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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몸 푸는 이재명과 97세대, 처럼회와 친문… 불붙는 민주당 ‘전대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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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대 출마 경쟁 가속

姜, 강병원·박용진 이어 ‘97’ 3번째 선언

“반성 끝내고 쓸모 있는 당 만들 것” 포부

세대교체 위해 ‘97세대’ 단일화에 무게

朴, 청년 지지층 응원 업고 도전장 가세

우상호 “출마 자격 없어… 비대위서 논의”

결단만 남은 李는 SNS서 지지층 결집

朴 “李 당대표 땐 계파갈등 심화” 반대

서영교·김남국·고민정·이수진 등 거론

전준위, 룰 놓고 고심… 4일 의결 예정

최고위원 권한 강화 방안 사실상 백지화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강훈식(왼쪽부터), 이재명, 박용진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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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다. ‘97(90년대 학번·70년대생) 세대’가 릴레이 출마를 이어가며 세대교체론에 불이 붙은 가운데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출마 의사를 밝혔다. 현재 가장 유력한 당권 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의원이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 ‘이재명 대 97세대’ 간 대결로 전당대회가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강훈식 의원은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97세대 중 세 번째 당권 도전 발표다. 강 의원은 “이제 부끄러움과 반성의 시간을 끝내고 혁신과 미래의 시간을 만들어야 할 때”라며 “국민의 삶을 바꾸는 쓸모 있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께 정치의 존재 이유를, 민주당의 존재 이유를 보여드리고 싶다. 국민의 삶을 바꾸는 쓸모 있는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973년생으로 건국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강 의원은 당권 도전을 선언한 다른 97세대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재선이다. 앞서 97세대 첫 당권 주자로 나선 강병원 의원은 지난달 29일 ‘젊고 역동적인 리더십’을 내세우며 공식 출마 선언을 한 바 있다. 강 의원은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방명록에 “대통령님 잘 지내시죠? 제가 당 대표에 출마했습니다. 사고 쳤죠?”라고 쓴 강 의원은 “당을 혁신과 통합으로 이끌고, 승리하는 민주당으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강 의원에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97세대 박용진 의원이 “완전히 새로운, 완전히 달라진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출마를 발표했다. 또 다른 97세대인 박주민 의원은 여전히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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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세대의 출마 러시로 당내에서는 ‘세대교체론’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지만 이들이 결국 단일화를 통해 후보를 추려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민주당 의원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각개전투를 고집했다가 너무 초라한 결과를 얻으면 본인들뿐 아니라 당에도 타격이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세대교체 가능성, 당의 변화 가능성을 국민께 보여드리기 위해선 결국 97세대 간 단일화는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도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박 전 위원장은 전날 MBC와 인터뷰에서 “민주당을 다시 국민을 위한 정당,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 정당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밝힌다”며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의 결심에는 청년 지지층의 응원이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위원장 측 관계자는 “지난 1일 청년 정치인 연대 행사에서도 개별적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박 전 위원장이 그들과 얘기도 많이 나눈 것 같았다”며 “조금 더 있다 나가라는 등의 의견도 있었지만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던 거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위원장 출마가 자격 시비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권리당원이 되려면 권리행사 6개월 이전까지 입당해 12개월 이내에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이날 KBS와 인터뷰에서 “당헌·당규상 출마 자격이 없어서 비대위원들 사이에서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당규에 나오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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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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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출마 선언으로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재명 의원의 출마 선언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이 의원이 유력한 당권 주자로 점쳐지고 있어서다.

이 의원 측은 아직 “고심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몸풀기 행보를 이어가면서 사실상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의원은 전날 새벽 SNS에 “댓글 정화, 가짜뉴스 반격도 많이 참여해달라”고 올리고 지지자들과 질답을 주고받으며 지지층 결집에 집중했다.

반면 박 전 위원장은 이재명 의원 출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된다면 당내 계파 갈등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이 의원이 여러 가지 (검경) 수사 문제에 얽혀있는 상황에서 윤석열정부가 정치보복을 하려는 모습을 보일 수 있어 우리 당은 방어에 급급해질 것이고 민생이 실종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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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남국(왼쪽부터), 장경태, 고민정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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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럼회 vs 젊은 소장파 vs 친문 … 민주 최고위원 후보군만 10여명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당대표뿐 아니라 최고위원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 등록 마감까지 2주가 남은 3일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후보군만 벌써 10여명에 달한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로는 서영교·김남국·고민정·양이원영·이수진·이탄희 의원 등 계파를 막론하고 10여명이 언급되고 있다.

특히 강경파 초선 모임인 처럼회 소속 의원들을 비롯해 젊은 소장파 의원 중 다수가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남국·양이원영·이수진 의원 등 후보군으로 언급되는 초선 상당수는 처럼회 소속이다. 처럼회는 이재명 의원과 마찬가지로 강성 당원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이 의원 당선 시 지도부에 포진해 이 의원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수 인원이 출마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이 의원과 처럼회 멤버 중 최고위원에 출마하는 2~3명의 의원이 일종의 ‘러닝메이트’ 형태로 출마해 함께 지도부에 입성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친문(친문재인)계 초선으로는 고민정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인 고 의원은 친문계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초선 후보군으로는 장경태, 한준호 의원도 언급된다.

호남 지역 몫의 최고위원 후보로는 송갑석·김승남 의원 등이 거론된다. 특히 계파색이 옅고 합리적인 스타일로 알려진 송 의원이 유력하게 평가되는 가운데 지역 의원들 간 의견 정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3선 의원 중에서는 서영교 의원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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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간담회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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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군이 늘자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최고위원 관련 룰 결정에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지명직 최고위원 2명, 당연직인 당대표와 원내대표 2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선출직을 6명으로 늘리고 지명직을 1명으로 줄이는 방안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준위는 최고위원 본경선 후보 수를 기존 8명에서 1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인당 2명의 후보에게 투표하던 기존 방식이 아닌 3명의 후보에게 투표하는 방식으로 변경될 가능성도 높다.

전준위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후보 수를 늘리면 더 많은 후보가 치열하게 맞붙으며 전당대회가 흥행할 수 있을 거란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거론되던 최고위원 권한 강화 방안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유지로 의견이 모인다고 들었다. 대표 권한 약화를 우려하시는 분들은 큰 걱정을 안 해도 된다”며 “최고위원 권한도 강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유력 당권 주자인 상황에서 당대표 권한을 약화하고 최고위원 권한을 강화하는 데 친명(친이재명)계 반발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준위는 주말 동안의 논의를 정리해 이르면 4일 전당대회 룰을 의결할 예정이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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