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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1인당 나랏빚 2000만원 ↑…尹 ‘재정준칙’으로 브레이크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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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한명 당 지고 있는 나랏빚이 2000만원을 넘어섰다.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는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을 수립하고, 재정수지와 국가채무 등 국가 재정 관리 목표를 수치로 못 박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앙일보

자료: 국회예산정책처 '국가채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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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업데이트된 국회 예산정책처의 ‘국가채무시계’에 따르면 이날 12시 현재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2015만6589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시간 총 국가채무액 예측치 1039조9320억원을 올해 4월 말 주민등록인구(5159만3000명)로 나눈 수치다. 현재 총 나랏빚은 1초당 184만원씩 늘고 있다.

1인당 나랏빚은 문재인 정부에서 늘어나는 속도가 유독 빨랐다. 문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2016년 말 1212만원이었던 1인당 국가채무는 올해 4월 말 1978만원으로 늘었다. 이전 16년간의 증가속도와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대략 배로 빨라졌다. 2000년 237만원이었던 1인당 국가채무는 2016년에야 1200만원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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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는 문재인 정부 5년간 국가채무가 415조5000억원(62.9%)이나 증가한 여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660조2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2018년 680조5000억원, 2019년 723조2000억원, 2020년 846조6000억원, 2021년 967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문재인 정부가 마지막으로 편성한 예산인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기준으로 1075조7000억원(연말 기준 국가채무 예상치)까지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국가채무비율 역시 크게 상승해 한동안 ‘마지노선’으로 인식됐던 40% 선을 뚫고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난 2월 발표한 ‘중장기 재정건전성 유지 방안’ 보고서에서 “이번 정부 들어 국가채무가 해마다 평균 10%씩 늘어나면서 2017년 36.0%에서 시작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이 2022년 50.0%로 크게 올랐는데, 이런 증가 폭(14%포인트)은 2004년 이후 13년간 3개 정부에서 누적해서 늘어난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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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나랏빚이 이처럼 불어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며 재정 지출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이젠 코로나19 위기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는 만큼, 이제부터는 재정건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입장이다. 실제 윤 정부에서 편성한 첫번째 추경(올해 2차 추경)에선 초과 세수 일부를 국채 상환에 쓰면서 국가채무 수준을 1068조8000억원, 국가채무비율은 49.7%로 각각 낮췄다.



첫 국가재정전략회의, '건전재정'으로 전면 전환



재정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중 윤 대통령 주재로 첫 재정전략회의를 열고 건전재정으로 기조 전환을 천명할 전망이다. 지난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을 폐기하고, 재정을 정상화ㆍ건전화하는 방향으로 공식 전환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우선 윤 정부 재임 기간인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재정수지와 국가채무 등 재정 총량 관리 목표를 명시하기로 했다. 재정수지와 국가채무 등 주요 재정 지표 관리 목표를 수치로 못 박아 관리하겠다는 뜻인데,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지출 구조조정에 착수한다. 정부는 이런 기조에서 현재 진행 중인 내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도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각 부처에 요구 중이다.

재정수지와 국가채무 관리 목표는 재정준칙 형태로도 법제화할 예정이다. 올해 말 기준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3.2%,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9.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기존 산식이 너무 복잡하다는 지적에 따라 현 상황에 부합하는 좀 더 단순한 산식을 올해 하반기 중에 마련할 예정이다. 앞서 문 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을 GDP 대비 60% 이내, 통합재정수지는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는 재정준칙을 제시한 바 있으나 법제화에는 실패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간단명료하게 재정 한계선을 제시하고, 구속력을 확실하게 행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국제적으로 활용되는 준칙을 기준으로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올해 하반기 중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저출산 감안, 30년 장기재정관리 계획도 수립



정부는 기존 5년 단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넘어선 ‘재정비전 2050’도 수립할 예정이다. 쉽게 말해 미래세대를 위한 30년 장기재정 관리계획이다.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른 인구 구조변화, 이와 연동된 잠재성장률 둔화 상황에서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과 사회보험의 운용 방향을 찾아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다. 학령인구 감소 등 상황을 고려해 현재 유ㆍ초등ㆍ중등에 한정된 교육교부금 사용처를 고등교육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 앞서 주요 선진국은 코로나19 비상 상황에서 가동한 긴급 지원조치를 회수하며 재정정상화에 착수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영국ㆍ프랑스ㆍ독일ㆍ일본ㆍ캐나다ㆍ이탈리아 등 주요 7개국(G7)은 지난해 모두 일반정부 채무비율을 줄였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채무 수준 자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괜찮지만, 문제는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라며 “재정 확장 정책이 현재 세대에는 만족을 줄지 몰라도, 미래세대에는 큰 부담을 전가한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방향은 맞다고 본다”라고 평가했다. 강성진 교수는 이어 “다만 세수가 늘어날 요인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건전성을 강화하려면 지출을 엄격하게 줄여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세계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선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 저소득층 지원 등 돈 쓸 곳은 늘어나고 있기에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과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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