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미국 경제 더 혹독한 하반기 예고…‘더블딥’이냐 ‘스태그플레이션’이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로이터통신 이미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0년 만의 기록적 물가상승과 급격한 금리인상, 주식·가상통화 시장 혼란을 겪은 미국 경제의 시름이 하반기 더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이미 지난 2분기 경기침체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오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채용축소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고물가의 파고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미국 경제가 하반기 ‘더블딥’이나 ‘스태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전망을 실시간으로 제시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는 1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을 -2.1%로 예측했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이 -1.6%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 나빠졌음을 알 수 있다. GDP나우는 지난달 27일 2분기 성장률을 0.3%로 예측했다. 일주일 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내린 것이다. 최근 미국의 소비지출 통계 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가 지난달 30일 4월 0.6%였던 소비지출 증가율이 5월 들어 0.2%로 크게 둔화됐다고 발표하자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등 민간기관들도 줄줄이 성장률 전망치를 -1.5% 수준으로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는 통상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했다고 본다. 린지 피에자 스타이플파이낸셜 수석 경제학자는 “경제의 근간인 소비지출이 내림세임을 반증한다”며 “경제가 단기적인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기대나 희망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미 의회조사국 “경착륙 가능성 높아”


미국 경제학자들이나 경제분석기관의 관심사는 ‘침체냐 아니냐’보다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로 옮겨간 상태이다. 경제가 서서히 침체로 빠져드느냐 가계와 기업에 충격을 주며 급격하게 주저앉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관리들은 대부분 상반기에는 경기를 침체에 빠뜨리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관리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폈다.

하지만 CRS는 최근 ‘미국 경제는 연착륙·경착륙·스태그플레이션 가운데 어디로 향해 가는가’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당한 규모로 신속하게 없애려면 실업률 상승이 필요하다”며 인플레이션이 높고 실업률은 낮은 상황에서 연착륙 가능성은 드물다고 평가했다. 또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이 높고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는 연착륙보다 경착륙이 더 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침체된 경기가 단기간의 회복 후 다시 침체에 빠지는더블딥 혹은 경기후퇴 속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말 유럽중앙은행(ECB) 연례포럼에서 “저금리 시대는 끝났다”며 “물가상승률을 2%대로 되돌리기 위해 고통도 감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코로나19 이후 반짝 회복 효과를 상쇄하는 더블딥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CRS는 더블딥이 나타났던 1980년대 초 2차 석유파동 때와 지금 상황이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1980년대 초는 올해를 제외하고 인플레이션이 7%를 넘겼던 마지막 시기로, 당시에도 연준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19% 넘는 수준으로 올리며 경기 후퇴가 발생했다”고 경고했다.

CRS는 연준이 경착륙을 우려해 금리를 신속히 올리지 않으면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해 더 안 좋은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굳어지면 물가와 실업률 간 관계가 약해지고, 경기 침체 상황에서 물가가 높고 실업이 발생하는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CRS는 이에 따라 향후 미국의 정책 방향과 관련해 기대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를 막아야 한다면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필요한 만큼 금리를 올릴 의지가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미국 경기침체를 보여주는 곡선. 회색 표시된 부분이 경기침체가 발생한 기간이다. 1980년대 초 오일쇼크로 인해 짧은 간격으로 두 번 연속 침체가 나타나는 더블 딥 현상을 보였다./미 의회조사국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채용 줄이는 대기업…대외 변수도 복병


경기침체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자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앞다퉈 채용을 줄이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시대 최악의 경기침체가 올 수 있으니 대비하라”며 1만 명 선이던 올해 신규 엔지니어 채용을 7000명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10%를 감원한다고 밝혔다. 증시도 반응하고 있다.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올해 들어 6개월간 21% 급락해 1970년 이후 52년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고, 10년물 미 국채 가격도 1980년 이후 최대폭인 10% 이상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른 나라에서 불거진 경제 리스크가 미국으로 전이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공급망에 직접 영향을 주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경제 봉쇄, 일본과 유럽발 금융 리스크도 복병이라는 것이다. 엔저에 시달리는 일본이 국채금리 상승을 용인할 경우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글로벌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유럽발 채무 위기도 복병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탈리아 재정 위기를 막기 위한 지원 계획을 약속했으나, 북유럽과 서유럽의 ‘부자 나라’들이 이탈리아에 무리한 조건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이탈리아 채권을 인수하는 정치적 합의를 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는 더욱 불확실한 하반기를 맞게 됐다.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