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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VR·AR, 시장 주도 메타에 삼성·애플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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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VR) 헤드셋을 착용하고 가상의 책을 눈앞으로 가져다 대니 초점이 책에 있는 글자를 따라 자동으로 맞춰진다. 옆으로 고개를 돌려도 잔상이 전혀 남지 않는다.

이달(6월) 17일(현지시간),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공개한 미래형 VR 기술 중 하나다. 이날 저커버그 CEO는 “실제 세상처럼 생생하고 사실적인 3차원(3D) 디스플레이를 만들려면 매우 흥미로운 문제들을 풀어야 한다”며 “비주얼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디스플레이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실과 가상을 분간하기 어렵게 하는 3D 디스플레이는 문화마저 바꿀 것”이라면서 “앞으로 사람들은 VR를 더 쉽게 받아들일 것이고, 그다음에는 새로운 예술이 우리 세상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저커버그 CEO는 버터스카치라는 VR 헤드셋도 공개했다. 인간의 시력 1.0은 시야각 1도당 60픽셀을 확보해야 달성이 가능한데 버터스카치는 55픽셀까지 수준을 높였다. 메타는 “시야각 1도당 60픽셀은 망막이 분간하지 못할 정도의 해상도”라면서 “버터스카치는 시야각을 넓혀주고 사물을 더욱 정교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밝기가 1만 니트에 달하는 스타버스트 헤드셋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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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글라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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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 CEO가 통과가 임박했다고 강조한 비주얼 튜링 테스트는 컴퓨터상 이미지가 실제 사물에 필적하는지 판별하는 과정을 말한다. 저커버그 CEO는 세부 조건으로 20피트(약 6m)에서 20 시산표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시력인 20/20을 보장하는 디스플레이, 시선을 추적하고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가변 초점 렌즈, 빛이 일그러지지 않는 수차 조정 보정 등을 꼽았다. 이를 위해 이날 메타는 ▲가변 초점 렌즈를 장착한 하프돔 시리즈 ▲상을 깨짐 없이 구현하는 왜곡 보정 시뮬레이터 ▲시야각 1도당 60픽셀(화소)을 보장하는 버터스카치 VR 헤드셋 ▲스마트폰보다 10배 밝은 VR 헤드셋 ▲가장 얇은 홀로그램 헤드셋 홀로케이크2 ▲새로운 VR 폼팩터 미러레이크 등 아직 연구 단계에 있는 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메타는 가변 초점 렌즈를 장착한 연구용 헤드셋인 하프돔3를 내놨다. 일반적으로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가상현실에서 책을 앞뒤로 움직이면 초점이 맞지 않는데, 메타는 이러한 문제점을 가변 초점 렌즈를 개발해 해결했다. 왜곡 보정 시뮬레이터를 통해선 상이 깨지는 현상을 해결했다.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머리를 옆으로 돌리면 잔상이 남는데, 이는 모션 추적 기능이 시선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다. 메타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해 이를 풀었다.

▶VR·AR 기술 메타버스에 필수

최근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했던 ‘메타버스’ 광풍이 수그러들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메타버스 시장은 결국 이를 뒷받침하는 하드웨어 발전이 선행되면서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거품이 꺼지고 기술이 남은 뒤, 현실화하는 과정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020년 4787억달러에서 2024년 7833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메타버스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필요조건이 있었다. 첫째, 하드웨어 인프라스트럭처(VR·AR·HMD)의 보급 확대다. 2021년 기준으로 세계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기 시장 규모는 연간 1000만 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올해 메타(옛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의 관련 신제품 출시로 약 3000만 대까지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한다. 작년에 누적 1000만 대를 판매한 기기가 등장했지만 스마트폰 시장과 비교한다면 여전히 1%가 안 되는 보급률이다. 내년과 후년 다수 기업의 출시가 예상되지만,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한 10%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카운터포인트는 2022년 VR 시장 규모를 2900만 대, AR 시장 규모는 2100만 대 수준으로 전망했다.

둘째는 소프트웨어 인프라의 고도화다. 즉 ‘3D 세계’를 실제로 구축할 수 있는 기술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내년부터 VR 콘텐츠 시장이 VR 하드웨어 시장을 능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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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글라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 안경을 쓰고 일하는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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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구글, 삼성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가상·증강현실 기술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메타버스를 즐길 수 있는 VR·AR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메타가 장악하고 있는 VR·AR 기기 시장에 빅테크들이 속속 도전장을 내미는 형국이다. 미래 산업으로 각광받는 AR 분야의 인력 쟁탈전도 벌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MS의 AR 인력 100여 명이 퇴사했는데 이들 중 40여 명이 메타로 이직했다”고 보도했다.

