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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인간미 넘쳤던 '사람' 박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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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3일 롯데전서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 마친 그를 떠올리며

2021년 3월 초, 어느 날 한 출판사에서 기자에게 연락이 왔다. 야구와 관련된 책 만드는 작업을 한 번 해보지 않겠냐는 이야기였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다루는지, 혹은 어떤 인물에 대한 내용인지 되물었다. 그때 돌아온 출판사의 대답은, 한 해설위원의 에세이에 대한 책 구성이었다.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능력이 특출난 사람도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 길게 고민하지도 않고 무조건 하겠다는 답변을 전했다. 그리고 몇 주 후, 저멀리 관중석에서만 지켜봤던 '레전드'가 눈앞에 나타났다. 평범한 사복 차림으로 식당에 등장한 인물, 그가 바로 '박용택 해설위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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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후 잠실야구장 캐치볼 공간에서 진행된 출판사 사인회에 참석하기 위해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박용택 해설위원 ⓒ 유준상



인간미 넘쳤던 레전드, 야구선수도 똑같은 사람이었다

첫 만남이 이뤄진 3월 말 이후 작업은 거의 반년 가까이 이어졌다. '저자 박용택'으로 세상에 책이 나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구성작가로 참여한 기자도, 다방면에서 신경을 써준 출판사도 공을 들였지만 무엇보다도 책임감을 갖고 작업에 임한 박용택 해설위원의 열정이 대단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의아하면서도 놀랐던 것은, '야구선수'라는 존재가 유명한 연예인과는 거리가 먼 우리와 똑같은 일상을 사는 이들이었다는 점이다. 그라운드를 벗어나 유니폼을 벗으면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시간을 보내고, 때가 되면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서는 '쳇바퀴 같은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막상 선수일 땐 잘 몰랐던, '팬들에 대한 소중함'을 은퇴하고 나서 더 많이 느낀다고들 말한다. 팬서비스가 좋기로 소문이 난 박 위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3일 열린 영구결번식서도 고별사를 통해 후배들에게 이와 같은 메시지를 전하는 등 시간이 될 때마다 이 점을 늘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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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LG전 종료 이후 박용택 해설위원의 영구결번식 당시 영구결번 선포 이후 터졌던 폭죽의 모습 ⓒ 유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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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간미 넘치는 모습은 기자뿐만 아니라 2022년 현재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기도 하다. 'E채널'에서 방영됐던 <노는브로>, 최근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JTBC <최강야구>에 출연해 '그동안 보여줬던 박용택'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제 2의 인생을 그 누구보다도 재미있게 지내는 중이다.

단 하루도 재미있게 야구 하지 못했던 남자

초등학교 때부터 30년 동안 유니폼을 입고 야구만을 위해 달려왔던 그는 단 하루도 야구를 재미있게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겉으로는 웃고 즐겁게 하는 것처럼 보여도 '승리'를 위해 야구를 해야 하는 건 정말 고독한 싸움이었다. 안타 한 개, 출루 한 번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일까, 타격폼을 비롯해 '자신의 타격'에 대한 고민을 그 어느 선수보다도 많이 했던 선수가 바로 박용택이다. 코치들의 조언을 구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고, 정말 풀리지 않을 땐 경기가 끝나고 숙소로 이동해 이튿날 동이 틀 때까지 머리를 싸맨 적도 있다.

지금까지도 그가 때려냈던 2504개의 안타는 '역대 KBO리그 통산 최다안타 1위'에 해당할 정도로 그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기록이다. 잠도 미룬 채로 배트를 수 차례 휘두르고, 영상을 돌려봤던 그 열정이 '대기록의 출발점'이 됐다.

돌이켜보면 가장 아쉬운 순간은 누구나 떠올리는 바로 '그때'다. 2020년 11월 5일 두산 베어스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 8회말, 무사 1루에서 두산의 6번째 투수 이영하의 초구를 건드린 것이 3루수 허경민의 글러브에 들어가면서 터벅터벅 덕아웃으로 향해야 했다. LG의 플레이오프 진출 좌절이 확정되고 1루 쪽에 도열한 선수들 사이에서 쓸쓸한 표정으로 관중들을 바라봐야 했던 것이 마지막 순간으로 남았다.

결국 자신이 목표로 세웠던 '우승반지'는 껴 보지도 못하고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야구 걱정 없이 사는 지금이 너무나 행복하기 때문이다.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왠지 모를 '해방감'은 노력을 제대로 한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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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구결번식이 끝난 3일 밤, 다시 출판사 주관 사인회 참석을 위해 사복 차림으로 등장한 박용택 해설위원이 팬들에게 사인을 하고 있다. ⓒ 유준상



모두가 즐거워했던 순간, 기억에 남을 은퇴식 만들었다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한 지는 2년이 다 돼 가지만, 코로나19로 인하여 지난해 은퇴식이 열리지 못했다. 올해 역시 코로나19의 여파가 시즌 초반까지 이어지는 바람에 전반기가 다 끝날 때 즈음이 돼서야 많은 팬들을 야구장으로 불러모을 수 있었다.

은퇴식과 영구결번식, '엘롯라시코'까지 볼거리가 풍성했던 3일 잠실야구장에는 이른 시간부터 야구장을 방문한 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특히 오후 12시 30분부터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박용택 해설위원의 사인회에 참가하고 싶은 팬들의 행렬로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현역 시절 수많은 별명을 보유했던 그답게 이날 LG 선수단 전원은 박용택 해설위원의 별명이 새겨진 유니폼을 착용했다. '휘문택', '사직택', '눈물택' 등 정말 다양한 별명이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박용택 해설위원이 가장 좋아하는 별명인 '팬덕택'을 달고 뛴 주전 포수 유강남은 8번 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전, 멀티히트 활약을 펼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경기 개시를 앞두고 은퇴식 행사를 진행한 데 이어 은퇴식 특별엔트리 제도로 3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박용택은 원래 그 자리에 들어가는 김현수와 교체되면서 2만 명 넘는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저작권 문제로 한동안 울려퍼지지 못했던 그의 등장곡과 응원가는 이날 분위기를 더 뜨겁게 달구었다.

팀이 4-1로 승리를 거둔 이후 열린 영구결번식도 '박용택다운' 시간이었다. 일반적으로 준비해온 대본을 읽는 고별사가 아닌, 마이크를 잡고 대본 없이 긴 시간 동안 말을 이어갔다. 특유의 재치를 발휘하던 그였지만, 아내 이야기를 하던 중 끝내 꾹꾹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현장에서 이를 지켜보던 팬들 역시 눈시울을 붉혔다.

영구결번식이 끝나고도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며 팬들과 인사를 나눈 박용택 해설위원은 다시 출판사가 준비한 장소로 이동해 '또' 사인회를 열었다. 30도가 훌쩍 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여기저기서 모기가 날아다녔지만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마지막 순간까지 팬들과 함께하려고 했던 진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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