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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여성과기인] ⑬ 삼성 나와 창업한 김사라 서치스 대표 "개인이 내 데이터로 돈 버는 시장 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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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 사내벤처서 데이터 스타트업 서치스 스핀오프

경험과 노하우가 자산…'인스파일러'로 공공데이터 분석·제공

#한국인 한 명이 한 달 동안 만들어내는 쓰레기양은 27kg이다. 얼마나 많은 걸까?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의 평균 몸무게에 맞먹는다.

#한국인은 '밥심'이다. 지난해 6월 한국인의 카드 결제 내역을 보면 한식이 압도적 1위(평일 점심 34.22%·저녁 28.76%)다. 야식은 어떨까? 남성은 패스트푸드(평일 야식 35.19%), 여성은 빵(31.57%)을 즐겨 먹는다.

3일 아주경제와 만난 김사라 서치스 대표는 삼성을 박차고 나와 데이터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서치스만의 날카로운 노하우를 활용해 데이터로 세상을 해석하고 있다. 나아가 마이데이터 시대 개인이 자신의 정보 주권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수익 창출까지 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계획하고 있다.
아주경제

김사라 서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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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치스'는 어떤 회사인가?

"데이터를 상품으로 취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데이터 스타트업이다. 데이터를 수집·가공·분석·시각화해서 제공한다. 창업 당시 삼성 벤처투자와 현대자동차에서 시드 투자를 받았다.

주된 사업 모델로는 기업 간 거래(B2B) 영역에서는 기업의 의뢰를 받아 컨설팅을 제공하고,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부문에서 인스파일러 포털을 운영하고 있다. 인스파일러는 향후 일부 데이터나 기능을 유료 구독서비스로 제공할 계획이다. 아직은 무료 베타버전으로, 사용자를 늘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안정적인 대기업을 나와 창업을 한 이유는?

"삼성SDS 재직 당시 사내벤처를 통해 팀을 꾸리고, 운이 좋게 선발돼서 6개월간 육성 프로그램을 수행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팀원들과 향후 계획을 논의하면서 스핀오프 얘기가 나왔다. 경영진에게 스핀오프 하겠다는 의사를 전했을 때 사실 기대는 크지 않았다. 20년간 스핀오프 된 사례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핀오프를 적극 지원해줬다. 2018년 12월 한날한시에 사표를 내고, 2019년 1월 4일 창업했다.

막판까지 고민이 많았다. 회사에 불만이 있었던 팀원도 없고, 다들 잘 적응해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학부에서는 인문학을 전공하고, 석·박사는 정보과학을 전공해 전통적인 과기인들과 다른 이력이 눈길을 끈다.

"역사를 공부하다 보니 기록학에 관심이 생겼다. 역사는 기록을 가지고 과거를 재해석하는 것이다. 흥미를 느껴서 기록학으로 미국 유학을 갔다. 미국에서 기록학은 대개 정보과학대학원 소속인데, 그게 데이터다. 석사를 마치고 뉴욕주 기록보존소에서 인턴을 하는데, 과거 종이 기록에서 디지털 매체에 저장된 기록이 들어오면서 전자 기록 보존에 대한 이슈가 논의됐다. 박사 과정에서는 전자기록을 연구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기관, 단체의 기록이 아닌 개인의 기록에 초점을 맞췄다. 이메일, 사진 등 개인은 하루에도 수많은 디지털 기록을 만든다. 박사과정 막판에는 코딩 수업도 듣고, IT도 공부하고, 삼성SDS에 취업해 홈IoT 서비스를 개발하며 IT 분야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아주경제

행정동 단위에서 본 서울특별시 집합건물 연도별 제곱미터(㎡)당 평균 매매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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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통해 본 재미있거나 인상적인 현상이 있나?

"인스파일러에서 볼 수 있는 데이터를 소개하자면 환경부에서 매년 한 차례 쓰레기 배출량 데이터를 배포한다. 지난해 데이터로 보면 우리나라 국민 한 명이 한 달에 27kg에 달하는 생활 쓰레기를 만든다. 신체 데이터와 비교하면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의 평균 몸무게다. 한 사람이 한 달에 초등학교 2학년만큼의 쓰레기를 만드는 것이다. 쓰레기 데이터를 매년 분석할 때마다 이게 맞나? 0 하나 잘못 붙인 게 아닌가? 하고 의아해하는데, 항상 틀린 게 없더라. 이 같은 데이터가 빨리 배포돼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으면 좋겠다.