사실 VR·AR 기기에 대한 빅테크 전략에는 차이가 있다. 기기 보급이 메타버스 상용화의 전제 조건임은 분명하고, 소비될 수 있는 3D 콘텐츠의 다양화도 관건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이 둘을 모두 준비하고 있다. 애플은 AR 기기를 출시해 소프트웨어 구독모델 강화를, 메타는 기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비즈니스의 메타버스 전환을 중요한 목표점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타, VR 기기 대중화 주도

메타는 AR보다는 VR 기기에 집중하며 관련 시장 저변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메타는 2014년 VR 헤드셋 개발 업체 오큘러스를 20억달러에 인수한 뒤 2016년부터 제품을 출시했다. 지난해 기준 VR·AR 통합 시장 점유율이 78%에 달한다. 주력 제품인 ‘메타 퀘스트2’는 기존 VR 기기의 단점을 상당 부분 보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누적 판매량이 지난해 1000만 대를 넘어섰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VR·AR 헤드셋 출하량은 1120만 대로 전년 대비 92.1% 증가했다.

메타는 ‘메타버스 대중화’에 핵심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메타버스 산업에서 메타의 역할에 대해 메타 관계자는 “메타버스 세계 구현을 위해서는 긴 협력 과정이 필수적이고 아직 VR 기기 시장 또한 비교적 초기 단계에 있다. 개발자, 크리에이터 및 학계의 전문가들과 협력해 메타버스 분야의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메타가 작년 12월 출시한 VR판 소셜미디어 ‘호라이즌 월드’는 출시 3개월 만에 월간 사용자 수가 30만 명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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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스마트 글라스 선보여

구글은 올해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구글은 하드웨어 제품 6개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AR 스마트 글라스를 선보였다. 제품명을 특정하지 않은 채 프로토 타입이라며 외국어를 번역해 자막처럼 띄워주는 스마트 글라스를 선보였다. 구글은 2012년 구글 글라스를 공개하면서 스마트 글라스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구글 글라스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올해 I/O에서 공개한 데모 영상은 AR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 글라스가 착용한 사람에게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을 실시간으로 번역해 캡션으로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다. 실시간 번역이라는 현실적이고 명확한 유연성으로 스마트 글라스의 대중화를 이뤄낼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미국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한 전 세계 8개 언론사 라운드 테이블에서 “과거 구글 글라스가 처음 나왔던 시기(2013년)에는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이 지금처럼 발달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많은 게 변했다”며 “(스마트폰을 뛰어넘는 제품으로서) 증강현실 안경이 지닌 힘은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폰은 증강현실 (소프트웨어) 마법과 같은 기능을 다 풀어내지 못한다”면서 “분명한 사실은 증강현실로 할 수 있는 것이 완성되고 있으며 이제 안경이라는 형태로 담아내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구글이 스마트 글라스에 대해 꾸준한 관심과 투자를 이어가는 점도 관심사다. 구글은 2017년 파트너를 대상으로 ‘구글 글라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을 발표했다. 2020년에는 스마트 글라스 제조기업인 노스를 인수했다.

▶애플, AR 글라스로 노림수

애플은 VR 기기보다는 AR 기기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IT 전문매체 더인포메이션은 “애플이 이르면 내년 안경 형태의 AR 헤드셋 출시를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이 VR 기기 대신에 안경 형태의 AR 헤드셋이 VR 기기의 하드웨어적 단점을 대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전자 전문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은 애플이 2023년 출시할 AR 헤드셋이 2000~3000달러에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사용자가 가상세계에 완전히 몰입하도록 시야를 차단해야 하는 VR 기기와 AR 기기의 차이점은 분명하다. AR 헤드셋은 안경에 달린 카메라와 스크린을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필요한 정보나 콘텐츠를 표시해주는 방식이다. VR 기기보다 훨씬 가볍고 일상적으로 착용할 수 있어 활용성 측면에서 장점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 AR 기기의 이름을 놓고도 다양한 예상이 나오고 있다. ‘애플 비전’ ‘애플 리얼리티’ ‘애플 사이트’ ‘아이사이트’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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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가 ‘비주얼 튜링 테스트 통과하기’라는 주제로 라운드 테이블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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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 강자 삼성도 준비

하드웨어 강자 삼성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AR·VR 연구개발은 삼성전자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 경험(DX) 부문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애플워치가 나오기 전인 2013년 스마트워치인 갤럭시 기어를 먼저 출시한 바 있다. 폴더블폰 등 하드웨어 신기술 제품을 가장 먼저 세계에 선보여온 회사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AR 글라스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오큘러스 가상현실과 협력, 스마트폰을 연결해서 사용하는 방식인 VR 헤드셋 ‘기어 VR’를 출시하기도 했다.

[황순민 매일경제 디지털테크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2호 (2022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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