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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나토서 '가치연대' 합류한 尹정부…대중관계 재설정은 도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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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딜레마' 표면화…中, 경계하면서도 한국에 우호적 손짓

7∼8일 G20서 한중·한미일 외교장관회담 가능성…첫 시험대 될듯

연합뉴스

나토 정상회의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
(마드리드=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회의장에 도착하고 있다. 2022.6.29 [대통령통신사진기자단] je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여로 '가치외교' 방향성을 명확히 한 윤석열 정부에게는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 또 다른 외교적 도전으로 떠올랐다.

조만간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한중 외교수장이 처음 대면할 것으로 보여 이번 만남이 성사된다면 한중관계가 순항할지를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지난달 29∼30일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가치'를 축으로 새롭게 형성되는 국제질서 속에서 서방 주도의 자유주의 진영에 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일 귀국길 기내 간담회에서 "어떤 국가든 규범에 입각한 질서를 존중하지 않고 함께 지켜야 할 가치와 규범에 반하는 행위를 했을 때는 우리가 다 함께 규탄하고 연대해 제재도 가하고…"라고 말한 것이 단적인 예다.

정부는 이런 입장이 어느 한 국가를 배제하거나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현재 미국이 중국을 '가치 도전세력'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대중국 리스크가 커진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경쟁을 근본적으로 체제 경쟁 성격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이 막강한 경제적 영향력으로 세계 곳곳에서 세를 넓히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과 기존 국제규범을 훼손하고 있기 때문에 동맹들과 힘을 합쳐 이를 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토가 이번 회의에서 채택한 새 전략개념 문건에서 "중국의 명시적인 야망과 강압적인 정책이 우리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한다"고 규정한 것은 이런 인식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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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 하는 바이든
(마드리드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 마지막 날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7.1 leekm@yna.co.kr


동맹이자 이념적 정체성을 함께하는 국가로서 한국이 미국과 같은 전선에 서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한국은 한반도 문제나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과도 여전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이런 딜레마를 풀어가는 것이 중요한 외교적 과제가 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브리핑에서 "이번에 (나토 회의에) 초청된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4개국은 새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데 그 한가운데 중국에 대한 고민과 딜레마가 섞여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이런 '중국 딜레마'를 가급적 표면화하지 않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면 윤석열 정부는 딜레마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 것이 차이다.

정부는 중국이 규범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한국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내비치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일 채널A 인터뷰에서 "(중국은) 자유무역의 최대 혜택을 본 나라"라며 새로운 질서에 동참하는 것이 "중국에게도 오히려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윤석열 정부의 '가치연대' 합류에 경계의 눈길을 보내면서도 아직은 한국에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우지는 않는 모양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다르게 반응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한국, 일본은 아시아의 중요 국가이자 중국과 상호 중요한 협력 동반자로서 광범위한 공동이익을 보유하고 있다"며 "중국 측은 관련 각 측이 양자 관계를 발전시키고 아시아의 평화롭고 안정적인 발전을 수호하는 데 공동으로 노력하길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당일 밤 올라온 질의응답록에는 중국의 협력동반자를 언급한 대목에서 '일본'은 빠졌고, '관련 각 측'은 '한국 측'으로 수정됐다.

중국이 일본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자신들 쪽으로 끌어올 여지가 있는 상대라고 보고 우호적 메시지를 보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는 같은 날 한중수교 30주년 학술회의에서 "한국이 중국의 우호적인 이웃으로서 역지사지해서 중국 국민의 감정과 중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지지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바꿔 말하면 한중관계에서 여전히 외교적 공간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정부는 고위급 전략대화, 외교장관 교환 방문, 외교·국방 차관급 '2+2' 대화 등 한중간 다양한 협의 기제를 가동하며 앞으로 부각될 수 있는 현안을 원활하게 관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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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외교부장
[중국 외교부 제공]


특히 그 첫 단추는 오는 7∼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G20 외교장관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진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모두 G20 회의 참석을 공식 발표했기 때문에 이곳에서 두 사람이 첫 대면 양자회담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경우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이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특사로 방한한 이후 양국간 첫 고위급 대면 접촉이 된다.

아울러 이번 G20 회의에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한미일 3자 외교장관회담도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한미일·한중 외교장관회담이 G20을 무대로 각각 개최된다면, 뚜렷해지는 국제사회의 진영 분화 양상 속에서 적절한 위치를 잡는 것이 한국 외교에 또 한 번 숙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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