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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성폭행 피해자 달랜다며 추행한 육군 장교…봐주기 징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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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중징계 사안인데 경징계 감봉 처분

육군 “피의자 전역 임박해 징계위 개최”

피의자 “대화 중 오해…성적 의도 없어”

경향신문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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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대위로 제대한 30대 남성이 군 복무 중 과거 상관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민간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징계규정상 강제추행 혐의는 중징계 사안이지만 육군은 해당 남성에게 경징계 처분인 감봉 조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군경찰은 지난 4월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당시 육군 대위이던 A씨를 소속 사단 검찰부에 송치했다. A씨가 지난달 30일 전역하면서 해당 사건은 주소지 관할에 있는 지방검찰청으로 이관됐다.

A씨는 지난 2월5일 강원 양양군의 한 호텔에서 여성 장교 B씨의 입을 강제로 맞춘 혐의를 받는다. A씨는 B씨의 장교 선배다. B씨는 지난해 6월17일 상관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로,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는 지난 1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군검찰에 제출된 B씨의 군경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A씨는 사건 당일 B씨, B씨의 학군단 동기 C씨와 여행을 갔다. 술에 취한 A씨는 B씨에게 “좋아한다”고 했다. 당시 A씨는 다른 장교와 교제 중이었다. B씨는 “교제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거절했다.

그럼에도 A씨의 고백은 이어졌다. 오후 10시30분쯤 C씨가 잠에 들자 A씨는 B씨의 방에 와서 다시 고백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강제로 입을 맞췄다는 게 B씨의 주장이다. 성폭행 피해로 정신과 약을 복용하던 B씨는 공황 발작이 일어나 약을 먹으려고 했다. 그러자 A씨가 약을 복용하지 못하게 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때 A씨가 성폭행하려고 했다는 게 B씨의 주장이다.

겁이 난 B씨는 오후 10시50분쯤 C씨를 깨웠다. C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B씨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면서 “먹은 것들을 정리하는데 (B씨가 A씨의) 눈치를 자꾸 살피는 게 보였다”고 말했다.

B씨는 이튿날 새벽 호텔을 빠져나왔다. A씨는 B씨를 뒤쫓아와 택시를 막아선 뒤 손목을 잡았다. B씨는 “경찰을 부르겠다”고 한 뒤에야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경향신문

육군 징계규정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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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사건 발생 이틀 뒤인 2월7일 강제추행 혐의로 A씨를 군경찰에 신고했다. 육군 징계규정에 따르면 강제추행을 저지른 군인의 기본 징계수위는 중징계에 해당하는 강등 처분이다. 피해자가 여군이나 여군무원일 경우 가중처벌돼 파면에서 해임까지 가능하다. 범행이 미수에 그치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만 경징계로 감경받을 수 있다.

그러나 육군은 군 수사기관의 조사 절차가 진행 중이고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가 없었는 데도 A씨를 경징계인 감봉 처분했다.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손목과 어깨를 잡은 것이지 성적인 의도는 없었다”며 “입을 맞춘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물리력이 있었던 부분은 인정하고 마음을 아프게 해 도의적인 잘못은 있으나 그런(성적인) 목적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육군 측은 “피의자가 전역이 임박한 상황이라 전역 전 징계위원회를 개최한 것”이라며 “처분 이유에 대해서는 답할 수 없다”고 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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