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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송승섭의 금융라이트]점점 까다로워지는 자금세탁방지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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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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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금융감독원이 전 은행권에 외화거래 운용 상황을 점검한 뒤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최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거액의 외환거래가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검사에 착수한 금감원은 자금세탁과 연루된 부분이 있는지도 들여다볼 계획입니다. 자금세탁 문제는 은행에서 조심스러워 하는 부분인데요, 때에 따라 무거운 제재를 받을 수도 있어서입니다.

자금세탁이란 불법적인 방법으로 마련한 돈을 숨긴 뒤 적법한 것처럼 위장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한국에서는 불법재산의 취득·처분사실을 가장하거나 재산 자체를 은닉하는 행위를 말하죠. 또 탈세목적으로 재산의 취득이나 처분 사실을 숨겨도 자금세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돈이 오고가는 창구인 금융회사들은 자금세탁방지절차 준수 의무를 받고 있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이뤄지는 불법자금 세탁을 제때 적발하고 예방하기 위해서죠. 법적인 제도적 장치뿐 아니라 사법·금융·국제 협력을 아우르는 종합 관리시스템인 셈입니다. 한국에서는 금융정보분석원이 자금세탁 관련 의심거래 등의 금융정보를 수집·분석하고 법집행기관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자금세탁방지제도를 지키기가 굉장히 까다롭다는 점입니다. 금융사들은 ‘자금세탁방지 및 공중협박자금조달금지에 관한 업무규정’을 따르고 있습니다. 총 150가지 조항으로 이뤄진 이 규정은 자금세탁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내부통제 구축과 관련된 내용까지 담고 있습니다. 경영진과 보고책임자의 역할과 책임과 함께 교육방법, 감사체계, 절차수립 등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금세탁 못 막았다 미국 제재 받을 위험까지
무엇보다 자금세탁방지에서 중요한 건 미국의 금융당국과 제재수준입니다. 미국은 자국은행뿐 아니라 외국은행의 자금세탁에 대해서도 엄격한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나 이란 등 여러 나라에 자체적인 제재를 가해왔는데, 다른 외국은행들이 불법자금의 통로가 되어왔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에 제재수위는 매해 높아지고 있는데다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라고 꾸준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미국 의회는 ‘2020년 자금세탁방지법’을 통과시켰는데 자금세탁을 완전히 근절하는 것을 목표로 나온 법안입니다. 법안에 따르면 미 법무부나 재무부는 자금세탁방지 등 조사를 위해 전면적인 금융거래 정보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대폭 늘렸습니다. 제출대상 자료에는 형법과 은행보안법 등 기타 법령위반과 관련된 내용들도 포함됩니다. 위 법을 따라야 하는 금융사는 미국은행에 환거래 계좌를 보유한 ‘모든 해외은행’이니 사실상 국내 대형은행 대부분이 적용되는 내용입니다.

강력한 자금세탁방지 규정에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미국은 해당 금융기관을 법정 모독죄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1일당 최대 5만달러의 벌금을 계속해서 매기고요. 만약 해외은행이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모든 미국 금융기관에 대해 거래관계를 종료하도록 강제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벌어진 자금세탁 사태로 국제 금융거래 시장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겁니다.

실제 처벌이 이뤄진 사례도 있습니다. 이란과 제3국의 중계무역을 하던 A사가 2011년 기업은행에 개설된 계좌를 통해 1조원 가량을 빼낸 뒤 여러 국가에 분산 송금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후 미국 연방검찰은 기업은행의 뉴욕지점에서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이 미비한 사실을 찾아냈습니다. 해당 사건 대문에 기업은행은 8600만달러(약 1000억원)의 벌금을 내야 했습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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