청소년 체력장 데이터도 흥미롭다. 직전 학년 대비 키가 크는 정도를 비교한 것이다. 여학생은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은 중학교 1학년 때 가장 많이 큰다. 신체 사이클과 관련 있을 것이다. 조카가 14살인데, 남학생이라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서울에서 생애 최초로 부동산을 매수하는 사람들이 선택한 거래 지역을 나타내는 데이터도 있다. 연도별로 인기 지역이 다른 점이 흥미롭다.

신용카드 데이터도 분석했다. 점심, 저녁, 야식을 어디서 많이 먹었는지 보면 한국 사람은 역시 한식이다. 그러나 남녀를 비교하면 좀 다르다. 한식이 압도적인 1위인 가운데 남성은 패스트푸드, 여성은 제과·제빵을 선호한다. 연령대로 나누면 좀 다르겠지만, 한국인은 같이 식사하는 것을 좋아한다. 1회 결제금액을 보면 1인 메뉴 가격보다 훨씬 많다. 식당이나 관련 업계에서 이 같은 결과물에 관심이 높다."

-최근 데이터가 기업 핵심 자원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데이터를 활용하는 비즈니스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데이터 시장에 대해 어떻게 보나?

"사내벤처를 시작할 당시는 국가에서 공공기관에 데이터를 개방하라고 장려하는 등 데이터 산업을 육성하려고 적극 지원하던 시기였다. 창업할 당시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주제 중 데이터가 항상 있었다. 4년이 지났는데, 정부 투자로 판이 커지고 유통되는 데이터가 늘어났다. 데이터를 바라보는 태도도 바뀌었다.

현재는 과도기를 거쳐 데이터 3법이 통과되고, 마이데이터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데이터 사업이 펼쳐지는 시기다. 일부 대기업은 정말 잘하지만, 아직도 엑셀로 (데이터를) 관리하는 수준인 기업도 있다. 선두 주자들은 앞에서 빨리 달려가지만 뒤에서 가는 기업들은 빠르지 않다."

-그렇다면 서치스는 어떤 면에서 차별점을 가지나?

"최근 소프트웨어는 다 성능이 좋아서 데이터 관련 기술은 누군가가 획기적이라 할 만큼 차별성이 크지 않다. 서치스는 지난 몇 년간 노하우와 경험이 자산이다. 데이터 전처리 등 취급 경험을 기반으로 활용 방법 등 노하우가 있다."

-데이터 영역에서도 특히 마이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19년 정부에서 마이데이터 실증을 시작했는데, 그 당시에는 실망이 컸다. 마이데이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로 앱 서비스의 일종으로 취급하며 실증하는 수준이었다. 토스, 뱅크샐러드 등 금융 스타트업은 너무나 잘하고 있었는데, 국가 실증 사업은 마이데이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질 기미를 보인다. 3~4년 사이에 판이 엄청나게 커졌다. 유행을 거쳐서 진국이 나올 것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 데이터 주권을 개인에게 돌려주는 것을 넘어서 리워드, 데이터 판매 수익이 데이터 수집 기관이 아닌 개인에게 가야 한다. 개인이 만들어준 것이 아닌가. 마이데이터로 데이터의 가치가 높아진 만큼 경제적 이익이 개인에게 돌아가는 플랫폼이 만들어져야 한다."

-여성 창업자로서 어려움을 겪는 점이 있다거나, 창업을 고민하는 후배 여성에게 조언한다면?

"직접적으로는 여성 창업자로서 어려움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여성기업 인증서 같은 우대 혜택도 있다. 그러나 제가 있는 IT 분야는 대표 모임이나 발표회 등을 가면 여성 대표, 여성 최고재무책임자(CFO), 여성 엔지니어를 만나기가 어렵다. 그냥 보기에도 수가 너무 적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도 IT 업계는 특정 인종, 성별에 쏠린 경향이 있다. 태생적으로 프로그래밍을 못 하는 것이 아닐 텐데 말이다.

최근 AI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쉽게 말해서 우리의 노후를 AI가 책임질 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에 대해 편견을 학습한 AI가 있다는 사실은 두렵다. 그런 측면에서 IT 리더급으로 여성이 대거 진출할 필요가 있다. 현장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

-향후 사업 목표는?

"창업할 때부터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제공하면 그것을 상품화해서 팔고, 이익을 공유하는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개인이 내 데이터로 돈을 버는 시장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오수연 기자 syoh@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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