가 이미 도입하고 있는 '의무체포제'가 한국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허민숙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미국 뉴욕주의 사례를 들며 "친밀한 관계에 있는 자가 폭력범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 반드시 가해자를 체포해야 한다"며 "가해자가 현장을 빠져나갔더라도 경찰은 가해자의 신병을 확보해 반드시 체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체포된 자는 피고인 신분으로 전환되고 접근금지 명령 등이 발부될 수 있으며 사건에 배정된 판사가 교도소 수감 등을 결정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의무체포제의 핵심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즉각 분리이며, 경찰의 강력한 법 집행으로 '반드시' 체포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데 있다.

허 조사관은 <미국 가정폭력 의무체포 제도의 피해자 보호 함의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현행법으로도 가정폭력 현행범 체포가 가능하지만, 가정폭력은 신고 후 출동 시 이미 상황이 종료돼 있거나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높은 범죄로 인식되지 않아 현행범 체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가정폭력 근절을 위해선 가해자를 반드시 체포하고 접근금지 명령 위반을 엄벌하는 등 '가해자 제재'로 입법·정책 방향을 선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해자가 협박을 일삼는 상황에서 스마트 워치로 '신고하라'고 권하기만 하거나 가해자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경고'만 해서는 안 되고, 또 잡아둔 가해자를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며 풀어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신변보호가 필요할만큼의 1차 범행이 가해진 이후에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물리적으로 만날 수 없게 해야 하고, 이를 어길시 '벌금' 수준이 아닌 엄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허 조사관은 "경찰이 스마트 워치의 한계를 인정하고, 의무체포제 등의 도입을 위한 법 개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래야 스마트 워치를 갖고 있었음에도 사망하는 여성들의 죽음을 더이상 마주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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