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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지지율 하락 때마다 "연연하지 않는다"...역대 대통령들의 단골 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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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운영 평가 데드크로스에 尹 "연연 안 한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 "이러니 데드크로스"
MB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지지율 안 본다"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과 대화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에 대한 질문에 윤 대통령은 오직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답했다. 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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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보다 낮은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데 대해 4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임기 초 두 달도 안 됐는데, 국민 간 보기를 하니 지지율도 하락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말은 역대 대통령들의 단골 멘트이지만 임기 초반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국정운영 동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엄중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전 원장의 진단은 이날 아침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6월 5주차 설문결과에서 긍정평가 44.4%, 부정평가 50.2%로 오차범위(95%신뢰도에 ±2%포인트) 밖의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데 대해, 윤 대통령이 "(지지율은) 별로 의미가 없다. 제가 하는 일은 국민을 위해서 하는 일이니,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한 우려다. 리얼미터 설문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 전 원장은 "이렇게 말씀하시니 지지도는 데드크로스이고 국민이 걱정한다"며 "선거 때 지지도는 1등이니 개의치 않으셨지만, 임기 후반이면 또 대선 출마하실 이유도 없으니 당연히 개의치 않으셔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임기 초로 두 달도 안 되셨다. 문재인 정부를 사사건건 탓하지 마시고 교육·복지 장관 지명 철회 혹은 자진사퇴시키시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미래 비전을 제시하시고 경제 물가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지율 하락 시기마다 역대 대통령들 "연연 안 한다"

한국일보

왼쪽부터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사실 지지율 하락에도 "연연하지 않는다"는 반응은 역대 대통령들의 단골 레퍼토리였다.

임기 초반 세계적 경제위기, 인사 논란, 특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등을 겪으며 지지율 하락을 경험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세가 한 풀 꺾인 2009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포 기업인 간담회에서 "임기 중에 인기를 끌고 민심을 얻는 데 관심 없다"고 말해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관심이 없으면 어디에 관심이 있느냐"(고 노회찬 의원)는 핀잔을 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초 지지율 상승시기, 임기 말 국정농단 사태로 지지율 하락 시기 모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했다. 지지율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반응조차 '청와대 관계자' 또는 여당의 입에서 나왔다.

정권 초반인 2013년 8월 청와대 관계자는 서울경제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은 지지율에 대해서 비서진에 묻거나 보고를 올리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 지지율에 따라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5년 후 퇴임할 때 국민들의 최종 성적표를 받겠다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국정농단 사태 초기인 2016년 10월에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유일한 비박(비박근혜) 최고위원인 강석호 의원이 급락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에 대해 "원인은 '별 문제없다'는 청와대의 태도다",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며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청와대의) 발언이다"라고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지지율 하락 시기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냈다. 이른바 조국 전 장관 사태로 문 전 대통령의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던 2019년 9월 고민정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해서 의기소침하거나 방향을 잃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도 같은 날 "어렵다면 어려울 수 있고 기회라면 기회일 수 있는 요즘 상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정 동력 잃을라... 지지율 무시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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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MBC '백분토론'에 출연한 고 노회찬 의원. '임기 중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어디 관심을 두시냐'고 꼬집었다. 노회찬재단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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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 대통령과 참모진이 여론의 동향을 무시하긴 어렵다.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지율 보고를 받지 않는다고 밝혔던 청와대 관계자는 "역대 대통령 중에는 정기적으로 청와대 참모들로부터 지지율을 보고받는 분들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는 2008년 9월 청와대 출입기자 오찬 간담회에서 임기 초 지지율 하락에 대해 "한 생명이 나오는 데도 10개월이 걸린다. 대통령께도 '입덧하는 기간이다 생각하시라'고 말했다"면서 "쇠고기 파동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고난이었다. 국민들에게 다가가 미리 제대로 설명드리지 못한 점을 반성했고 정말 힘들었다"고 당시 마음고생을 말했다. 대통령 지지율을 콕 짚어 "선거기간에도 숫자에 연연하지 말라고 말해 왔고, 숫자는 숫자일 뿐"이라면서도 "우리를 좋아해 주실 때는 좋아하지만 그게 아니면 금방 돌아서는구나 하는 것을 바닥을 쳤을 때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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