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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중심 역전세 ‘깡통아파트’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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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3억원 이하 갭투자 매물 위험 커져
보증보험 가입 안 되는 사례 증가

전문가 “서울 집값 큰 변화 없어
전국적인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회사원 A씨(36)는 2020년 말 직장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경남의 한 신도시 아파트(79㎡)를 보증금 2억원에 전세계약을 했다. 그런데 계약 갱신을 앞두고 최근 자신의 집 바로 위층이 2억1000만원에 팔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A씨가 들어올 당시 아파트 매매 시세는 3억원대 초반이었다.

A씨는 “집값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뉴스는 봤지만 내 일이 될 줄은 몰랐다”면서 “계약갱신 청구권을 쓰고 계속 살 계획이었는데 지금 상황이라면 5% 인상이 아니라 전세 보증금을 낮춰달라고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방의 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역전세 현상(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높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완화 조치 이후 매물이 쌓이고 있지만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자’는 매수인들이 줄어들면서 집값은 하락하고 있다. 반면 전세시장은 신규 계약체결 시점에 한 차례 갱신까지 염두에 두고 4년치 상승분을 미리 가격에 반영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서 전셋값이 매매가격보다 높은 역전세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갭투자 매물의 경우 ‘깡통아파트’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아직까지는 지방의 3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역전세가 일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아직 전국적인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이날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 자료를 살펴보면 경남 김해 B아파트는 지난 5월 80㎡가 1억4950만원에 거래됐다. 약 열흘 전 같은 동 아랫집(C집)은 1억5500만원에 전세거래가 이뤄졌다. 같은 동 위·아래층에서 전세가가 매매가를 앞지른 것이다.

C집을 좀 더 살펴보면 전셋값의 경우 2019년 4월 9500만원에서 지난 5월 1억5500만원으로 6000만원 올랐다. 집주인은 전세를 놓기 한 달 전 집을 샀는데 당시 매매가는 1억4300만원이었다. 직전 매매가 1억8200만원에서 3900만원 하락한 1억4300만원에 집을 산 것이다. 집주인은 자기 돈 한 푼 안 들이고 집을 매입한 데다 현금 1200만원을 추가로 얻었다. 이 집은 전세거래 시점에 이미 깡통집이 됐다.

전북 군산의 D아파트는 전용 74㎡ 같은 동 13층 전세가와 11층 매매가 모두 1억2500만원에 거래됐다. 전세 1억2500만원 집(13층)의 직전 매매가는 9800만원으로,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다. 집주인은 임차인에게 받은 전세 보증금으로 매매가를 충당하고도 2700만원을 더 얻었다.

문제는 전세계약 시점에 집값이 이미 전세가격보다 낮다면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보증보험 가입 당시에는 주택가격이 전셋값보다 높았다가 이후 집값이 하락해 역전세가 발생한 경우에는 정상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지만 계약 시점에 이미 ‘집값 < 보증금’인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이 불가능하다.

이 같은 현상은 현재까지 갭투자가 주로 이뤄지는 3억원 이하 지방 저가 아파트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 지방을 중심으로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역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역전세가 일반화됐다고 하려면 서울의 집값이 외환위기 때처럼 기본적으로 반토막이 나야 한다”면서 “집값이 일부 하락하고 있지만 앞서 2년치 상승분 대비 큰 폭의 하락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일부 지방의 집값 하락만으로는 역전세 현상이 구체적으로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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