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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선수 때도 서로 봐준 적 없어요” 감독으로 맞붙는 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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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형 조상현 LG 감독(왼쪽)과 동생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쌍둥이 감독’ 대결을 앞두고 있다.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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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LG 세이커스 옷을 입고 왔네.”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

“애사심이야. 나 ‘롱런’ 해야 하거든.” (조상현 LG 감독)

지난 1일 경기도 용인의 한 커피숍. 프로농구 창원 LG의 조상현(46) 감독이 구단 로고가 새겨진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타나자 울산 현대모비스의 조동현(46) 감독이 장난을 걸었다.

조상현-동현은 국내 프로농구 최초의 ‘쌍둥이 감독’이다. 조상현이 지난 4월 LG 지휘봉을 잡았고, 조동현이 지난달 현대모비스 수석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하면서 ‘쌍둥이 지도자’ 시대를 열게 됐다.

조동현 감독은 “내가 5분 늦게 태어나 동생이다. 어릴 적부터 ‘형’이라고 부르다가 대학 진학 후 말을 편하게 한다. 서로 별명으로 부르는데, 이름 앞 두 글자를 따 ‘조쌍’ ‘조똥’이라고 한다”며 웃었다.

둘은 일란성 쌍둥이지만 느낌이 다르다. 조상현 감독은 “딱 봐서 더 잘생긴 사람이 형이라고 보시면 된다. 내가 좀 더 날카롭게 생겼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조동현 감독은 한숨을 푹 쉬더니 “형을 못 생겼다고 하면 절 욕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비슷해 보이지만, 성격도 생김새도 좀 다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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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선수 시절 오리온 유니폼을 입은 조상현(왼쪽)과 KT 소속이었던 조동현이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사진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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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현-동현 형제는 서대전초-대전중-대전고-연세대를 함께 다녔다. 1999년부터 프로에서 12시즌 동안 뛴 뒤 2013년 나란히 은퇴했다. 형 조상현은 2011년 서울 SK 소속으로 한 경기에서 3점 슛 11개를 성공한 슈터였다. 동생 조동현은 수비 5걸에 3차례 선정될 만큼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였다. 조동현 감독은 “형은 양발이 원스텝으로 올라가는 이른바 ‘짝발 3점 슛’이 정확했다”고 했다. 그러자 형 조상현 감독은 “궂은 일을 도맡은 동생은 감독이 좋아하는 희생의 아이콘이었다”고 했다.

1999년 신인 드래프트 때 조상현은 1라운드 1순위, 조동현은 8순위로 프로 구단에 지명됐다. 프로 통산 기록도 형(평균 11.3점)이 동생(7.7점)을 앞섰다. 조동현 감독은 “나는 무릎 수술만 4차례 했다. 의사가 절대 안정을 취하라고 했는데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지겠다’는 각서까지 쓰고 곧바로 훈련했다”며 “어릴 적부터 형을 따라잡고 싶었다. 형이 만약 농구를 안 했다면 난 일찍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조상현 감독은 “야~ 그냥 부러웠다고 그래”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프로에서 형제가 함께 뛴 적은 없었다. 조상현이 2005년 KTF로 옮겨갔지만, 동생 조동현은 곧바로 군에 입대했다. 조동현이 전역하자마자 이번엔 형 조상현이 LG로 떠났다. 조상현 감독은 “형제가 같은 팀에서 경쟁하는 것보다 다른 팀에서 뛰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며 “학창 시절 동생이랑 한팀에서 텔레파시가 통하지는 않았는데, 희한하게도 내가 장염에 걸리면 다음 날 동생도 걸렸다”고 했다.

형제는 서로에게 무뚝뚝한 편이다. 동생 조동현 감독은 “(형이) 감독 됐을 때 ‘축하한다’고 문자를 보내니 답장이 ‘고마워’ 세 글자로 왔다”고 했다. 조상현 감독은 “내가 대표팀 감독이던 지난 4월 울산에서 식사한 뒤 처음 보는 거다. 엄연히 다른팀이다보니 통화도 자주 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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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현(왼쪽) LG 감독과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 이천에서 훈련을 마친 조상현 감독이 동생 집 근처로 와줬다.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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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현 감독은 2015~2018년에는 KT 감독을 맡아 쓰라린 실패를 맛봤다. 형 조상현 감독은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을 맡다가 자진 사퇴한 경험이 있다. 18년간 현대모비스를 이끈 유재학 감독의 자리를 물려받은 조동현 감독은 “빠른 속공과 트랜지션을 이어가는 한편 5위인 슛 성공률을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조상현 감독은 “우리 팀은 슛 성공률이 9위다. LG 특유의 색깔을 되찾으려면 (이)재도를 중심으로 젊은 선수들이 뛰는 농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선수 때 스타일처럼 조상현 감독의 LG는 공격 농구, 조동현 감독의 현대모비스는 끈끈한 농구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둘은 2022~23시즌 코트에서 사상 첫 ‘쌍둥이 감독’ 대결을 펼친다. 조상현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늘 형제 대결이 관심사였다. 그래서 무덤덤한 편이다. 그보다는 농구대잔치 마지막 세대로서 우리 형제가 농구 인기 부활에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생은 유재학 감독님 밑에서 많이 배워 잘할 거라 믿는다”고 했다. 동생 조동현 감독은 “(형은) 상대 9팀 감독 중 한 명일 뿐”이라면서 “선수 때도 서로 봐준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쌍둥이 감독을 둔 어머니 신영숙(73) 씨의 심경은 어떨까. 조상현 감독은 “엄마는 우리가 선수 때부터 우산장수와 소금장수 아들을 둔 것처럼 걱정이 많으셨다. 반대로 생각하면 두 아들이 10팀 중 2팀 감독이 됐으니 행복한 거 아닐까”라고 했다. 조동현 감독도 “어머니는 아들이 50세를 넘어도 걱정하는 존재라고 하지 않나. 엄마는 이제 즐기시고, 스트레스는 아들들의 몫으로 남겨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 조상현

출생 1976년생(46세)

1m86㎝

선수 때 포지션 슈팅가드 겸 스몰포워드

특징 한 경기 3점슛 11개 성공한 슈터

선수 소속팀 연세대-골드뱅크-SK-LG-오리온

지도자 경력 오리온 코치-대표팀 코치-대표팀 감독-LG 감독

■ 조동현

출생 1976년생(5분 늦게 태어나)

1m86㎝

선수 때 포지션 가드

특징 수비 5걸 3회

선수 소속팀 연세대-전자랜드-KT(둘 다 2013년 은퇴)

지도자 경력 모비스 코치-KT 감독-현대모비스 코치-모비스 감독

용인=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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