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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호짱아, 아빠 우승했다"…감격의 눈물 흘린 황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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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황중곤이 3일 KPGA 코리안투어 아시아드CC 부산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양팔을 번쩍 들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 제공 = 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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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배 속에 있는 아이(태명 호짱)에게 우승을 바친다."

우승 인터뷰에서 이 한마디를 하기 위해 황중곤(30)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승부가 기운 것으로 보였던 마지막 18번홀에서 5m짜리 버디 퍼팅을 집어넣어 동타를 만든 그는 3차 연장에서 챔피언 버디 퍼팅을 성공시킨 뒤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평소 표정을 드러내지 않아 별명이 '돌부처'인 황중곤이 눈물을 흘린 또 한 가지 이유는 전역 후 마음고생을 한 끝에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황중곤은 3일 부산 아시아드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코리안투어 아시아드CC 부산오픈(총상금 8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1언더파 70타를 쳤다. 합계 14언더파 270타를 적어낸 그는 동타를 이룬 권오상(27)을 3차 연장에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2017년 6월 한국프로골프(KPGA) 선수권대회 이후 약 5년1개월 만에 코리안투어 통산 3승째를 달성한 그는 우승 상금으로 1억6000만원을 받았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4승을 포함하면 통산 7승째다.

입대 전 남자골프 세계랭킹 최고 순위가 94위인 황중곤은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지난해 11월 전역한 황중곤은 곧바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군 복무로 인해 2년간 공백이 있었지만 황중곤은 올해 출전한 코리안투어 9번째 대회인 아시아드CC 부산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군 복무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잠재웠다.

황중곤에게 이번 우승이 값진 이유는 깜짝 우승이 아니기 때문이다. KPGA 선수권대회와 JGTO 더 크라운스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그는 올 시즌 단 한 번도 컷 탈락하지 않고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린 끝에 우승하는 감격을 맛봤다. 황중곤이 2년 공백에도 곧바로 정상에 오르면서 입대와 전역을 앞둔 선수들이 부담감을 덜게 됐다.

결과는 우승이었지만 과정은 험난했다. 3타 차 단독 선두로 이날 경기를 시작한 황중곤이 9번홀까지 2타를 줄일 때까지만 해도 큰 이변 없이 우승하는 듯했다. 그러나 황중곤이 주춤하는 사이 권오상이 치고 올라오며 17번홀에서 선두 자리를 내줬다. 18번홀에서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5m 거리에서 버디를 낚아채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에서 황중곤은 흔들리지 않았다. 2차 연장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한 그는 3차 연장에서 버디를 낚아채며 우승을 확정했다.

황중곤은 "한국에서 5년1개월 만에 정상에 오르게 돼 더 의미가 있다. 올겨울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아내와 9월에 만날 예정인 호짱이에게 우승을 선물하게 돼 기쁘다"면서 "전역 후 기량을 회복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을 되찾았다. 모든 걱정을 떨쳐버릴 정도로 달콤하고 행복한 게 우승"이라며 웃었다.

아마추어 시절 특별한 성적을 내지 못했던 황중곤은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부친의 퇴직금으로 투어를 뛰게 된 만큼 황중곤은 이를 악물었다. 데뷔 첫 시즌인 2011년 미즈노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그는 매년 상금랭킹 상위권에 자리하며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황중곤은 퇴직금을 자신에게 투자하면서 뒷바라지해준 가족을 위해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가슴속에 품어왔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도전은 전역 후로 미뤘다.

이번 우승으로 코리안투어 2년 출전권을 받은 황중곤은 마음 편하게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황중곤은 올해 가을 PGA 투어의 2부 투어인 콘페리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에 도전한다. 황중곤은 "올해 최우선 목표를 콘페리투어 진출로 잡았다"며 "20대가 아닌 30대에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지만 잘할 자신이 있다. PGA 투어를 주 무대로 삼을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코리안투어 첫 우승과 함께 최단신 우승에 도전했던 '작은 거인' 권오상은 3차 연장에서 패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신장이 160㎝로 코리안투어에서 활약하는 최단신 선수인 권오상은 첫 우승을 다음으로 미뤘지만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하며 한국 골프팬들을 사로잡았다.

이준석(호주)이 12언더파 272타를 기록해 단독 3위에 자리했고, 주흥철(41)은 10언더파 274타 단독 4위로 뒤를 이었다. 이태희(38)와 이원준(호주)은 9언더파 275타 공동 5위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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