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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한국 여자주니어핸드볼 ‘역대 최저’…“실업·대학 선수 출전 기회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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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주니어대표팀 세계선수권 19위

오성옥 감독, “전체적인 대표팀 시스템 변해야”


한겨레

오성옥 한국 여자핸드볼 주니어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각) 슬로베니아 첼레에서 열린 2022 세계여자주니어 핸드볼선수권대회 D조 조별예선 브라질과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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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토양에서도 전성기를 구가해왔던 한국 여자핸드볼에 적신호가 켜졌다.

오성옥 감독이 이끄는 한국 주니어(20살 이하) 대표팀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3일까지 열린 2022 세계여자주니어핸드볼선수권대회에서 32개 참가국 중 최종 19위를 기록했다. 강호 노르웨이, 프랑스 등과 함께 D조로 묶이며 난항이 예상됐던 오성옥호는 조별예선에서 1승2패를 기록하며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본선 진출 실패팀끼리 하위 순위를 놓고 겨루는 프레지던트컵에서 3승1패를 거뒀다.

한국이 여자핸드볼 주니어대회에서 본선에 나가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1981년 캐나다 대회에서 종합 4위로 데뷔한 이후 꾸준히 상위권을 지키며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 동메달 5개를 따냈고, 2014년 크로아티아 대회에서는 첫 비유럽 국가 우승을 달성하는 등 핸드볼 강국의 저력을 뽐내왔다. 최종 19위는 역대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이전까지는 9위 (1999 ∼2003)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주니어대표팀은 성인대표팀의 바로 직전 단계이기 때문에 이번 부진은 한국 여자핸드볼의 불안한 미래를 일깨우는 경고로 읽힌다. 현역 시절 ‘올림픽 신화’의 중심에서 활약했고, 지도자로는 2016년부터 청소년대표팀을 맡아 아시아대회 우승(2017년)과 세계대회 3위(2016·2018년) 등의 성적을 일군 바 있는 오성옥 감독은 훈련도 경험도 부족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환경을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오 감독은 <한겨레>의 서면 질의에 “2018년 청소년세계선수권대회 때는 준비 기간이 길어 전술·전략·체력을 충분히 연마한 뒤 대회에 나섰으나 이번 주니어대회는 감독 선임이 늦어지면서 훈련 기간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코로나19로 2020년 주니어대회가 취소되고 청소년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 등에 불참하면서 세계적인 수준의 경기를 경험할 기회가 현격히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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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연송(오른쪽·한체대)이 22일(현지시각) 노르웨이와 경기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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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족은 세계대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 감독은 “현재 주니어 선수들은 실업팀 1·2년 차와 한국체육대학교 선수들로 구성돼 있는데, 실업 선수들은 리그에서 경기를 많이 못 뛰어 2년 전 청소년대표팀보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경기력이 많이 떨어졌다. 여자 대학팀도 한체대와 위덕대뿐이라 경기 수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실업팀과 대학의 어린 여자 선수들이 많이 뛸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의견을 냈다.

이번 대회 조별예선에서만 31% 선방률을 보여준 골키퍼 이가은(20·인천시청), 7경기 동안 47골을 몰아친 센터백 이연송(19·한체대) 등 번뜩이는 발견도 있었던 만큼 이들에게 국제대회 경험과 출전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로 보인다. 오 감독은 “청소년·주니어 팀에 대한 장기간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이 필요하고, 전체적인 대표팀 체계도 이에 맞춰 변해야 한다”고 짚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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