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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전경련·게이단렌 "한일 정상 대화 조속히 재개돼야"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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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오부치 선언 2.0시대로"
양국 비자 면제 부활 등 주요내용
3년 만의 만남, 공동 선언문 채택
한국일보

허창수(왼쪽) 전국경제인연합 회장과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이 4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제29회 한일 재계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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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가 3년 만에 한일 재계회의를 열고 민간교류 정상화를 위한 비자 면제 프로그램 부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양 단체는 1998년 '한일 공동 선언'을 계승한 '김대중-오부치 선언 2.0시대'를 열기로도 뜻을 모았다.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나토 정상회의에서 만난 데 이어 한일 경제계가 얼굴을 맞댄 것이라 그동안 멀어졌던 양국 관계가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경련과 게이단렌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회관에서 제29회 한·일 재계회의를 열었다. 양 단체는 1983년부터 상호 이해증진 목적으로 정례적인 회의를 열어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0년과 지난해에는 회의를 갖지 않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지만 양국 관계 개선과 경제 협력을 위해선 대면회의가 필요하다고 양측 회장이 공감해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양 단체는 이날 회의에서 ①한·일 경제동향 및 전망 ②지속가능사회 실현을 위한 한·일 협력 ③새로운 세계질서와 국제 관계 등의 논제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한·일 관계 개선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고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강조한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답이 있다. 이 선언을 지금에 맞게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허 회장은 이어 "한·일 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려 상호 수출규제 폐지,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등 현안이 한꺼번에 해결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이에 도쿠라 마사카즈(十倉 雅和) 게이단렌 회장은 "한일 관계가 어려울수록 98년 한일파트너십 선언의 정신을 존중하고, 미래를 지향하면서 함께 전진하는 것이 소중하다"며 "일본 경제계에서도 한일 정상과 각료 간의 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양국 관계 개선 등 8개항 공동 선언문 채택

한국일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게이단렌 소속 회장단들이 4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 회관에서 제29회 한일재계 회의를 가진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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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경제인들은 1시간 30분가량 비공개 회의를 마친 뒤 8개 항의 공동선언문 채택을 선언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 정신을 존중해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 등을 위한 적극적인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선언문이다. 양국 단체들은 선언문 6항을 통해 "국제정세가 불안정해지는 가운데 민주주의·시장경제라는 가치관을 공유하는 한일의 양호한 관계를 유지·발전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양국 발전에 이익을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도 기여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관계 개선을 약속했다. 또 내년 도쿄에서 제30회 한일재계회의를 열기로 했다.

특히 민간 교류의 정상화를 시급한 과제로 보고, 코로나19로 중단된 상호 무비자 입국제도를 부활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앞서 일본은 2019년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력 산업에 필요한 핵심 소재 수출을 제한한 데 이어, 무비자 입국제도까지 중단했다. 이재수 전경련 아태협력팀장은 "양국 관계 위축으로 한일 상호 방문객은 2018년 1,050만 명에서 지난해 3만4,000명으로 급감했다"며 "한일 경제계가 서로 협력을 진행하기 위해선 민간 교류가 시급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 탈퇴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이례적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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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이 4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제29회 한일재계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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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의에 일본 측에서는 도쿠라 회장을 비롯해 사토 야스히로(佐藤康博) 미즈호금융그룹 고문, 야스나가 타츠오(安永龍夫) 미쓰이물산 회장, 히가시하라 토시아키(東原敏昭) 히타치제작소 회장, 구보타 마사카즈(久保田政一) 게이단렌 부회장 등 5명이 참석했다.

한국 측에선 허창수 회장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 20명이 참석했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전경련에서 탈퇴한 삼성(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SK(이용욱 SK머티리얼즈 사장), 현대자동차(공영운 사장), LG(조주완 LG전자 사장) 등 4대 그룹에서도 참석해 새 정부 들어 전경련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확인했다. 이인용 사장은 “회원사 여부를 떠나 한일 기업인들이 모이는 자리여서 참석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한일관계 이어주는 든든한 버팀목"... 일본 대표단 접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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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일본 게이단렌 대표단을 접견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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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본 게이단렌 대표단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는 허창수 회장 등도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경제인들이 서로 신뢰하는 파트너로서 협력해온 것은 한일관계를 이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라며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만들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또 윤 대통령은 일본 경제인들에게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계획을 소개하며 각별한 관심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대표단 측은 한일관계 개선과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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