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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미분양 무덤' 대구, 무슨 일이고?…규제 해제 엇갈린 대구·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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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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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무덤'이라고 불리던 대구 지역 부동산 시장이 모처럼 조명을 받고 있다. 지역규제가 해제 발표 이후 수성구, 달서구 등 일부 미분양 단지들을 중심으로 계약매매 문의가 늘어나면서다. 다만 올해에 이어 내후년까지 대규모 공급물량이 대기하는 상황에서 실제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지는 미지수다. 이달 5일 규제 해제 효력이 발생한 이후부터 매매 상황을 한동안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대구 미분양 물량은 6827가구다. 2011년 말(8672가구) 이후 10년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대구 수성구 만촌자이르네, 수성포레스트스위첸, 대구역자이 더 스타, 달서 푸르지오 시그니처 등 최근 분양한 10여개 단지는 미분양 이후 입주가구 수를 채우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지역규제 해제 결정 이후 이들 물량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 대구 달서구 A 공인중개사 대표는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을 정도로 미분양 단지들이 들썩거리는 분위기"라며 "분양가 기준 3억~6억원대 아파트들이 대부분이라 상대적으로 초기 투자 부담이 적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규제해제 소식에 미분양 단지들 꿈틀?…하루만에 100건 가계약 소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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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서구의 1900여세대 규모 대형 분양단지는 하루새 계약건수가 100건을 넘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해당 분양단지 관계자는 "분위기가 천지개벽한 것처럼 달라진 것은 맞지만, 실제 수요까지 연결될 지는 좀 더 봐야한다"며 "실제 계약은 규제해제가 발효된 이후가 될 것이기 때문에 현재는 대부분이 '가계약' 형태"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0일 '제2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이하 주정심)'를 열고 투기과열지구 6곳, 조정대상지역 11곳 등 17개 규제지역을 해제하기로 했다. 규제지역 조정은 관보 게재가 완료되는 5일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비규제지역이 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이 70%로 늘어나고 각종 청약자격도 완화된다. 청약통장 가입 후 6개월만 지나면 1순위가 되고 세대원, 다주택 세대주도 1순위 청약이 가능하다.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도 3년에서 6개월로 대폭 줄어들어 당첨 후 되팔기 쉬워진다. 대구는 수성구를 빼고 모든 지역규제에서 벗어났다. 수성구는 투기과열지구에서는 해제됐지만, 조정대상지역은 유지됐다. 수성구는 여전히 주택가격 누적상승률이 높고, 잠재적인 매수세가 남아있다는 이유다.

수성구 범어동 B 공인중개사 대표는 "수성구는 가격이 더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에 더해 조만간 남은 지역규제가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생기면서 매매 문의가 늘어났다"며 "실거주 수요보다는 주로 서울이나 부산 등 외지에서 투자처를 찾는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물량폭탄 '속수무책' 극적 변화 기대 어렵다는 관측도…규제 못 벗어난 세종시,판다·산다 문의도 뚝 끊겨

그러나 대기 공급물량이 상당한 상황에서 극적인 시장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관측이 나온다. 성석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구 지부장은 "미분양 물량들이 쌓여가는데 수요자들도 그나마 급매가 아니면 아예 거들떠보지 않는 분위기"라며 "이번 규제 해제로 얼어붙은 시장이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신규 아파트 입주단지는 3년 전 분양가보다 4000만원 낮은 매물도 안 나간다"고 덧붙였다.

달서구 죽전동 C공인중개소 대표는 "수서구 등 몇몇 지역을 빼고는 크게 달라진 거 없이 조용하다고 보는 게 맞다"며 "올해, 내년 2만~3만가구씩 공급물량이 대기 중인데 굳이 서둘러서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겠냐"고 지적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대구 내 올해 하반기 입주 예정물량은 1만1749가구다. 내년에는 3만5619가구, 2024년에는 2만1299가구가 대기 중이다.

세종시는 더 '암울한 분위기'다. 지역규제 해제가 점쳐졌던 세종은 지방권 중 유일하게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규제지역으로 남았다. 세종은 최근 주택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청약경쟁률이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어 다른 지역과 달리 수도권에 준할 정도로 투자가 몰릴 수 있는 지역이라는 이유에서다.

김동호 공인중개사협회 세종지부장은 "이번에 지역규제 해제에서 빠지면서 실망을 넘어 암울할 정도로 갑갑하다"며 "모든 정량적 조건들을 충족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세종에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 같다는 불만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세종시 아름동 D 공인중개사 대표는 "지금은 사겠다는 사람도, 팔겠다는 사람도 뚝 끊긴 상황"이라며 "급매 물건도 대부분 연초부터 소화됐기 때문에 지역규제 해제가 안 됐다고 해서 추가로 나오는 실망매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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