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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검찰과 경찰은 다르다"는 옛날 검사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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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은 클라스가 다르다"

'검찰통제는 안되고 경찰통제는 된다'는 이율배반

평행이론처럼 진행되는 권력의 검경통제

왠지 벅차보이는 경찰의 저항

저항을 발판삼는 자기정치, 더 이상 없기를

노컷뉴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민관기 충북 청주흥덕경찰서 직협회장 등 각 4개 경찰서 직협회장들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삭발을 한 후 발언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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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찰직장협의회 민관기 충북 청주흥덕경찰서 직협회장 등 각 4개 경찰서 직협회장들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삭발을 한 후 발언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부끄러운 고백 하나. 오랫동안 경찰 출입기자를 마친 뒤 간 곳이 검찰이었다.

당시 서울지검 차장 검사에게 인사를 하러 올라갔다. 당시 공안 부서를 지휘하던 차장검사는 내 첫인상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대뜸 정색을 하고 "검찰과 경찰은 다른 곳입니다"라는 말을 던졌다.

그 말의 의미를 한참 뒤에 알았다. 수 년 동안 경찰 출입기자를 한 기자의 태도와 말투가 거칠어보였던 것이다.

차장검사님의 말씀은 '검찰과 경찰은 클라스가 다른 곳이니 더 정중하게 대해달라'는 완곡어법이었다.

그 의미를 깨닫게 된 이후 기자는 정장을 입기 시작했고 말씨는 아주 진중해졌다.

검사들의 입직 경로는 엘리트 코스인 사법고시로 단일하지만 경찰 입직은 순경 공채와 간부후보생, 경찰대, 각종 고시 출신에 심지어 군 출신 특채까지 온갖 다양한 경로가 있다.

그래서인지, 경찰에게는 미안하지만 검사들의 지적 수준과 수사 능력이 경찰보다 우수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검찰과 경찰은 다르다"는 차장검사님의 말씀은 틀린 말이 아니다.

노컷뉴스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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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환 기자
검찰은 이른바 검수완박이라고 불리는 검찰수사권 조정안이 공포되기 전까지 가장 강력한 권력이었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한번도 견제받지 않은 유일한 권력이었다.

수사권과 기소권은 물론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까지 가진 검찰을 감히 경찰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어찌보면 모욕이다.

문재인 정부는 진보정부의 숙원이던 검찰수사권 재조정을 임기 말년에 끝내 저지르고 말았다.

'완박'(완전박탈)이라는 정치적 용어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검찰권 약화는 분명해졌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으로 검찰을 끝까지 찍어 눌렀다. 내로남불로 상징되는 조국사태로 검찰개혁의 명분이 만신창이가 됐음에도 밀어부쳤다.

추미애, 박범계 법무장관은 인사권과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검찰을 통제했다.

검찰은 문 정부의 이같은 통제에 연쇄사표와 수사권으로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로 됐고 현직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탄생이라는 역사를 썼다.

윤석열 총장은 검찰을 통제하려는 문 정부에 맞서 지난해 3월 사표를 제출했고 넉 달 뒤 국민의 힘에 입당했으며 8개월 뒤 대통령에 당선됐다.

전국의 검사들과 검찰조직은 본의 아니게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운동원과 선거조직 역할을 한 셈이 됐다.

검찰에서 이뤄진 집단 저항이 지금 데자뷔처럼 경찰에서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검경 수사권 재조정으로 강해진 경찰권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며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이른바 경찰업무와 조직 개선 시행령을 준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고등학교와 대학 후배인 이상민 행안장관을 임명하면서부터 큰 그림이 그려졌던 것으로 보인다.

노컷뉴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민관기 충북 청주흥덕경찰서 직협회장 등 각 4개 경찰서 직협회장들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한 뒤 삭발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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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찰직장협의회 민관기 충북 청주흥덕경찰서 직협회장 등 각 4개 경찰서 직협회장들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한 뒤 삭발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경찰이 경찰서마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붙이고 4일부터 삭발시위에 들어가며, 댓글토로를 쏟아내지만 벅차보인다.

한동훈 장관의 법무부와 검찰은 지난달 27일 검수완박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과 효력정지가처분을 청구했다. 검수완박 되돌리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오는 15일 '경수완박'법 시행령이 발표되면 경찰에 이를 되돌릴 힘이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통제에 반발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경찰통제에 서슴없이 나서면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는 모습은 확실히 어색하고 모순돼 보인다.

'검찰통제는 안되고 경찰통제는 된다'는 말로 들린다.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은 중요하고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은 중요하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Right Now, Wrong Then)라는 영화제목이 떠오른다. '검찰과 경찰은 다른 곳'이라는 말이 오만과 이율배반으로 다가오는 지점이다.

검찰과 경찰은 다른 점이 또 있다. 검사들은 사표를 내면 변호사를 하면 된다.

그런데, 경찰은 사표를 내면 밥먹고 살 길이 없다. 경우회 회원이 되는 길 밖에 없다.

노컷뉴스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의 입장 발표를 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류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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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의 입장 발표를 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류영주 기자
김창룡 경창청장은 지난 27일 경찰권 통제에 항의하는 뜻으로 사표를 제출했다.

국민의 힘은 이에 대해 김창룡 청장이 자기정치를 한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검사 출신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28일 김창룡 청장의 사표 제출에 대해 "지금 경찰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되고 싶으면서도 겉으로는 민주투사 흉내를 내는 것"이라며 "욕망과 언어의 불협화음이 애처로울 지경"이라고 언급했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개의 운명이나 사건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되는 경우를 '평행이론'이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교대가 이루어졌고 검찰과 경찰에 대한 통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평행이론처럼 패턴이 비슷하다.

그런데, '그때는 맞고 지금은 분명히 틀리다'는 목소리가 여권에서만 유난히 크게 울린다.

사표를 내고 정치판에 뛰어든 윤석열 검찰총장처럼 김창룡 경찰청장도 자기정치한다고 사표를 발판 삼아 정치권에 뛰어드는 평행이론만큼은 부디 시전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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