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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인권위 “비혼 여성도 ‘시험관 시술’ 받도록 윤리지침 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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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만 시험관 시술 인정, 산부인과학회에 권고

인권위 “자발적 비혼 출산, 양육 의지 강할 것”


한겨레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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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비혼 여성의 시험관 시술을 제한하는 대한산부인과 학회의 지침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정자 기증을 받고 비혼 출산을 선택한 방송인 사유리와 같이 다양한 방식의 삶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인권위는 대한산부인과학회장에게 비혼 여성의 시험관 시술을 제한하는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을 개정하라고 최근 권고했다고 3일 밝혔다. 앞서 진정인들은 보조생식술 시술로 비혼 출산을 시도했으나 학회의 지침이 그 대상을 부부로 한정해 시술받지 못하는 차별을 받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지난해 1월 개정된 학회의 보조생식술 윤리지침(버전 9.0)은 체외수정 시술이 원칙적으로 부부(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경우를 포함) 관계에서 시행돼야 한다고 규정했다. 학회 쪽은 제한 사유에 대해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정자나 난자를 매매 목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데, 부부 관계인 경우 정자나 난자를 채취하거나 사용할 때 상대 배우자의 동의가 필요하므로 다른 목적으로 생식세포를 사용할 확률이 낮다”고 했다. 이어 “체외수정 시술이 국내에 도입됐을 당시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하기 힘든 사각지대가 많아 전문가들의 자율적인 윤리지침이 필요했다”며 “윤리지침 특성상 사회변화 속도와 비교해 개정 속도가 느릴 수 있으나 최근에는 사실혼 관계 부부를 인정하는 등 사회 흐름을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인권위는 개인의 삶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지침을 바꿔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현행 관련 법에서 정한 가족의 범주를 고려해도 출산을 통해 혈연관계가 확인되는 모(어머니)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비혼 출산이) 가족의 범주를 혼란하게 할 요인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학회가 법률로 위임받은 바 없는 사안에 대해 자의적인 기준으로 이를 제한하는 조치를 둔 것은 타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자발적으로 자기 삶의 형태를 설계하고 추진하는 경우가 비자발적인 경우보다 양육 의지와 책임감이 상대적으로 강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비혼 출산을 제한할 합리적인 이유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에서는 비혼 여성의 시험관 시술을 금지하는 법률은 없다. 보건복지부는 인권위에 “비혼자 보조생식술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법령은 없다”고 밝혔고, 여성가족부도 “비혼 출산·동거 등 다양한 방식의 가족 형성과, 보조생식술을 이용한 비혼 단독출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인하고 이를 뒷받침할 정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법·윤리·의학·문화적 쟁점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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